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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5일 진행된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개표시간 동안 경희대 응원단 소속 대학생 5명이 응원복을 입고 춤을 추고 있다.
 1월 15일 진행된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개표시간 동안 경희대 응원단 소속 대학생 5명이 응원복을 입고 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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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5일 진행된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개표시간 동안 응원팀이 무대에 올라와 '응원쇼'를 펼쳤다. 위는 당시 2부 사회를 맡은 강연재(위 왼쪽) 당 부대변인과 김철근 지역위원장(오른쪽)의 모습, 아래는 성악을 부르고 있는 중창단 모습.
 1월 15일 진행된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개표시간 동안 응원팀이 무대에 올라와 '응원쇼'를 펼쳤다. 위는 당시 2부 사회를 맡은 강연재(위 왼쪽) 당 부대변인과 김철근 지역위원장(오른쪽)의 모습, 아래는 성악을 부르고 있는 중창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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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4일, 갓 취임한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자신과 함께 국정을 이끌어갈 장관 30명을 공개했다. 휠체어를 탄 남성은 보훈부 장관이었고, 체육부 장관은 시각장애인 여성, 터번을 쓴 남성은 국방부 장관이었다. 원주민 출신 법무부 장관도 등장했다. 캐나다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 15명 동수에 다문화·소수자 출신으로 꾸려진 내각이었다. 트뤼도 총리는 그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짧게 답했다.

"왜냐하면, 지금은 2015년이니까요."

2017년 1월 15일, 국민의당 전당대회가 열린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당원 7000여명이 모여 당대표와 최고위원, 전국여성·청년위원장 투표를 마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 무대에는 두 공연팀이 올랐다. 경희대 응원단 소속 여자 대학생 5명이 나온 팀은 치어리더 복장으로 신해철과 트와이스 노래에 맞춰 춤을 췄고, 이들 공연이 끝나자 사회자 강연재 부대변인이 웃으며 말했다.

"맨 앞줄에 앉은 우리 의원님들, 넋이 나가셨습니다. 정신 좀 차리시고요."

앞줄에 앉은 20여 명은 대부분 50~70대 남성이었다. 여성은 조배숙 의원 등 한두 명뿐이었다. 강 부대변인은 잠시 후 남성 넷으로 꾸려진 매화 중창단의 공연이 끝나자 이번엔 조 의원을 향해 "우리 맨 앞에 앉아계신 조배숙 의장님, 눈을 떼지 못하고 계십니다"라고 말했다.

이상했다. 국민의당 쪽에서 의도했건 아니건 남과 여가 너무 확연히 다른 공연이었다. 내용도 여성에게는 애교와 발랄함을, 남성에게는 차분함과 진중함을 맡긴 셈이었다. 성차별적 인식, 성 역할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 드러났다는 뜻이다. 현장을 취재한 다른 여성 기자도 "왜 여대생들에게 미니스커트를 입히고 춤추게 하나 싶어 불쾌했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이날 국민의당은 전국여성위원장까지 뽑았다. 여성을 정치의 또 다른 주체로 인정, 그 대표를 선임한다는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순간 "대단히 미안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에서 앞으로 100년 내로는 여성 대통령 꿈도 꾸지 마라(박지원 대표)", "'강남의 무속 여인'에게 대통령의 권한을 넘겼다(정동영 의원)" 등 당 중진 의원들이 이전에 했던 성차별적 발언이 떠올랐다. 우연일까? 국민의당은 지난해 6월 정책강화 워크숍에서 김종회 의원이 "여자로서 당연히 출산하고 싶은 게 민족 성향"이라고 말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날 새 여성위원장에 뽑힌 신용현 의원은 "여성이 남성 중심의 사회 관행과 인식으로부터 차별받지 않고 사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이 공연들을 어떻게 봤는지 물었다. 신 의원은 "저 친구들이 왜 저걸 하나 저도 그 생각을 하긴 했다"면서도 "안 그랬으면 좋았겠지만 흥을 돋우려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사회자 발언을 두고도 "분위기를 재밌게 하려다보니 그런 것 같다, 의도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감쌌다.

강연재 부대변인의 해명도 비슷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활발한 춤과 화려한 동작 때문에 한 말이었을 뿐, 여성·남성 이런 의도 자체가 없었다"며 "실제로 박수도 안 치고 그냥 멍하게 보더라. 개표 시간이 길어져 짧게 애드립했다"고 말했다. 강 부대변인은 "그걸 여성 비하니 뭐니 그렇게 시작하면 끝도 없다"며 "성적 프레임으로 보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치권 내 여성 차별 문제를 두고 국민의당에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국회 자체가 양성이 평등한 공간이 아니기도 하다.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여성은 전체 17%수준인 51명뿐이다. 하지만 남들이 그런다고, 의도가 없었다고 면죄부를 얻을 수는 없다. 지난해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으로 국민들의 젠더감수성이 높아진 시대 흐름과도 맞지 않다.

임금격차, 혐오발언, '가임기 여성지도' 논란까지... 여성을 차별하는 지표들이 넘쳐나는 한국 사회에 캐나다의 성평등 내각은 아직은 욕심 같다. 가수 이한철이나 태진아를 섭외했던 다른 당들처럼 국민의당도 다른 무대를 생각해 볼 수는 없었나 하는 아쉬움도  있다. 왜냐하면 지금은 2017년이니까.

2015년 11월 공개된 새 캐나다 내각의 모습. 성평등·다문화·소수자 출신으로 꾸려져 화제가 됐다. 맨 아래 왼쪽에서 5번째 앉은 남성이 캐나다 총리인 저스틴 트뤼도.
 2015년 11월 공개된 새 캐나다 내각의 모습. 성평등·다문화·소수자 출신으로 꾸려져 화제가 됐다. 맨 아래 왼쪽에서 5번째 앉은 남성이 캐나다 총리인 저스틴 트뤼도.
ⓒ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화면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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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태그:#국민의당, #전당대회, #박지원, #신용현, #여성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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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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