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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돌아서고 있다.
▲ 대선 불출마 선언하는 반기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돌아서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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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일 오후 5시 20분]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1일 "정치 교체와 국가 통합을 이루겠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며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날 그는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갑작스레 불출마를 발표했다. 반 전 총장은 오전에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을 방문한 뒤 오후 3시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만나 환담을 나눴다. 반 전 총장 쪽 관계자는 심 대표를 만난 뒤 간단한 내용을 설명하겠다며 오후 3시 반쯤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예정된 시각에 마이크 앞에선 반 전 총장의 표정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그는 "1월 12일 귀국한 이후 여러 지방 도시를 방문하며 민심을 들을 기회를 가졌다. 모든 분들은 우리나라가 모든 면에서 위기에 처했고 오랫동안 잘못된 정치로 인해 쌓여온 적폐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고 말했다. 또 "난국 앞에서도 정치지도자들은 목전의 좁은 이해관계만 급급하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인격 살해에 가까운 모해, 각종 가까운 뉴스로 인해 정치 교체의 명분은 실종됐다"며 "저와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 봉직했던 UN의 명예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고 도했다. 이어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도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는 그의 발언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급작스런 기자회견 그리고 불출마 선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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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곧이어 나온 말은 기자회견장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런 상황에 비추어 저는 제가 주도하여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했다. 저도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저 자신에게 혹독한 질책하고 싶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제가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심경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길 바란다."

반 전 총장은 "오늘의 결정으로 많은 분들을 실망시켜 드리게 된 점 깊은 사죄 말씀드린다"며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덧붙였다. 또 "제가 이루고자 했던 꿈과 비전은 포기하지 않겠다"며 "UN 사무총장으로서의 경험과 국제적 자산을 바탕으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이룩하는 데에 어떠한 방법으로든 헌신하겠다"고 했다. 약 5분짜리 불출마 선언을 마친 그는 추가 질문을 받지 않은 채 국회를 떠났다.

정치권도 당혹스러워... "정치권으로 넘어오며 상처받은 듯"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에 둘러 싸여 자리를 떠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에 둘러 싸여 자리를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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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그의 불출마 선언에 정치권도 당황스런 모습이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곧바로 국회 정론관을 찾아 "반 전 총장의 결단을 존중한다"며 "우리는 처음부터 그가 존경받는 원로로 남아주길 바랐다. 대권을 접었지만 우리 사회에 기여해주길 바란다"는 짧은 브리핑을 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대변인도 "애석하게 생각한다"며 "비록 불출마 선언을 했더라도 반 전 총장의 경험은 소중한 국가적 자산이다. 앞으로도 세계 평화와 남북 평화 정착을 위해 소중한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10년에 걸친 노고를 국민들은 잊지 않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에 큰 보탬과 가르침을 주는 역할을 맡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의 입당 여부를 타진해온 바른정당 쪽은 아쉬워했다. 장제원 대변인은 의원총회 중간에 나와 기자들에게 "굉장히 아쉽다. 대한민국의 정치개혁을 위해 함께 하길 바랐다"며 "당혹스럽다고"도 했다. 그는 "불출마 선언문을 봤는데 본인이 외교 행정가에서 정치권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마음에 상처를 받은 것 같다"며 "결국 정치가 음해하고 헐뜯고 깎아내리는 것을 극복해야 하지 않느냐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본다"고 말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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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들도 목소리를 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그동안 보여준 각오에 비춰보면 뜻밖"이라며 "좋은 경쟁을 하려고 했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또 "반 전 총장은 꼭 정치가 아니더라도 외교 등 다른 분야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분"이라며 "외교문제에 관해서 많은 자문과 조언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부겸 의원은 "반 전 총장이 명예를 지키는 길을 선택했다"며 "대한민국과 국제사회를 위해 더 중요한 일을 감당할 때가 오리라고 믿는다"고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갑작스러운 소식이지만 고뇌 끝에 내린 결정을 존중한다"며 "정치를 직접 하지 않아도 평생의 경륜과 경험을 대한민국을 위해 소중하게 써주길 바란다"고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더욱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반 전 총장은 여전히 국가의 큰 자산이다, 원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불출마 선언 직전 반 전 총장을 만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공교롭게도 저랑 헤어지자마자 회견을 해서 매우 당혹스럽다"며 "반 전 총장 개인에게도,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서도 잘된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전문 보기


태그:#반기문, #대선, #불출마, #반기문 불출마 발표, #반기문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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