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닭'의 해 2017년이 밝으면서, 이제 동계스포츠 축제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도 어느덧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로서는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이후 30년 만이자 동계올림픽으로는 최초가 되는 올림픽이다. 평창에서 태극기를 달고 빙판 위를 달릴 평창의 얼굴들을 차례로 소개하고자 한다. 그 두 번째는 빙판 위의 쾌속질주 스피드스케이팅이다. [편집자말]

한국 썰매는 그야말로 '불모지'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종목 가운데 하나였다. 전용 경기장이나 트랙이 없어, 항상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훈련해야만 했거나 외국으로 전지훈련을 가지 않는다면 실전 훈련은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평창을 앞두고 한국 썰매는 순식간에 세계 정상권을 따라잡으며 이젠 톱10에 무려 두 팀이나 오르는 팀이 됐다. 그 중심엔 원윤종(강원도청)-서영우(경기BS연맹)가 있다.

'상전벽해' 한국썰매, 평창 유치로 시작된 역사

원윤종-서영우 이들이 있기 이전에 한국 썰매는 강광배(현 한국체대 교수)가 거의 혼자 이끌다시피 했다. 강 교수는 지난 2010년에 있었던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19위를 기록했다. 이 기록은 당시 한국 봅슬레이 사상 최고 성적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환경은 아무것도 없던 무주공산이었다. 전용 트랙, 전용 장비 등 봅슬레이에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2011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유치되고 난 이후 썰매 저변이 급속도로 바뀌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평창 유치확정 이후 시작된 경기장 건설이 그러했다. 지난해 완공된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가 완공되면서 이젠 한국 썰매팀도 어엿한 전용 트랙을 갖춘 팀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강광배의 뒤를 이어 등장한 원윤종-서영우는 한국 썰매의 본격 '비상'을 대표하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평범했던 체육 교사에서 봅슬레이라고 하는 낯선 종목의 국가대표가 됐고 그렇게 여정이 시작됐다. 썰매는 기록경쟁이기에 무엇보다 출발과 가속도가 레이스의 생명이다. 몸무게가 무거울수록 가속도가 더 많이 붙기 때문에 일정 이상의 체구가 필요했다. 원윤종-서영우를 비롯해 스켈레톤의 윤성빈(한국체대)은 모두 적합한 신체조건을 맞추기 위해 엄청난 양의 식사를 하며 체중을 불려야 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이들이 처음 국제무대에 나선 것은 지난 2011년. 당시 이들은 세계 40위권대의 선수였다. 평창 직전 올림픽이었던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이들은 18위를 기록했다. 밴쿠버 때 강광배가 기록했던 것보다 1단계 높은 순위였다. 그러던 이들은 서서히 기록이 상승하더니 지난 2014-2015시즌 땐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종합 10위에 오르며 기적을 써냈다. 그렇게 이들은 한 걸음 나서기 시작했다.

원윤종-서영우의 기적, 또 다른 드림팀을 만들다

그리고 입문한 지 불과 5-6년 차였던 지난 2015~2016시즌 원윤종-서영우는 결국 월드컵 랭킹 1위라는 초유의 성적을 거뒀다. 한국 썰매가 그야말로 새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총 8번의 대회 가운데 이들은 금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기록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이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웠다.

그리고 올 시즌에도 꾸준히 톱10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차 대회에서 동메달로 출발한 이들은 2차 대회에서 4위를 기록했고 이후 5차까지의 대회에서 모두 5~8위권을 기록했다. 시즌 개막 직후 원윤종의 경미한 부상으로 인해 몸 상태가 최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톱10 안에서 충분히 메달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선전은 곧바로 또 다른 드림팀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김동현-전정린(이상 강원도청) 조가 그러하다. 이들은 올 시즌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원윤종-서영우 팀과 함께 꾸준히 월드컵 대회에 출전했던 가운데, 지난 시즌에는 10~20위권 사이의 성적을 냈다. 그런데 올 시즌 이들은 눈에 띄게 올라온 모습이다. 월드컵 개막 직전 B급 대회였던 북 아메리카컵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이들은 월드컵 1차 대회에서 6위, 2차 대회 7위에 올랐다. 당시 원윤종-서영우 조가 3, 4위를 기록했으니, 한국 썰매 두 팀이 두 대회 연속으로 톱10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사실 김동현은 오랜 기간 썰매 종목을 탔던 선수다. 현재 대표팀의 최고참이자 가장 경력이 많은 선수도 김동현이다. 그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땐 강광배 교수와 함께 봅슬레이 4인승 경기에도 출전했었다. 김동현은 전정린과 함께 2012년부터 호흡을 맞춰 지금까지 함께 2인승 경기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한국 썰매팀도 월드컵에서 두 팀이 톱10에 오를 수 있는 저력을 갖춘 팀으로 성장했다.

원윤종-서영우의 목표는 단연 평창에서 가장 높은 시상대에 서는 것이다. 소치 이후 한국 썰매는 고 맬컴 로이드 코치가 지도해 경기력을 크게 향상했다. 그랬던 그는 지난 시즌 원윤종-서영우가 본격 활약을 시작하던 시점에 그만 세상을 떠났다. 당시 월드컵 4차 대회에 출전했던 원윤종-서영우는 동메달을 목에 걸고 로이드 코치를 추모하는 뜻으로 알파벳 'G' 스티커를 썰매에 부착하고 뛰었다. 그리고 시상대에서도 그를 기리기 위해 걸개를 만들어 애도했다.

이들은 평창에서 반드시 최고의 자리에서 스승의 꿈과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 썰매의 설움을 잊고 환하게 웃겠다는 각오다. 한국 썰매는 아스팔트 맨바닥에서 시작해 세계 1위에 올랐다. 그리고 평창은 한국 썰매가 새로이 출발할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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