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

<썰전>의 유시민은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대권 행보를 불편해 했다. ⓒ JTBC


"동상 만들고 찬가나 만들고 이러니까 진짜 기가 막히는 거예요."

'단두대' 전원책 변호사의 인상비평도 박하기 짝이 없었다. 지난 12일 귀국 후 일주일 넘게 대선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평가 말이다. 19일 방송된 JTBC <썰전> 역시 '턱받이 논란'을 비롯해 연일 논란을 키우고 있는 반기문 전 총장에 대한 평가에 나섰다.

"컨벤션 효과가 없다"고 타박하는 전 변호사와 함께 유시민 작가는 좀 더 강렬한 평을 남겼다. "솔직히 기분이 안 좋아요"라고 까지 언급했다. 이날 유 작가가 반 총장과 관련 '인 마이 포켓'론으로 정리한 촌평은 방송 다음 날인 20일까지 SNS상에서 회자하고 했다. 그렇다면 유 작가는 왜 기분이 나빴을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행보를 보면서, 저는 약간 마음에 어떤 찜찜함이 남아요. 왠지, 공유 재산을 사유화해버렸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반기문 씨가요. 이분이 유엔 사무총장이 된 게,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이었기 때문에 된 거지 개인기 때문에 된 게 아니었어요.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는 나라 아니야?' 이런 느낌? 정파를 불문하고 한국인이 UN 사무총장이 된다는 건 우리에게 자랑스러운 일이잖아요. 근데 말끝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보고 배우고 느낀 걸 가지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얘기를 자꾸 하니까 온 국민의 공유 재산을 반기문 씨가 '인 마이 포켓(In My Pocket)' 해버렸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예요."

유 작가는 "대체로 약소국에서 유엔 사무총장이 배출된다"는 전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의견을 달리했다. 당시 아시아 국가에서 유엔 사무총장이 선출될 수 있는 시기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세간의 평가와 궤를 같이하는 해석이었다.

"그러니까 이 자리는 대한민국이 만들어준 자리예요. 정파 간의 대립과 날 선 정치적 공방과 욕망이 충돌하는 이 대선 공간 속으로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자리를 끌고 들어와 버린 게, 진짜 공유 재산을 사유화해버린 거다, 이런 느낌 때문에 솔직히 기분이 안 좋아요(중략). 저 같으면 절대 출마 안 해요. '국적과 정파를 초월해서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는 활동을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진짜 사람들이 다 박수 칠 텐데."

반기문 우려하는 유시민, 특검 우려하는 전원책

 19일 방송된 <썰전>의 한 장면. 전원책의 예언은 이번에도 맞아 떨어졌다.

19일 방송된 <썰전>의 한 장면. 전원책의 예언은 이번에도 맞아 떨어졌다. ⓒ JTBC


또 하나 흥미로운 포인트는 물론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였다. 결론적으로 유 작가는, 틀렸다. 그는 "영장 담당 판사가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데"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그래도 발부하지 않나..."라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반면, 전 변호사는 시종일관 "영장 발부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예언가'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한 전 변호사의 신중함은, 결국 조의연 부장판사가 19일 영장을 기각함으로써 다시 한번 들어맞았다고 할 수 있다. 영장 기각 3일 전 진행된 녹화에서 전 변호사가 든 기각 사유는 "뇌물 혐의에 있는 사람(박 대통령)을 조사하지 못했다"와 같은 일반론에 가까웠다.

또 전 변호사는 "삼성이 삼성물산 합병의 대가가 아니라 대통령이 불같이 화를 냈기 때문에 돈을 냈다"는 삼성 측의 주장과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의 구속"과 물증과 진술을 확보했다는 특검의 입장을 고려, "내가 영장 전담 판사라면 깊은 고민을 할 것"이라는 신중론을 폈다.

삼성 외에 여타 기업에 대한 특검 조사가 꽤 복잡하리라 예측한 전 변호사가 박영수 특검과 관련해 신중론을 편 대목은 또 있었다. "특검이 앞으로 조사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에 대한 조사와 더불어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최순실씨에 대한 조사도 남은 마당에 "가장 큰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남겨뒀다는 것이다. 다음 달 28일로 예정된 특검팀의 수사 기한에 대한 납득할 만한 우려가 아닐 수 없었다.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 <썰전>의 선택은?

 19일 방송된 <썰전>의 한 장면. 박형준·정청래 전 의원이 출연하여 입담을 뽐냈다.

19일 방송된 <썰전>의 한 장면. 박형준·정청래 전 의원이 출연하여 입담을 뽐냈다. ⓒ JTBC


사실 이날 <썰전>의 중심추는 후반부에 쏠려 있었다. 그간 안민석·하태경·김성태 의원 등 유시민·전원책 고정 패널 외에 다수의 정치인을 출연시켰던 <썰전>은 이날 대권 주자 분석에 이은 신년 특집으로 이른바 '야인'이라고 표현한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형준 전 한나라당 의원을 출연시켰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두 전 의원의 출연시간이 유시민·전원책 두 고정 패널의 출연 시간과 거의 같았다는 사실이다. 과거 여타 정치인들의 출연시간에 비하면 월등히 많은 분량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날 진행자 김구라를 연거푸 헛웃음을 짓게 만든 정청래 전 의원의 '입담'이 '정치 예능'인 <썰전>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제작진의 판단인지, 이른바 '편집점'이라 불리는 편집 시점을 잡기 힘든 정 전 의원의 화술 때문인지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확실히 이례적인 출연 분량이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좀 더 시야를 넓혀 보면, <썰전>이 지속해서 정치인들의 인재풀을 넓혀가는 건 여러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재풀은 지난 200회 특집에서 자랑한 바와 같이 '인맥'을 넓히고 여의도 내 인지도를 넓혀가는 것이 하나의 이유라면 향후 출연진의 모색에도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차기 주자로 출발한 채널A의 <외부자들>은 방송인 남희석의 진행과 함께 정봉주·전여옥·안형환 전 의원과 진중권 교수를 패널로 섭외하며 훨씬 더 많은 '스피커'를 활용하는 전략으로 차별화를 이뤘다. 아직 방송 초반이지만, 이러한 4인·5인 체제를 <썰전> 역시 염두에 둘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른바 '정치의 계절'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활발한 SNS 활동과 함께 그간 다수의 팟캐스트 출연으로 '입담'을 자랑했던 정청래 전 의원은 확실히 흔치 않은 캐릭터라 할 만하다. '보수'를 대변하면서도 전 변호사와 정반대로 올곧은 '교수님' 이미지가 강한 자타공인 'MB맨'인 박형준 전 의원도 토론 프로그램의 단골 게스트였다.

200회를 넘기는 동안, <썰전>은 후반 20여 분의 분량을 다채롭게 변화시켜 왔다. 대중문화 분석으로 시작, 경제 트렌드에 이어 최근 정치 분야의 여타 게스트들이 출연하는 '특집'까지 변화시켜 온 셈이다.

이날 색다른 '케미'를 선보인 정청래·박형준 전 의원의 출연은 그래서 좀 더 도드라져 보였다. 현직 의원이 아닌 만큼 방송 출연에 대해 좀 더 유연할 수 있는 출연자이기도 했다. 이날 <썰전>이 두 전 의원의 방송 분량을 늘인 것은 1회성일 수 있지만, 후반부 코너에 대한 선택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확실히 이날 방송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특수'를 누린 <썰전>이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을 맞아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드는 회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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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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