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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 기사는 지난 여름에 연재하였던 <제주 아이들이 소개하는 환경여행지> 다음 이야기로, 이번에는 '제주 역사'를 주제로 아이들끼리 여행하고 돌아와 그들이 쓴 여행기입니다. 현재 제주 광양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 어린이들이 프로젝트 수업 과정에서 '모둠별로' 스스로 역사여행지를 선택하고, 공부하고, 교통이나 각종 정보를 조사한 후, 예산을 짜고, 좌충우돌 여행을 다녀오기까지 배우고 느낀 점을 쓴, 각자 인생에서 보자면 최초의 여행기인 셈입니다.

아이들은 모둠 친구들이 쓴 여행기를 돌려 읽고서, 살릴 부분과 삭제할 부분을 가려낸 후, 전체적인 흐름에 맞게 고치고 추가하는 '집단 글쓰기'의 고단하지만 의미 있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문장의 짜임새가 다소 부족하고 투박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점을 누군가에게 전하고자 하는 진지함만큼은 부족하지 않게 담겼습니다. 더불어, 아이들끼리 떠난 '스스로 여행'의 앞뒤 맥락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그들의 교사인 제가 얼마 정도의 글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 기자 말

 아이들끼리 떠나는 역사여행(제주4.3평화공원)
 아이들끼리 떠나는 역사여행(제주4.3평화공원)
ⓒ 햄스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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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어느 수요일 이른 아침. 배낭을 메고 학교 운동장으로 모여드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그들이 피워 올리는 재잘거림은 가을 이즈음이면 바다 물빛을 닮아가는 제주의 하늘처럼, 높고 푸르고 경쾌하다. 오늘은 5학년 들어 두 번째로 아이들끼리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지난 유월 그들끼리의 첫 여행 날에 비하자니, 아이들 분위기는 '완전' 여유롭다.

사실 교사인 나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하루지만 낯선 세상으로 그들끼리 떠나보낸다는 마음에 왠지 안쓰럽고 불안하고 미안했던 지난 첫 여행과는 사뭇 다르다. 그만큼 아이들은 스스로와 친구들에 대한 믿음이, 나는 제자인 그들에 대한 신뢰가 쌓였다는 뜻이겠지.

제주의 혁신학교인 우리 학교는 학년별로 여러 다양한 프로젝트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5학년의 경우, '여행과 글쓰기'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 수업을 해왔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한 해 동안 '나다움을 찾아가는 여행(인성)' '자연과 함께 하는 삶(환경)' '과거로 떠나는 여행(제주 역사)' '꿈과 행복을 찾는 사람들(예술)' 등을 주제로 4번의 하루짜리 여행을 떠난다.

이때 아이들은 여행 전에 각 주제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모둠별로 여행지를 선택하고, 그곳까지 가는 버스노선과 교통비와 입장료와 맛집 정보까지 모두 스스로 조사하여 파워포인트로 정리하여 발표한다. 그리곤 한 모둠 당 4-5명씩인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돌아오면 여행기를 쓰고, 자신이 배우고 느낀 점을 후배들에게 알려주는 '나는야 꼬마선생님' 활동을 하거나 '시 사진전'을 열거나 '제주 역사여행지 홍보지'를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12세, 남녀 7세 부동석!
 우리는 12세, 남녀 7세 부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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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날 아이들은 지금 그들끼리 떠나는 두 번째 하루짜리 여행을 앞두고 투명한 하늘 위로 이른 아침의 설렘을 피워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과거로 떠나는 여행, '제주의 역사'다. 초등학생들은 5학년 2학기가 되면 사회시간에 역사를 배우기 시작하지만, 제주 아이들에게 교과서 속의 역사는 참으로 먼 이야기들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유물들은 낯설고, 유적들 역시 비행기를 타고 가야 접할 수 있는 멀리 있는 풍경들이다. 제주아이들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글자, '탐라'의 역사도 교과서 속 중앙 역사에서는 찾을 길이 없다.

그리하여 제주의 역사를 9가지 소주제로 간추려 두 달 동안 함께 공부하고 직접 답사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역사가, 지금 아이들 자신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 관계를 몸으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랐던 셈이다(*9가지 소주제: 제주의 시작-탄생신화, 제주의 선사시대, 탐라순력도에 담긴 제주, 나눔을 실천한 김만덕, 유배의 땅과 추사 김정희, 몽골의 흔적을 찾아서, 제주 해녀의 삶과 역사, 항일운동, 평화를 찾아서-제주 4.3).

교사의 덧붙이는 글이 길어졌다. 이제 아이들이 직접 쓴 모둠여행기를 소개하겠다. '햄스터네' 모둠의 글이다.

햄스터네 모둠의 파란만장 여행기

(* 글과 사진: 제주 광양초등학교 5학년 강혜리, 김동렬, 부건도, 현지수)

우리는… 드디어 여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 여행은 시작부터 충격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우리 모둠은 원래 8시 50분에 학교 다목적구장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그런데 남자 애들이 8시 30분이라고 착각해서 모두 8시 30분에 모이게 되었다. 동렬이는 오자마자 자신의 역할인 사진 찍기를 놔두고 기록인 줄 착각하여 펜을 가져와서는 "나 이거 왜 가져 완?"이라고 하며 후회했다.

우리는 시청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시티투어버스가 오는 정류장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학부모 안전도우미 선생님이 혹시 모르니까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지수가 시외버스가 오는 정류장 쪽에 있는 **제과점에 들어가서 물어보았다. **제과점 주인아주머니께서는 여기는 시내버스 정류장이니까 시티투어버스는 위쪽에 있는 정류장으로 가라 하셨다.

 첫 번째 고난(제주시티투어버스 타기)
 첫 번째 고난(제주시티투어버스 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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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위쪽으로 가서 파리바게트에 들어가서 다시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반대쪽 정류장이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반대편 정류장으로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순간, 지수의 눈에 파리바게트 앞 정류장, 그러니까 우리가 그 전에 있었던 시내버스가 오는 정류장에서 시티투어버스 표지판이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황급히 되돌아와서 시티투어버스를 겨우 탈 수 있었다. 이것은 첫 번째 고난일 뿐이었다.

우리는 오전 9시 3분 정도에 시티투어버스를 탔다. 30분밖에 안 탔는데, 벌써 지루했다. 학부모 안전도우미 선생님께서 껌을 건네주셨다. 우리는 껌을 씹으며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9시 37분에 4.3평화공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어디가 어딘지 몰라서 일단 눈에 보이는 곳으로 다가갔다. 거대한 푸딩(?)처럼 생긴 건물은 텅 비어있었다. 그렇게 헤매다가 겨우 지도를 발견하고, 드디어 4.3평화공원 탐방(?)을 시작했다. 이것이 두 번째 고난이었다.

 조각상 '비설'로 가는 길
 조각상 '비설'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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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각상 비설 앞에서
 조각상 비설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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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먼저 '비설'이라는 조각상을 보았다. 길은 달팽이같이 생겼는데 '원이자랑'이라는 제주도 자장가가 쓰여 있고 미궁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 좀 으스스했다. 그리고 길 끝에는 눈같이 생긴 돌 위에 어떤 아주머니께서 아기를 안고 엎드려 있었다. 첫 번째 충격이었다. 아기를 안고 죽은 변병생 모녀를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우린 거기서도 사진을 찍었는데, 혜리가 TT(눈물) 모양으로 사진을 찍자고 하니까 애들이 다 눈치 없다고 했고, 혜리는 미안해했다.

그런 후에 위령탑과 각명비를 보러갔다. 4.3사건의 희생자 이름들을 다 보고나니, 4.3사건이 얼마나 끔찍한 사건인지 알 수 있었다. 위령탑을 보고 위패 봉안소에 갔는데, 혜리의 샤프가 없어졌다! 그 전날 샀던 샤프였다…. 혜리는 많이 아쉬워했다.

우린 향을 피우려고 라이터를 켰지만 불이 잘 붙지 않았다. 슬펐다. 습기 때문이었다. 포기하고 위패를 보고 방명록에 우리 모둠 이름을 다 적었다. 희생자의 이름이 너무 많아 다 볼 수 없었다. 두 번째 충격이었다…. 사상 최악의 민간학살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슬프다, 향을 피우려다 실패....
 슬프다, 향을 피우려다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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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잠깐 화장실에 들러 숨을 돌리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담임선생님이신 용쌤이 오셨다. 어떻게 찾아오신 거지? 세 번째 충격이었다. 선생님이 많이 반가웠다. 커피를 드시고 계셔서 건도가 가지고 있던 비스킷을 하나 드렸더니 쌤이 "커피엔 역시 비스킷이지!" 하며 좋아하셨다~ㅎㅎ.

그런 다음 쌤과 함께 4.3기념관에 갔다. 그런데 문이 안 열리는 것이다! 그래서 출입구를 찾아보려고 요리조리 살펴보았지만, 출입구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포기하고 내려가려 하는데, 아래쪽에서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다! 어이없게 출입구를 찾았다.

안내데스크로 가서 어디를 먼저 관람하면 좋을지 알아보았다. 그래서 '송아지'라는 영상을 보러 대강당에 들어갔다. 살짝 울컥했다. 슬픈 우리의 역사였다. 영상을 보는 도중에 용쌤은 바람처럼 사라지셨다. 아마도 다른 모둠 친구들을 보러 가셨을 거다. 영상이 다 끝나고, 4.3기념관을 마저 관람했다. 그때 잡힌 사람들을 고문했던 도구를 보았는데, 너무 끔찍해서 입으로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것이 우리들의 네 번째 충격이었다.

 또 한 번의 충격!(4.3평화기념관에서)
 또 한 번의 충격!(4.3평화기념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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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슬픔이 나에게도
 역사의 슬픔이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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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평화공원 관람을 마치고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동렬이와 혜리는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잠이 들었다. 건도가 동렬이의 잠자는 모습을 핸드폰으로 찍었다. 지수도 혜리의 잠자는 모습을 찍었다. 찍는 순간 동렬이와 혜리가 깼다! 혜리는 화가 나 당장 지우라고 했지만, 지수가 "너도 내 사진 있잖아~!"라고 돌직구를 날려서 혜리가 인정함으로써 이 사건(?)은 끝이 났다.

동문시장에 내렸더니 '짬뽕(3모둠)'이 놀고 있었다. 헛웃음밖에 안 나왔다. 여기서 만난 것이 너무 신기했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우리들은 동문시장 떡볶이 집에 도착했다. 우리 모둠은 튀김 2인분 떡볶이 2인분을 시켰다. 음식이 금방 나와 좋았다. 아, 사진 찍기는 필수! 그런데 떡볶이가 너무 매웠다. 입에서 불이 난 것 같았다. 그래서 매운 음식을 잘 먹는 동렬이가 떡볶이는 거의 다 먹은 것 같다. 그러고 나서 동문시장을 나갔는데 아직도 '짬뽕모둠'이 놀고 있었다. 우리는 친구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지하상가를 통해서 두 번째 목적지인 관덕정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그렇게 멀지 않아 좋았다.

제주도민은 무료였다. 그런데 관덕정에 들어갔더니 이번에는 '컨시드레이션(2모둠)'이 놀고 있었다. 우리 모둠은 다리를 찢는 옛날 고문기구도 체험하고 널뛰기도 해보았다. 널뛰기는 잘 못해서 위험했고 다리 찢는 것은 아팠다. 그리고 컨시드레이션 친구들이랑 놀려고 하는데 리나가 그래도 관덕정을 더 구경하고 놀아야 하지 않겠냐고 해서 우리들은 관덕정을 더 둘러보았다.

 네 이놈 네 죄를 알고 있으렷다!
 네 이놈 네 죄를 알고 있으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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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널뛰기 체험 어렵네!
 널뛰기 체험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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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다음에 컨시드레이션 모둠과 술래잡기를 했다. 얼음땡도 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그런데 사고가 있었다. 지수가 '얼음'을 했는데 술래가 지키고 있어서 혜리가 '땡'을 해주었는데 지수가 혜리 위로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수는 그렇게 많이 다치지 않았고 혜리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그냥 일어났다. 학부모 안전도우미 선생님께서 조심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우리 모둠은 2시에 관덕정에서 나가서 '베스킨라빈스'를 갔다. 동렬이는 실수로 '파인트'를 시켜서 양이 너무 많아 한숨을 쉬었다~ ㅋㅋ. 그래서 동렬이는 포장해서 나갔다.

우리 모둠은 다시 10번 버스를 타고 삼성초등학교 앞 정류장에 내렸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삼성혈로 걸어갔다. 우리 학교와 가까운 곳이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생각보다 크고 신기했다. 그런데 삼성혈 주변에 공사를 하고 있어 우리들은 문을 닫은 줄 알고 걱정했더니 아니었다. 우리는 해설사 선생님을 만나 설명을 들으러 갔다. 삼성혈은 삼신인이 태어난 구멍이 있는 곳이라 했다. 설명이 부족하게 느껴져서 좀 실망이었다. 그래도 기본적인 지식은 프로젝트 수업시간에 공부해서 괜찮았다.

 우리 학교에서 가까운데도 처음이다!(삼성혈)
 우리 학교에서 가까운데도 처음이다!(삼성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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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도는 '부'씨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삼성문과 삼성전을 보러갔는데 거기엔 향을 피우는 곳이 있어 향을 피웠다. 혜리는 향냄새를 좋아했다. 마지막으로 한 5분쯤 기다려서 동영상을 보았다. 한 마디로 삼신인이 태어나 벽랑국 공주 세 명과 잘 살았다는 이야기다. 지수는 영상에 등장하는 삼신인이 잘생겼다고 좋아했지만 혜리는 그 얼굴이 잘 생겼다는 말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마침내 우리 모둠은 삼성혈에서 걸어서 학교에 도착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하루짜리 여행이었다. 도착을 하고보니 즐겁기도 했고 다시 여행하러 돌아서고 싶기도 했다. 좀 시간에 얽매인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에게 틀림없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빨리 다음 여행을 가면 좋겠다. (여행기 끝.)

지난 여름 아이들이 올린 첫 여행기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지난 여름, 자신들의 첫 여행기를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일은 특별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 독자를 염두에 둔 글을 쓰고, 그 글이 인터넷 신문에 실리고,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 독자들로부터 전해지는 반응을 그대로 체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2학기 개학을 하고 국어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그들이 쓴 여행기 몇 편을 인쇄해서 함께 읽어보았다. 아이들은 신기해하고 즐거워하고 자랑스러워했으며, 자신의 이름과 자기가 쓴 문장 앞에서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그리곤 다음 기회에는 더 성실하게 써야겠다는 눈빛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어볼 수 있어야 지속적으로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포털사이트에 달린 댓글을 함께 살펴보았다. 아이들은 따뜻한 격려의 댓글을 읽을 때는 가슴 뻐근해지는 뿌듯함을 표현했고, 이유 없는 악성댓글 앞에서는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지금까지 인터넷 공간에서 아무렇게나 써왔던 자신의 댓글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을지 돌아보는 아이도 있었다. 그날 아이들 눈빛은 살아있었다.

그리고 원고료로 모인 얼마의 돈으로 함께 피자를 시켜먹었다. 나중에 사물놀이 강사선생님으로부터 아이들이 자기들이 쓴 여행기와 그 원고료로 피자파티를 했다는 사실을 신 나게 자랑하더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들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었다. 

 우리가 만든 티셔츠를 입니다~(관덕정)
 우리가 만든 티셔츠를 입니다~(관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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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프로젝트 여행수업을 다녀와서 개인여행기를 쓰는 수업시간. 아이들은 2시간 동안 엉덩이를 붙이고 글을 썼다. 초등학교 5학년이 얼마나 글쓰기를 싫어하는지 아시는 분이라면 그들이 2시간 동안 꼼짝 않고 글을 썼다는 사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공감하실 것 같다.

아이들은 첫 여행을 통해서 많이 성장했다. 여행계획서를 짜고 파워포인트를 만드는 솜씨는 물론 사진을 찍는 눈과 기술도 달라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행을 좋아하고 기다리게 되었다. 행복한 여행을 위해서는 모둠 친구들끼리 힘을 모아야 한다는 사실과, 또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알게 되었다.

깜짝 놀랄 일도 있었다. 몇몇 아이들이 여름방학 동안에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자기들끼리 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프로젝트 여행수업을 했던 것처럼 여행 장소를 정하고 미리 조사하고 계획하여 스스로 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초등교사는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업무가 많고, 바쁜 직업이다. 하지만 이런 순간마다, 어떤 직업보다도 행복한 직업이라 느끼게 된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확인하는 그 순간.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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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섬 제주에서 살고 있다. 나이 마흔이 넘어 초등교사가 되었고, 가끔 여행학교를 운영하고, 자주 먼 곳으로 길을 떠난다. 아내와 함께 한 967일 동안의 여행 이야기를 묶어 낸 <길은 사람 사이로 흐른다> 이후, <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 <아이들, 길을 떠나 날다>, <여행자의 유혹>(공저), <라오스가 좋아>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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