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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에선 가는 곳마다 개를 참 많이 봤는데, 특징이라면 대부분 몸집이 크고 사람과 마찬가지로 거리나 상점을 자유로이 오간다는 점.
당연한 얘기지만 여행을 하며 만나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이 세계엔 사람말고도 수없이 많은 다른 생명들이 살고 있다. 그러니 만날 수밖에. 대만 여행 한 달(2016. 11.9~12.9)간 만난,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동물들이다.

대만에서 만난 동물
 대만에서 만난 동물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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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7 베트남 하노이)처럼 보슬보슬 비 내리던 날, '지우펀 옛골목'을 걷다 만난 하얀 아기 고양이. 너무 하얗고 작아서 바로 곁에 떨어진 꼭 닮은 꽃잎에서 나온 듯했던. 가까이 가도 피하지 않고 너무 졸리운 듯 눈만 껌벅이는 것이 사랑스럽고도 걱정스러웠다.

대만에서 만난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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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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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동네 사는 일명 '지우펀 사총사'. 볼 때마다 네 마리가 함께였는데, 분명 저희들 말로 무언가 대화를 하는 듯 보였다. 서로 바라보며 꽤 진지한 표정으로 한참을 섰는가 하면, 사람들 아랑곳 없이 장난을 치거나 그 중에 둘셋이 싸우고 하나는 익숙한 듯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대만에서 만난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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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선 가는 곳마다 개를 참 많이 봤는데, 특징이라면 대부분 몸집이 크고 사람과 마찬가지로 거리나 상점을 자유로이 오간다는 점. 지우펀 옛골목 한 상점에선 커다란 개 세 마리가 아예 입구를 막고 서 있어도 주인이 아무런 저지를 하지 않았다.

대만에서 만난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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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해서 지우펀의 개들은 거의 다 위의 누렁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매일 같이 찾아와 부산을 떨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관광객들에겐 눈길 한 번 안 준 채. 의아한 것은 일상에선 외면했을지 모를 이렇듯 늙고 초라한 개도 지우펀에선 인기만점이라는 점.

대만에서 만난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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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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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은 이른 아침 산책길에서 만났다. 처음에 소개한 흰둥이 아기냥보다 쪼끔 더 큰. 하지만 걱정스러울 만큼 천진하긴 마찬가지. 초면에 저를 어찌할 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사정없이 애교를 부렸다. '부디 이따금씩 밥은 굶어도 아프지 말고 잘 살길'.

대만에서 만난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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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시 중심가 시장 골목에서 본 매 한쌍. 관상용인지 판매용인지 알 수 없었으나 새들은 쇠사슬에 발목이 묶인 채였다. 30센티미터도 안 돼 보이는. 새는 하늘을 나는 동물이다. 앞서 짝을 이뤄 자식을 낳고 키우며 사는 동물이기도. 누가 모르는가? 그러니 말이다.

대만에서 만난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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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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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까만 개는 대만에서 처음 들른 반차오(Banqiao)에서 만났다. 그곳에서 열두 날 있으면서 여러 번 마주쳤다. 녀석은 밤이면 편의점 출입문 옆에서 잠을 잤다. 아주 익숙한 듯 왠만해선 꿈쩍도 안 했다. 녀석을 내쫓거나 타박하는 사람도 없었다.

대만에서 만난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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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룽의 충청 공원 기념탑(Chung Cheng Park Monument) 가는 길목에서 만난 개들. 꽤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 한숨 돌리려던 찰나, 뜻밖의 풍경에 헛웃음이 났다. 제 안방인냥 널부러져 있는 개, 그리고 주변에 길고양이도 여럿 있었다. 서로 무심히 평화로워 보였다.

대만에서 만난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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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마을'로 알려진 허우통(Hutong). 간 날에 비가 와서인지 생각보다 고양이가 많진 않았다. 한때 광산업으로 엄청난 풍요를 누렸다는 마을은 훨씬 작고 쇠퇴했으며. 하지만 고양이들에겐, 도시의 그들 종족과 비교하면 이상적인 환경 같기도.

이참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최근 고양이에 의한 조류독감 전염 주장은 결론적으로 억측이란 사실. 미국에서 감염된 수의사 1명, 고양이 45마리는 합병증으로 사망한 1마리 노묘 외 모두 '회복'됐으며 유형도 다른 걸로 밝혀졌다. (그렇지 않다 해도, 사람 빼고 다 죽일 셈인가?)

대만에서 만난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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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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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베이시 스먼(Shimen)의 해변 산책로에서 만난 바닷게. 자전거와 이따금씩 (규정을 어긴)오토바이들이 오가는데 저 홀로 아주 천천히(제 나름 최선일 지도) 길을 건너고 있었다. 녀석이 모래사장으로 내려갈 때까지 주변을 살피며 서 있었다. 사람만이 이용하는 길이 아니었다.

대만에서 만난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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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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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샤먼(Xiamen)*에서 아주 잠깐 만난 개. 초면에 마구 꼬리를 흔들며 다정히 굴었다. 녀석의 격의 없는 행동에 나 역시 경계를 풀고 함께 놀았다. 지나가는 이들도 쳐다보며 웃었다. 이따금씩 생각하길, 사람 외 동물에겐 '악의'라는 감정이 없는 듯하다.(* 샤먼은 대만에서 비행기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중국에 속한 지역이다.)

부디 길에서 만난 모든 동물들이 오늘도 안녕하길. 내일도 물론. 하지만 가장 바라는 것은 내 동족 사람의 마음이 보다 드넓어져 이들의 자유를 속박하지 않고, 이들의 순수한 마음에 상처 주지 않고, 피치 못할 고통이라 해도 그것을 최소화해주려 애쓰길.

<여행, 나의 일상에서 그대 일상으로>
'여행은 결국 나의 일상에서 누군가의 일상을 오가는 여정. 고로 내 일상에선 먼 곳을 여행하듯 천진하고 호기심어리게, 남의 일상에선 나와 내 삶을 아끼듯 그렇게.
'삶은 여행'이라는 너무 익숙해서 인용조차 꺼리던 이 표현이 새롭게 깊이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또 한 번의 여행을 11월 9일부터 시작합니다. 길의 단절이 아닌 확장을 위함이고, 보다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나와 내 삶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입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종종 전하겠습니다. facebook /travelforall.Myoungju



태그:#동물, #타이베이, #대만여행, #길고양이, #유기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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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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