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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국정감사와 검찰 수사를 앞두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관련 핵심 증인인 전국경제인연합회 임원에게 허위진술을 종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안 전 수석은 이 임원에게 '두 재단 설립 과정에 청와대 개입이 없었다'는 취지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전경련에서 진실을 은폐하는 취지의 답변 논리를 만들어오자 '잘했다'며 격려한 사실도 공개됐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같이 진술했다.

이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 부회장은 검찰이 '국감에 출석할 때마다 안 전 수석이 전화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재단 모금에 참여했다는 취지로 말해 달라고 했느냐'고 묻자 "자발적으로 한 것이고 청와대 개입한 적 없다고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청와대 개입 안했다' 진술 요구...압수수색 준비 시키기도

지난해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 물 마시는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지난해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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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부회장은 이날 법정에서 증인선서를 한 후 그간 언론매체, 국회 등에서 진술했던 내용들을 모두 번복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청와대가 주도한 작품이고 전경련은 그저 안 전 수석 등의 지시만 충실히 따랐다는 것이다.

검찰 증거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이 일이 처음으로 보도되기 전부터 이 부회장에게 전화해 '이 사건이 잘 마무리되도록 힘써 달라'고 부탁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7일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7일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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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저는 사실 사건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 전 수석이 연락을 해서 분명하게 (재단을 전경련이 주도했다는) 입장을 밝혀 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안 전 수석이 허위진술 요구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긍정했다.

"제가 국정감사를 세 번 나갔는데. 첫번째 나가서 그렇게(청와대는 관련 없다는 취지로) 얘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두번째 나가기 전에 고발이 됐습니다. 그래서 두번째 나가서부터는 뭘 물어보면 '수사중이라 얘기할 수 없다'고 하겠다고 안 전 수석에게 얘기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맞장구를 치고 국감 끝나자 '잘했다'고 했습니다."

안 전 수석은 이 부회장에게 검찰 조사에서도 '청와대는 개입하지 않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해줄 것을 부탁했다.

이 부회장이 "회사가 군대조직도 아니고 나 혼자면 모르겠는데 직원들은 통제가 어렵다"고 하소연했지만 안 전 수석은 계속 허위진술을 요구했다. 이 부회장은 "안 전 수석이 검찰 가서 그렇게 얘기하면 다 넘어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자꾸 그런 전화가 와서 제가 검찰 조사 전에는 아예 전화를 안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랬더니 보좌관을 시켜서 전경련의 제 부하직원에게 허위진술을 부탁하는 메모를 좀 전달해 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메모는 법정에서 공개됐다. 메모에는 '수사팀 확대 야당 특검 전혀 걱정 안하셔도 되고 새누리특검도 사실상 우리가 먼저 컨트롤하기 위한 거라 문제없다', '모금 문제만 해결되면 전혀 문제 없으니 고생하시겠지만 너무 걱정 말라'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안 전 수석은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압수수색을)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두 차례 전화를 먼저 걸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전화를 받고 부하 직원에게 휴대전화를 파쇄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안 수석이 압수수색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휴대전화를 바꿀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안종범, #전경련, #이승철, #최순실, #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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