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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가봉, 기니, 나우루, 대만, 레바논, 리히텐슈타인, 말레이시아, 말리, 모로코, 몰디브, 바레인, 부룬디, 부르키나파소, 사모아, 세네갈, 싱가포르, 요르단, 짐바브웨, 카메룬, 캄보디아, 코트디부아르, 콜롬비아, 쿠웨이트, 토고, 통가, 튀니지, 파키스탄, 페루, 폴란드, 피지, 필리핀 이상 32개국(가나다 순)

대한민국을 포함한 이 32개 나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예상하기 쉽지 않겠지만, 정답은 '18세가 투표를 할 수 없는 나라'다. 이들 나라 중에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따라 배우고 싶은, 모범으로 삼고 싶은 나라가 있는가?

그나마 대만 정도가 우리와 정치, 경제적으로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만한데, 그 대만도 지난 해 12월에 입법원(우리나라의 국회에 해당)이 투표권을 18세로 낮추는 법안을 제출하였으니 18세 투표권이 눈 앞의 현실인 듯 하다.

즉, 세계 200개에 이르는 나라들의 대부분에서 투표권이 주어지는 나이가 18세 이하이며, 특히 선진국들의 모임인 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대한민국이 유일하게 18세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나라다. 우리 나라를 제외한 다른 국가의 '투표 연령'은 어떤지 살펴보도록 하자.

일본 2015년 법 개정 통해 투표권 18세로 인하

 일본 총무성의 투표 홍보 사진. 정치적 보수 국가로 알려진 일본도 18세로 투표 연령을 내려서 선거뿐 아니라 주민투표 등 모든 투표에 18세 학생도 투표권을 가진다. 일본 총무성은 교복 입은 학생을 모델로 내세워 이를 홍보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의 투표 홍보 사진. 정치적 보수 국가로 알려진 일본도 18세로 투표 연령을 내려서 선거뿐 아니라 주민투표 등 모든 투표에 18세 학생도 투표권을 가진다. 일본 총무성은 교복 입은 학생을 모델로 내세워 이를 홍보하고 있다.
ⓒ 일본 총무성(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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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가장 가깝고도 먼 나라 아시아의 일본을 보자. 자민당의 장기 집권과 현 아베 정권의 지지율에서 알 수 있듯, 정치적으로 가장 보수적인 나라로 꼽히는 나라 중의 하나가 일본이다. 그런 정치적 보수국가 일본도 지난 2015년 법률 개정을 통하여 투표 연령을 18세로 낮추었다.

실제로 지난 해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 240만 명이나 되는 10대 청소년들이 투표권을 얻었다. 참의원과 중의원 선거,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선거 등 각종 선거뿐 아니라, 대법원 판사나 자치단체장의 국민소환, 의회 해산 청구 등 주민투표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정치적 보수 국가인 일본이 18세 투표권 인하를 단행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를 홍보하는 총무성의 홍보 방법이다. 투표 참여 홍보물에 교복 입은 학생 사진을 사용하고 있다. 학생들이 정치나 선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어르신'들이 이걸 보면 기겁할 지도 모르겠다.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에 16살 학생도 참여

 잉글랜드 수상과 스코틀랜드 행정 수반의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 투표 약속' 장면을 보도한 BBC 기사. 스코틀랜드의 독립 여부를 묻는 이 투표에 16세와 17세 청소년도 투표권을 가진다고 보도하고 있다. 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투표에 학생의 투표권을 부여한 것이다. 우리 나라 보수 정치인들이 들으면 기절할 일이다.
 잉글랜드 수상과 스코틀랜드 행정 수반의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 투표 약속' 장면을 보도한 BBC 기사. 스코틀랜드의 독립 여부를 묻는 이 투표에 16세와 17세 청소년도 투표권을 가진다고 보도하고 있다. 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투표에 학생의 투표권을 부여한 것이다. 우리 나라 보수 정치인들이 들으면 기절할 일이다.
ⓒ BBC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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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으로 가 보자. 작년 영국발 EU 탈퇴 투표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이 때에 18세 청소년들이 투표권을 행사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전에 있었던 스코틀랜드의 독립 투표이다.

EU 탈퇴 투표 전에 또 한번 전 세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투표가 (비록 부결되기는 했지만)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였다. 캐머런 영국 총리와 솔몬드 스코틀랜드 수반 사이에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가 합의되면서 멜 깁슨과 소피 마르소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역사적 배경인 스코틀랜드 독립이 이루어질지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런데 스코틀랜드라는 나라의 독립 여부를 결정하는, 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이 중요한 국민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연령이 16세였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16세에게 주민투표의 투표권을 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영국 노동당은 아예 모든 투표나 선거 연령을 18세에서 16세로 낮추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이 중요한 투표에 어떻게 미성숙한 학생들을 참여시킬 수 있느냐?'며 난리가 났을 것이다.

아르헨티나도 선거권 16세로 인하

 아르헨티나 의회에서 16세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보도하는 CNN 뉴스. 오스트레일리아를 비롯한 6개국에서는 16세에게 전국적 선거를 비롯한 모든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독일과 미국 등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투표 등에 16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16세는 커녕 18세도 안 된단다.
 아르헨티나 의회에서 16세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보도하는 CNN 뉴스. 오스트레일리아를 비롯한 6개국에서는 16세에게 전국적 선거를 비롯한 모든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독일과 미국 등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투표 등에 16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16세는 커녕 18세도 안 된단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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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반대편 남아메리카로 가보자. 지난 2012년 10월 축구의 나라 아르헨티나 상원은 투표 연령을 18세에서 16세로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미 하원에서 찬성 52, 반대 3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되었기 때문에 16세 투표 연령 하향 조정은 예견된 일이었다.

앞서 2008년 선거 연령을 16세로 먼저 낮춘 유럽의 오스트리아 역시 선거연령 하향으로 인한 '정치적 선택의 왜곡' 논란은 전혀 없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도 오스트리아 등과 함께 '투표 연령 16세 국가'의 일원이 되었다.

독일, 미국, 영국 등에서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전국적 단위의 선거가 아닌 지방선거나 주민투표는 16세로 하는 나라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선거나 주민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연령이 16세라서, 학교가 정치판이 되어 교육이 망가졌다는 뉴스는 어디에도 없다.

미국은 왜 베트남전을 겪으며 투표권을 18세로 낮추었나?

"old enough to fight, old enough to vote"(싸우기에 충분한 나이이면, 투표하기에도 충분하다.) 우리나라 보수 세력들이 민주주의의 모국쯤으로 생각하는 미국에서 1971년 투표권을 18세로 낮출 때 내걸었던 모토이다.

그러니까 미국은 거의 50년 전에 투표 연령을 18세로 낮추었다. 싸우는 것과 투표하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어서 이런 모토를 내걸었을까?

 미국의 투표권 인하 요구 시위와 이를 상징하는 버튼. "Old enough to fight, Old enough to vote"(전쟁에 나가 싸울 수 있는 나이면 투표하기에 충분한 나이다.)라는 투표권 인하 운동의 상징적 모토였다. 미국의 수많은 10대 청소년들이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목숨을 잃었지만 정작 그들은 투표권을 갖지 못한 당시의 모순적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 전을 거치면서 각성한 미국 정치권은 결국 1971년 헌법을 고쳐서 투표 연령을 18세로 낮추었다.
 미국의 투표권 인하 요구 시위와 이를 상징하는 버튼. "Old enough to fight, Old enough to vote"(전쟁에 나가 싸울 수 있는 나이면 투표하기에 충분한 나이다.)라는 투표권 인하 운동의 상징적 모토였다. 미국의 수많은 10대 청소년들이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목숨을 잃었지만 정작 그들은 투표권을 갖지 못한 당시의 모순적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 전을 거치면서 각성한 미국 정치권은 결국 1971년 헌법을 고쳐서 투표 연령을 18세로 낮추었다.
ⓒ 인터넷 캡쳐(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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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시 시대를 거치면서 투표권이 계속해서 확대되었다. 백인 남성에서 모든 남성으로, 그리고 여성으로 확대되었으며, 21세 이상에서 18세로 낮아졌다. 1971년의 18세 투표권 부여는 베트남 전쟁의 영향이었다. 세계 대전후 징병 연령을 18세로 낮춘 후 베트남 전에 수많은 10대 들이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그들은 군대에 징병되어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쳤지만 투표 연령인 21세가 안 되었다는 이유로 선거권을 가지지 못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운 이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왔음은 물론,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베트남전 반대 여론은 기성 미국 정치권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기성 정치권이 젊은이들의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반성까지 더해진 결과 투표권이 18세로 낮아진 것이다.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추는 수정헌법은 상원에서 94 : 0, 하원에서 401 : 19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 청소년들도 18세면 군대도 가고, 운전도 할 수 있고, 나아가 세금도 내는데 왜 투표는 할 수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반대하는) 기성 정치권에서 내놓을 수 있는 답은 "학생은 미성숙한 존재, 학교는 정치의 무풍지대"라는 철 지난 노래의 반복 뿐이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미성숙한 청소년에 투표권은 안 돼"? 이 판결을 봐라 참조)

미국은 각 시기마다 헌법을 바꾸면서까지 투표권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더 나아가 대통령이나 상하원 의원 선거와 같은 전국 단위 선거는 투표 연령이 18세이지만, 캘리포니아주의 샌프란시스코, 메릴랜드주의 타코마 파크 등 일부 도시에서는 16세에게 주민투표나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매사추세츠, 뉴욕, 뉴멕시코 등에서도 논의 중이다.

우리는 헌법을 바꿀 필요도 없고 그냥 법률만 바꾸면 된다. 왜 미국의 18세는 군대에 가서 나라를 위해서 싸울 수 있는 충분한 나이이기 때문에 50년 전부터 투표권을 가지고, 일부 투표에서는 16세도 투표권을 갖는데, 대한민국의 청소년은 안 된다는 것인가?

왜 대한민국 청소년만 안 되나? 늦어도 너무 늦었다

OECD의 공식 학업성취도 평가인 PISA 성적이 보여주는 것처럼 대한민국의 청소년은 학업성취도에서는 자타 공인 세계 최고수준이다. 그런데 왜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의해서 투표권을 박탈당할 정도로 정치적 판단력은 세계 최하 수준으로 취급받고 있을까?

 우리나라 학생들의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연도별 순위. 거의 언제나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순위가 일부 하락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홍콩, 싱가포르 등 비회원국 도시국가들이 참여한 것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어쨌든 세계 최고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역설적으로 그 나라로부터 세계 최하의 정치적 판단력을 가진 것으로 취급받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연도별 순위. 거의 언제나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순위가 일부 하락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홍콩, 싱가포르 등 비회원국 도시국가들이 참여한 것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어쨌든 세계 최고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역설적으로 그 나라로부터 세계 최하의 정치적 판단력을 가진 것으로 취급받고 있다.
ⓒ 원자료 OECD(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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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우리 나라의 청소년의 특수한 상황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교육학 기초만 배운 이들이라면 정치적 판단에 필요한 인지 발달, 도덕성 발달, 논리적 추론능력 발달 등의 연구에서 18세면 성인의 발달 능력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단적인 예로, 20대 이후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지능검사를 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통하여 이미 알고 있는 바처럼 독립만세를 외쳤던 유관순 열사의 당시 나이가 16세였고, 만주에서 무장 독립운동을 하던 많은 이들이 10대 청소년이었으며, 3.1운동이나 광주학생운동과 같은 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 4.19와 같은 민주화 운동에서 10대 학생들이 중심에 있었다. 물론, 민족의 비극이었지만 한국전쟁에서도 10대 학도병들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왜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정치적 권리에서, 투표권에서 예외여야 하는가? 투표권을 줄 수 없다는 이유가 "정치인들 모습을 부끄러워서 학생들에게 보여주기 싫어서 그런 거"라면 이해하겠다. 또는 "우리가 남이가라며 지연, 학연, 혈연 따져서 묻지마 투표하는 어른들 배울까봐"라고 하면 이해하겠다.

그게 아니라면 18세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적어도 우리 청소년들은 이런 거에 얽매여 묻지마 투표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묻지마 줄투표를 근절하는 것이 대한민국 정치 발전을 위한 시급한 과제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18세, 아니 16세 청소년에게 투표권 부여했다고 망한 나라 없다. 기성 정치권과 어른들의 반성이 필요하다. 당장 이번 대통령 선거부터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선거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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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