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 FIFA

국제축구연맹 FIFA ⓒ FIFA


국제축구연맹(FIFA)이 최근 잇달아 파격적인 개혁안을 꺼내 들며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 최고의 국가 대항전으로 꼽히던 월드컵 본선이 2026년부터 기존의 32개국에서 48개국 체재로 확대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이번엔 경기 룰 개혁에 나섰다.

마르코 판 바스턴 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FIFA 기술개발위원장은 최근 월드컵 본선 조별예선 승부차기 도입과 오프사이드 폐지, 10분 퇴장, 쿼터제 도입 등을 핵심 정책으로 하는 개편안을 제시했다. 아직은 기획단계에 불과하지만, 현실로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지금껏 생각해오던 축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는 큰 변화다.

조별리그 승부차기 도입은 월드컵 48개국 체제로의 확대와 더불어 예상되는 조별리그 운영방식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하여 제시된 대안이다. 본선 48개국 체제에서는 1조에 3개 팀씩 16개 조가 조별리그를 치르고 상위 2팀이 토너먼트로 올라가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1조 4개 팀 체제에서 승부 조작의 여지를 막기 위하여 조별리그 최종전은 같은 시간대에 치르는 것과 달리, 1조 3개 팀 체제에서는 두 팀이 경기할 때 한 팀은 쉬게 된다. 이 경우,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두 팀이 담합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승부를 조작할 가능성이 발생한다.

조별 예선 승부차기와 10분 퇴장제 도입

조별 예선부터 승부차기가 도입되어 모든 경기에 승부를 가리게 되면 이런 위험성을 방지할 수 있다. 다만 승부차기 방식도 바뀐다. 현재는 골문에서 약 11m 떨어진 거리에서 공을 위치한 뒤 키커의 슛을 골키퍼가 막아야 하는 방식이었다면, 새로운 승부차기에서는 골대로부터 25m가량 떨어진 지점부터 키커가 드리블 이후 슛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오렌지 카드와 10분 퇴장제의 도입도 흥미롭다. 현재 축구는 옐로카드(경고)와 레드카드(퇴장)로만 나누어져 있는데 오렌지카드는 그 중간 단계 격으로 심한 파울을 저지른 선수를 10분간 그라운드 밖으로 쫓아낸다. 럭비나 아이스하키의 규정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후반 45분으로 나누어지는 현재의 경기 시간을 농구와 같은 쿼터제로 개편하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농구도 원래는 전·후반 20분씩 40분 경기로 운영되었지만, 프로화 이후 10분씩 4쿼터제가 정착된 바 있다.

쿼터제를 시행할 경우 경기 중간 휴식 시간이 늘어나며 선수들의 체력관리 및 감독의 다양한 전술변화가 용이해져서 축구 경기운영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경기 중간 광고 유치 등도 더 수월해져서 방송 중계와 마케팅에도 이점이 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쿼터제를 시행할 경우, 아예 농구처럼 경기중 작전타임의 도입이나 현재 경기당 3장까지만 허용되는 교체 카드의 한도를 더욱 늘리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FIFA의 이러한 개혁안은 오늘날의 축구라는 스포츠를 달라진 시대변화와 맞물려 좀 더 매력적으로 리모델링할 필요가 있다는 명분에서 비롯됐다. 기존의 룰과 전통에 익숙해져 있는 축구인이나 팬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시대 흐름을 쫓아오지 못하는 일부 낡은 룰에 대한 부분적인 개혁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온 바 있다. 실제로 FIFA의 개혁안은 몇 가지 제도적인 검토와 보완만 이뤄진다면 꽤 침신한 주장들도 있다.

축구 본연의 가치·재미 훼손 할거란 우려도

하지만 FIFA의 이러한 과감한 개혁안이 오히려 축구 본연의 가치와 재미를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찮다. 대표적으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오프사이드 폐지론이다.

오프사이드는 공격팀 선수가 상대 수비팀 진영에서 볼보다 앞서 있을 경우 적용되는 반칙이다. 폐지론자들은 오프사이드 규정이 수비축구를 부추겨 축구의 공격적인 재미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 한다. 전력이 약한 팀들은 골키퍼를 포함하여 11명의 선수가 골문 근처에 운집하여 수비에만 치중하는 '텐백축구' '버스축구'가 벌어지기도 한다. 오프사이드가 폐지되면 공격수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지면서 득점력도 향상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폐지 반대론자들은 오프사이드가 폐지되는 순간, 축구의 전술적 재미는 실종되고 '동네축구'가 되어버릴 것이라고 반박한다. 공격수는 수비에 가담하지 않고 골문 근처에만 어슬렁거릴 것이고 롱패스와 개인플레이가 난무하는 난장판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오프사이드 자체에 대하여 결코 오해해서는 안 될 부분은, 오프사이드가 수비만을 위한 규정이라는 착각이다. 오프사이드를 통하여 수비진을 비롯한 축구 선수들이 전술적인 움직임과 공간 활용에 대한 개념을 습득하는 과정이다. 오프사이드가 사라지는 순간 축구의 팀플레이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축구 규칙의 변경은 FIFA와 국제축구평의회(IFAB)와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구체적인 제도 개편과 실행으로 가기까지는 충분한 절차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FIFA 기술위원회가 직접 중요한 규정 변화에 대한 화두를 던진 것은 예사롭게 볼 사안은 아니다. FIFA의 심상치 않은 파격 행보가 축구의 인기를 중흥시키는 개혁이 될지, 아니면 상업적인 이익만을 위하여 축구의 재미를 망가뜨리는 자충수가 될지 더 지켜볼 일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FIFA 개혁 월드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