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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숙씨
 현숙씨
ⓒ 당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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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현숙씨는 오늘도 바쁘다. 큰 딸 수빈이가 대전에서 학교생활을 하고, 엄마를 가장 많이 도와줬던 큰 아들 장수가 군 입대를 하고나니 엄마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신이 맡은 일을 알아서 잘하고 있지만,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다.

"이제는 애들이 커서 목욕도 알아서 하고 설거지, 빨래, 청소도 분담해서 해요. 가끔은 하기 싫다고도 하지만 기특하게도 맡은 임무는 성실히 하려 하죠. 이렇게 예쁜 8남매가 저에겐 목숨과도 같은 존재랍니다."

홍성에서 태어나고 자란 현숙씨는 28살에 지인의 소개로 남편 한연석(53)씨를 만났다. 많지 않은 나이였지만 당시 또래 친구들보다는 결혼에 늦은 감이 있었다. 친정엄마의 채근에 현숙씨는 남편과 일 년간 교제한 뒤 결혼했다. 그는 2000년이 되던 해 남편의 고향인 당진을 찾았다.

여섯 남매 중 맏딸로 태어난 현숙씨는 농사일이 바쁠 때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했고, 평소엔 어린 동생들에게 한글을 알려주는 똑순이 맏이였다. 현숙씨는 "막내동생과는 나이차이가 13살이나 난다"며 "막내동생을 내가 업어가며 키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동생들과 자주 만날 수 없어 SNS를 통해 근황을 묻곤 한다"며 "형제, 자매가 있기에 든든하다"고 전했다.

형제가 많아 다복하게 자란 현숙 씨는 처음엔 3명의 자녀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어느새 8명의 자녀를 둔 엄마가 됐다. 그는 "때로는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낄 때도 있다"며 "하지만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8남매를 잘 기르고 있다"고 말했다.

"원하는 것 못해줘서 미안해"

신혼을 즐길 새도 없이, 큰딸 수빈이를 임신한 현숙씨는 당시 심신이 너무나도 힘들었단다. 엄마로서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라, 매일같이 울면서 수빈이를 키웠다고. 그는 "육아에 서툴렀을 때 수빈이를 낳아 길렀기에 엄마로서 부족한 점이 많아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아이들을 키우면서 눈물을 참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수빈이가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 했는데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학원을 보낼 수 없었어요. 그래서 남들이 다 가는 피아노학원을 한 번도 보내주지 못했죠. 또한 장수도 학원을 다니고 싶어했지만 집안사정이 어려운 걸 알고 학원을 보내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고요. 장수가 학원을 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몰랐는데, 장수가 아빠한테 혼나면서 서러웠는지 학원을 다니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경제적으로 뒷받침 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컸죠."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

아이들을 낳아 기르면서 힘든 적은 있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는 현숙씨는 결혼을 하지 않았던 때와 결혼을 했을 때, 큰딸 수빈이를 가졌을 때, 그리고 막내 온겸제까지 낳아 기르는 현재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힘든 상황이 매번 닥쳤지만, 잘 견뎌내 왔기에 아이들을 양육하면서도 크게 어려웠던 점은 없었다고. 그는 "결혼하기 전에도 힘듦이 있었고, 결혼 초창기 때도 또 다른 힘듦이 있었다"며 "환경이 변했다고 해서 힘든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느 책에서 여자가 가장 원하는 것은 '자신의 삶에서 주인이 되는 것'이라는 말을 읽은 적 있어요. 내가 주인공인 삶을 사는 것이 제 꿈입니다. 제 꿈을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어요."

현재 현숙씨는 충남 당진지역자활센터에서 근무하면서 나루문학회와 당진수필문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학창시절에 시를 쓴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시를 잘 쓴다는 칭찬을 받고선 시에 빠졌다"며 "이후 수필에 대한 궁금증으로 당진문화예술학교에서 수필을 배우면서 나루문학회와 당진수필문학회에서 활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해서 좋은 수필을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공부를 잘하는 것도,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다만 밝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것이 엄마 현숙씨의 유일한 바람이다. 그는 "아이들이 어떤 일을 하든 즐겁고 밝게 했으면 좋겠다"며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8남매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는 엄마이지만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에게 저는 잔소리 대마왕에 실수투성이 엄마일 것 같아요. 저는 아이들에게 친구같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언제든지 편안하게 고민상담도 하는 친구 같은 엄마요!"

덧붙이는 글 | 당진시대 신문사 김예나 기자



태그:#당진, #다둥이, #8남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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