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왼쪽부터 정민지, 이영준, 조용진, 이세인 한예준 학생, 좌담회를 마치고, 각자 재미있는 표정을 지어 보라고 하자!
 왼쪽부터 정민지, 이영준, 조용진, 이세인 한예준 학생, 좌담회를 마치고, 각자 재미있는 표정을 지어 보라고 하자!
ⓒ 이민선

관련사진보기


'학생들 꿈을 찾아 주기 위해 만든 경기 꿈의학교! 정말 꿈을 찾아 주었을까?'

'꿈의학교, 꿈의교육!'이란 좌담회를 연 까닭이다. 꿈의학교를 만든 경기도교육청에 협조를 요청하면서 일이 커졌다. 페이스북(미디어 경청 계정)에 생중계됐다. 카메라 여러 대를 동원해 촬영도 했다. 편집자 손을 거쳐 다듬어진 좌담회 영상은 <미디어 경청> 누리집 등에 올라간다.

<미디어경청>은 경기도 교육청 학생 방송국이다. 학생들이 직접 운영한다는 게 특징이다. 학생 자치 문화공간인 몽실학교(옛 경기도 교육청 북부청사, 의정부) 2층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덕분에 <미디어 경청> 스튜디오에서 좌담회를 하게 됐다. 카페 같은 편안한 장소에서 아이들과 '허리띠 풀고' 이야기하려던 계획이 어긋났지만, 서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라이브(생방송)가 준 기분 좋은 긴장감을 맛볼 수 있어 무척 즐거웠다. 달리기 시합을 하기 직전에 느끼는 그런 긴장감이다.

'긴장감을 못 이겨 아이들이 말을 제대로 못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SNS 세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온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아이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카메라 앞에서 잘 놀았다. 연극 대사를 쳐 보라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멋지게 한 대목을 선보였고, 노래도 마다치 않았다. 덕분에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사회를 볼 수 있었다.

경기 꿈의학교! 정말 꿈을 찾아 주었을까?'

조용진 학생, 공연 연습!
 조용진 학생, 공연 연습!
ⓒ 이민선

관련사진보기


좌담 시간인 오후 2시(1월 12일)가 가까워지자 아이들이 하나둘 문을 열고 방송국 안으로 들어섰다. 아이들 옷에 겨울바람이 묻어 있어 문이 열릴 때마다 찬 기운이 느껴졌다. 토론자는 총 6명이다.

한예준·이예진 학생은 의정부 '꿈이룸학교'에서 2년간 꿈을 키웠다. 이세인 학생은 남양주 '사과나무숲 꿈의학교'를 2년간 경험했다. 이영준 학생은 김포 '콩나물 뮤지컬 꿈의학교'에서 2년간 활동했다.

정민지 학생은 지난 2015년 '남양주 영화제작 꿈의학교'를 거쳐 자신이 원하는 '다이나믹 미디어 학과'에 입학한 대학생이다. 조용진 학생은 광주 '청소년 공연전문가 꿈의학교'에서 2년간 꿈을 키웠다. 자신이 원하는 '연극 연기과'에 합격한 고3 학생이다.

두 학생은 꿈을 찾기 위한, 원하는 학과에 진학하기 위한 멋진 비법을 소개했다.

정민지 : "한 우물만 판 덕에 제 꿈을 찾은 것 같아요. 원래 음향과 영상에 관심이 컸어요. 그러다가 영화제작 꿈의학교를 만나서 경험을 쌓았고요. 수업 내용보다는 경험이 대학 진학에 많은 도움을 준 것 같아요. 꿈의학교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썼고 면접할 때도 자신 있게 이야기했어요. 꿈의학교가 저한테 좋은 경력이 된 거죠."

조용진 : "대학 진학이 참 난관인데, 난관이라 생각하지 말고 꿈의학교 하듯 그냥 즐겼으면 좋겠어요. 즐기면서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꿈의학교에서,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기 위한 신체훈련(체력 단련 등)도 했고 뮤지컬을 직접 만들어 무대에 올리기도 했어요. 이 경험이 대학 진학에 도움을 준 것 같아요."

사회자인 기자가 '멋진 말이니 적는 게 좋겠어요. 적자생존(적는 자만 살아남을 수 있다.)이란 말도 있잖아요'라고 농을 치자, 학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두 학생이 소개한 비법을 메모했다.

꿈의학교가 청춘을 선물, 어떻게?

왼쪽 첫번째 한예준, 세번째 이예진 학생. 2016년 학생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꿈의학교 콘퍼런스에서
 왼쪽 첫번째 한예준, 세번째 이예진 학생. 2016년 학생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꿈의학교 콘퍼런스에서
ⓒ 이민선

관련사진보기


"저에게 청춘을 선물해준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꿈의학교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하자 정민지 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와~'하는 환호와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멋진 표현이라는 의미가 담긴 박수였다. 이십 대 청춘인 자신에게 꿈의학교가 청춘의 분신과 같은 '영화'를 선물해 주었다는 의미다. 

학생들은 귀띔도 없이 느닷없이 던진 '꿈의학교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한마디로?'라는 질문에 하나같이 멋진 대답을 내놓았다.

이영준 학생은 '인생의 반환점'이라 표현했는데, 놀랍게도 좀 늦게 도착한 조용진 학생과 같은 대답이었다. 서로 입을 맞추지 않았는데도 같은 대답이 나온 것이다.

늦게 온 조용진 학생이 '인생의 반환점'이라고 말하자 스튜디오에 '오~'하는 탄성과 함께 박수가 터졌다. 이영준 학생은 '같은 뮤지컬이라 통한 것 같다'고 말하며 벌떡 일어나 조용진 학생 손을 맞잡았다. 두 학생 모두 연극·뮤지컬을 하는 꿈의학교에서 활동했다.

두 학생이 '반환점'이라 말한 이유도 비슷했다. 이유를 듣고 보니 '반환점'보다는 '전환점'이 더 정확한 표현이었다.

이영준 : "콩나물 뮤지컬 학교에 가지 않았다면 집에서 빈둥빈둥 놀았을 것 같아요. 꿈의학교에서 무엇인가를 하면서 반환점(전환점)을 맞이한 거죠."

조용진 : "꿈의학교를 통해서 제 꿈이 무엇인지 알게 됐어요. 전문적인 공부도 할 수 있었고, 대학에도 진학하게 됐어요. (꿈의학교를) 몰랐다면 지루하고 평범하게 지냈을 것 같아요."

이세인 학생은 '내 인생의 즐거움'이라고 표현했다. 설명이 필요 없는 대답이었다. 이예진 학생은 '고등학교 시절'이라고 표현했는데, 그 까닭은 17살부터 19살인 지금까지 꿈의학교와 함께하고 있어서였다. 이 학생은 고1 때 일반 학교를 스스로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일반 학교가 아닌 대안학교에서 공부하는 한예준 학생은 꿈의학교가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계기'를 주었다고 말했다. 꿈의학교가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창'이 돼 주었다는 말이다. 꿈의학교에서 다양한 또래와 마을 어른을 만나면서 세상을 넓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꿈의학교 정신, 공교육에서 받아들여야!"

왼쪽부터 정민지, 이예진, 이영준, 이세인 한예준 학생, 좌담회 시작전!
 왼쪽부터 정민지, 이예진, 이영준, 이세인 한예준 학생, 좌담회 시작전!
ⓒ 이민선

관련사진보기


'혹시, 꿈의학교가 이 아이들을 몇 년 만에 어른으로 만들어 준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학생들은 무척 어른스럽고 뼈가 있고 당찬 의견을 내놓았다. 꿈의학교 교장이나 담당 장학관, 심지어 교육감이 내놓을 만한 의견을 제시한 학생도 있었다. '꿈의학교,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었다.

정민지 : "학생이 주도해서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학부모나 마을 어른들이 도와준다고 하면서 개입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럴 때는 학생이 주도적으로 할 수가 없어요. 이런 점을 주의하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이예진 : "초등학생들은 본인 생각이 아닌 학부모 의지로 오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친구들은 스스로 온 게 아니라 즐기기 어려워요. 힘들어하죠. 학생 의견을 존중해 주면 좋겠어요. 특히 어린 친구일수록."

이영준 : "꿈의학교 정신, 특히 장점을 잘 유지하면서 학교 수를 늘렸으면 좋겠어요. 무작정 늘리다 보면 질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이세인 : "우리 학교(사과나무 숲)에는 드림 캐스터라는 게 있어요. 학부모가 참여해서 아이들을 도와주는 것인데, 이런 새로운 시도가 많이 이루어지면 좋겠어요. 물론 아이들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요."

한예준 : "꿈의학교가 전국으로 확대돼야 하고요, 꿈의학교 정신을 공교육에서 받아들이면 우리나라 교육이 정말 좋아질 것 같아요."

학생들 답변이 끝난 뒤 사회자인 기자가 '이런 의견을 당당하게 밝히는 자체가 꿈의학교 성과라고 본다'고 찬사를 보내자, 아이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다음 기사로 이어집니다.


태그:#꿈의학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