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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1월  22일 오전 용산 남일당 진압작전 도중 사망한 고 김남훈 경사 영결식이 열린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영결식장에서 진압작전을 승인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고개를 숙인 채 굳은 표정으로 운구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09년 1월 22일 오전 용산 남일당 진압작전 도중 사망한 고 김남훈 경사 영결식이 열린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영결식장에서 진압작전을 승인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고개를 숙인 채 굳은 표정으로 운구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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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가 이 법정에 서야 합니까? 내 남편을 죽인 김석기는 처벌하지 않고, 왜 피해자인 유가족이 이 재판을 받아야 합니까?"

생애 처음 법정에 선 용산참사 유가족 김영덕(고 양회성님 아내)님은 원통함에 호통치듯 판사를 향해 말했다. 지난 20대 총선에 출마한 김석기(현 새누리당 국회의원, 경북경주)에게 용산참사 유가족과 활동가들은 '국회가 아닌 감옥에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검찰은 이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그리고 용산참사 8주기를 정확히 일주일 앞둔 지난 13일, 대구지법 경주지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용산 유가족과 활동가들에게 벌금형의 유죄를 선고했다.

살인개발에 저항하는 철거민들의 목소리를 단 하루 만에 살인진압으로 학살한 진압 책임자 김석기를 단 한 번도 법정에 세우지 못하고, 그 피해자 유가족들이 김석기로 인해 법정에 서서 유죄라고 판결되는 서러운 8주기를 맞고 있다.

용산참사 지휘 책임자 김석기의 8년

2009년 1월 20일 용산참사 발생 직후, 김석기는 진압작전 지휘 책임자(당시 경찰청장 내정자, 서울경찰청장)임에도 불구하고 "무전기를 꺼놨다"며 지시의 책임을 회피해왔다. 철거민은 물론 경찰특공대원의 죽음에 대해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명박 정권에서 오사카 총영사로 임명됐고, 임명 8개월 만에 중도 사퇴하고 돌아와 2012년 경주에서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당시 김석기의 죄를 물으러 달려간 유가족들을 피해 김석기는 도망 다녔고 결국 낙선했다.

이명박 정권에 이어 출범한 박근혜 정권은 김석기를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의 낙하산 사장으로 임명하며, 유가족들의 주장처럼 사실상 '용산참사 계승 정권'임을 선언했다. 김석기는 이때부터 용산참사에 대해서까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용산 사고의 본질은 불법폭력시위로부터 경찰이 선량한 시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법질서를 바로 세운다는 정당한 법집행에서 출발한다"라며 진압 책임자로서의 당당함을 과시했다. 그리고 2016년, 역시 임기를 채 마치기 전에 박근혜 사진으로 도배된 선거사무소를 열었다. 경주시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가 되었고, 최경환이 지원하는 '진박' 인증과 함께 당선되었다.

그리고 그는 거침없어졌다. 백남기 농민을 죽음으로 내몬 물대포 진압에 대해 "우리나라 해역에 들어와 불법 어업을 하는 중국 어선을 상대로 단속하는 과정에서 행사하는 정당한 공권력 행사와 비슷하다"는 망언을 퍼부었다. 최근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김석기는 '대통령님의 진정성을 믿는다', '100만 촛불? 거짓말이다. 경찰 추산이 정확하다'고 했다.

경주시민들에게는 태극기 들고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하라고 했다. 게다가 최순실 태블릿이 가짜라며 새누리당의 '태블릿PC 진상규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동시에 김석기는 새누리당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혁신안을 지지하는 초선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친이에서 진박으로 갈아타고, 가짜 혁신에 묻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에서 박근혜까지... 그들은 한 배에 탔다

우리는 박근혜와 그 측근의 끝없는 부정부패의 연쇄 고리에 연일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다. 불의의 시작을 철저히 밝혀내 그 역사를 청산하지 않으면 그 비리-부정의 역사는 반복되고 세대를 거듭해 걷잡을 수 없이 거대해진다는 것을 지금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다. 용산참사의 비극은 참사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책임자를 단죄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하면, 그 책임이 결국 피해자들에게 덧씌워진다. 그들이 뱀처럼 허물 벗고 이합집산하며 만들어내는 거대한 부정부패와 국가폭력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용산참사의 책임자들을 반드시 소환해 죄를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박근혜 탄핵 정국의 뒤편에서 웃고 있을 이명박을 용산참사의 책임자로 소환해야 한다. 온 국토를 공사판으로 만들어 살인개발을 밀어붙이고, 법질서 수호라는 이름으로 살인진압을 최종 승인한 이명박을 몰락하는 박근혜 정권과 함께 처벌해야 한다.

우리는 용산참사를 2009년 1월 20일에 있었던 과거의 한 사건으로 가둬둘 수 없다. 국가폭력에 의한 학살의 그 날을 잊지 않은 우리가,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으로 계승된 국가폭력과 학살들을 잊지 않고 있음을 선언하고, 책임자들을 불러내자. 이명박과 김석기, 박근혜에 대한 처벌이야말로, 국가폭력의 고리를 끊고 원통한 죽음들을 막는 시작이 될 것이다.


태그:#용산참사, #이명박, #김석기, #재개발, #국가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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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은 경쟁을 강요하고 격차를 심화시키는 사회에서 발생합니다. 빈곤사회연대는 가난한 이들의 입장에서 한시적 원조나 시혜가 아닌 인간답게 살 권리, 빈곤해지지 않을 권리를 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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