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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은 대표적인 국민 건강 식품이다. 백 원짜리 동전 2개로 훌륭한 고단백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먹거리가 바로 계란이다. 역전이나 공원에서 노숙하는 노숙인들이 들고 다니는 가방이나 검정색 비닐봉지에는 계란이 함께 했다. 또 이런저런 사정으로 홀로된 사람이나 자취생, 하숙생 등 경제적인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서민들의 반찬에는 계란이 빠지지 않았다.

나라 정치가 국민들을 어렵게 할 때도 든든하게 사람들의 주린 뱃속을 위로한 것이 계란이었다. 하지만 축사에서 닭들이 사라져 닭의 소리를 들을 수가 없자 계란이 귀한 물건이 되어버렸다. 계란 품귀로 외국에서 흰 계란이 수입돼 마트에 진열됐다. 외국산 계란까지 수입이 되자 비용을 아끼고 믿을 수 있는 국내산 계란을 먹으려는 사람들이 양계장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계란 판매 2시간 전인 오전 11시의 모습
▲ 사러 온 순서 표시하는 개인 각자의 표식들 계란 판매 2시간 전인 오전 11시의 모습
ⓒ 김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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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을 사기 위해 양계장 앞에 모인 사람들.
▲ 계란 사기 위해 모인 사람들 계란을 사기 위해 양계장 앞에 모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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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갈현리 소재 한 계란농장에서는 마트보다 싸고 싱싱한 계란을 팔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계란이 귀해지자 입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몰려와, 오후 1시부터 30분 정도만 판매하는 계란을 사기 위해 장사진의 줄을 서고 야단법석의 진풍경이 벌이고 있다. 계란을 사기 위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국민들의 생활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른 것이다.

이곳 계란농장은 상인들과 군부대에 주로 납품하고 남은 것을 일반 시민에게도 판매한다. 기자도 호기심에 계란을 사기 위해 오전 11시에 왔었는데 벌써 15명이 땅바닥에 자기 자리임을 표시하는 물건들을 줄을 세워 놓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낮 12시 반이 넘자 줄을 선 사람들이 도로까지 늘어섰고 타고 온 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웠다.

사람들 사연도 제각각이었다. 설 명절을 맞아 떡국이나 제수에 쓰기 위해 사러 왔다거나 근처에서 토스트집을 운영한다는 사장님, 여기 계란이 맛있어 며느리에게 한 판씩 선물하기 위해 왔다는 사람도 있었다.

농장 출입문 전봇대에는 그날 판매하는 계란 수량을 알려놓고 있었다.

오늘 농장에서 판매 가능한 수량은 160판, 약 80명의 손님들에게 계란을 팔 수 있습니다. 80명 이후에 줄을 서 계시는 분들께는 품절로 인하여 판매가 불가능 합니다. 죄송합니다.

또 계란 30개들이 1판 '왕란 7500원, 특란 7000원, 초란 5000원'하는 가격표와 '죄송합니다. 오늘 생산된 계란은 모두 판매되었습니다' 문구도 보였다.

기자가 줄을 서서 직접 구입한 계란 2판 중 윗판. 왕란 2판 1만5000원에 구입
 기자가 줄을 서서 직접 구입한 계란 2판 중 윗판. 왕란 2판 1만5000원에 구입
ⓒ 김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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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판매 시작 순간에 웅성거리며 사는 사람들
 계란 판매 시작 순간에 웅성거리며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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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은 병아리 집단이 커서 처음으로 낳는 계란인데 크기는 작지만 맛은 있다고 했다. 특란은 중닭이, 왕란은 노계들이 낳는데 알이 커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왕란을 선호한단다. 맛은 젊은 특란이 맛이 있다고 한다. 한 사람 앞에 2판씩만 판다. 시중 마트에서는 30개들이 1판이 1만 원에서 1만2천원 사이로 파니 여기가 몇천 원 싼 셈이다. 그 몇 천원도 아쉬운 때를 서민들은 살고 있다.  

인근에서 왔다는 한 아주머니는 두 번이나 자기 앞에서 줄이 끊겨 못 샀다며 오늘은 11시에 와서 살 수 있게 됐다며 좋아했다. 한 사람 당 2판을 파는데 어떤 사람이 차 안에 있던 아이들까지 다 데리고 나와 8판을 사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았다. 하지만 농장에서는 사람 수대로 판매한다고 하니 어쩔 도리는 없었다. 어떤 할머니도 줄을 제대로 서지 않고 밀차를 갖다 놓고 자리만 잡아두다가 계란을 팔기 시작하니 줄에 끼어들어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정유년 새해 힘차게 울어야 할 전국의 닭들이 조류독감으로 거의 폐사하고 닭의 축사는 거의 비어버렸다. 각종 게이트로 국민들이 국가에 실망하는 이 때 이 때 설상가상으로 닭들이 죽어나가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 어려워졌다. 닭이 울어야 국민들이 그나마 살아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국민이 닭 대신 울어야 할 안타까운 때를 맞았다. 어서 빨리 계란 대란이 지나가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과 서민들의 근심이 사라지기를 바라며 발길을 돌렸다.    

닭이 없는 빈 축사의 모습
▲ 빈 축사의 모습 닭이 없는 빈 축사의 모습
ⓒ 김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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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HTTP://BLOG.DAUM.NET/ZZ, #계란, #닭, #달걀, #조류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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