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페레즈 회장의 레알 마드리드 갈락티코 군단. ⓒ MK 스포츠 2000년대 초 페레즈 회장의 레알 마드리드 갈락티코 군단. ⓒ MK 스포츠

▲ 2000년대 초 페레즈 회장의 레알 마드리드 갈락티코 군단. ⓒ MK 스포츠 2000년대 초 페레즈 회장의 레알 마드리드 갈락티코 군단. ⓒ MK 스포츠 ⓒ MK 스포츠


화폐는 시대 흐름에 따라 그 가치가 변한다. 과거와 현대의 축구 산업을 비교해봐도 그렇다. 우선 과거다. 2000년 초부터 재벌들이 하나둘씩 축구계에 투자하면서 엄청난 선수들의 이적 러쉬가 시작되었다. 그 중 레알 마드리드를 빼놓을 수 없다. 회장 후보로 출마할 때 막대한 투자를 약속하면서 당선된 플로렌티노 페레즈는 엄청난 선수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베컴. 루이스 피구. 지네딘 지단. 호나우두, 호베르투 카를루스 등이 그 예다.

축구계의 별들을 영입한 레알 마드리드는 말 그대로 '갈락티코(은하수) 팀'을 만들었다. 돈이 얼마나 들었을까. 지네딘 지단은 2001년 유벤투스(세리에A)에서 레알 마드리드(프리메라리가)로 이적할 당시 7750만 유로, 한화로 약 960억 원의 이적료를 챙겼다. 호나우두는 인테르(세리에A)에서 뛰다가 한·일 월드컵 이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당시 약 600억 원에 달하는 이적료를 받았다.

600~900억 원의 금액은 현대 축구 이적시장에선 이제 쉽게 들을 수 있는 금액이 됐다.그 정도는 유망주가 받는 금액이랄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프리미어리그) 폴 포그바의 경우 1억 500만 유로, 한화로 약 1300억 원에 천문학적인 이적료로 이적했다. 스웨덴 출생 중앙 수비 자원인 벤피가(프리메이라리가)의 빅토르 린델로프는 약 560억 원의 이적료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제안받았다.

재벌가와 황사 머니의 등장

이미 스타였던 호나우두가 받았던 600억 원과 지금의 돈은 물론 화폐 가치로 따지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축구 시장이 급속도로 과열되고 있다는 걸 상징하는 데엔 문제가 없어 보인다. 2003년 첼시를 인수한 러시아의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 맨체스터 시티를 인수한 아랍 에미리트의 부총리이자 아부다비 왕족인 셰이크 만수르 등. 이들은 이적시장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뿌리며 다른 팀의 시기와 질투를 사곤 했다.

이 와중에 2-3년 전부터 중국 자본가들이 가세하면서 일명 '황사머니'를 통한 중국행 러시가 이적시장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첼시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중국 리그의 몸값 경쟁이 전 세계 프로축구 구단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이 현상을 비판하기도 했다.

2016년 겨울 이적시장에서 가장 큰 지출액을 기록한 리그는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유럽 클럽 팀들이 아닌 바로 아시아에 속한 중국 클럽 팀들이다. 과거 중국 슈퍼리그의 클럽 팀들이 그간 전성기가 지난 선수,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을 영입했다면 최근들어 좋은 활약을 하며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선수를 영입하려 하고 있다.

중국 슈퍼리그 클럽 팀으로 이적한 이적생들의 이적료
클럽 팀
이적생
이적료
첼시 → 장쑤쑤닝
하미레스
2500만 유로(430억 원)
샤흐타르 → 장쑤쑤닝
알렉스 테세이라
5000만 유로(667억 원)
제니트 → 상하이상강
헐크
5580만 유로(약 703억 원)
ATM → 광저우
잭슨 마르티네즈
4200만 유로(563억 원)
사우샘프턴 → 산둥루넝
그라지아노 펠레
1200만 파운드(183억 원)
토트넘 → 광저우
파울리뉴
1400만 유로(180억 원)
베식타스 → 상하이선화
뎀바 바
1200만 파운드(182억 원)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이적한 이적생들의 이적료
알아흘리 → 톈진 취안젠
권경원
1050만유로 (132억 원)
제니트 → 텐진 콴잔
악셀 비첼
1800만 유로(약 226억 원)
첼시 → 텐진 콴잔
존 오비 미켈
자유계약(FA), 주급 약 2억 원
첼시 → 상하이상강
오스카
6000만 유로(752억 원)
보카 → 상하이선화
테베즈
1050만 유로(132억 원)

중국 슈퍼리그로 이적한 이적생.
 
중국으로 이적한 선수들의 이적료와 연봉에 대한 표다. 이들 외에도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루이스 스콜라리(브라질), 허베이 차이나의 마누엘 펠레그리니(칠레), 톈진 취안젠의 파비오 칸나바로(이탈리아) 등 최고의 감독들 또한 중국 클럽 팀으로 이적해 생활 중이다. 정말 어마어마한 액수다. 이 현상이 상징하고 있는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상강으로 이적한 오스카와 상하이 선화로 이적한 테베즈. ⓒ Inter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상강으로 이적한 오스카와 상하이 선화로 이적한 테베즈. ⓒ Interfootball

▲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상강으로 이적한 오스카와 상하이 선화로 이적한 테베즈. ⓒ Inter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상강으로 이적한 오스카와 상하이 선화로 이적한 테베즈. ⓒ Interfootball ⓒ Interfootball


우선 일명 '뻥튀기'. 즉 몸값을 과하게 부풀려 이적시장의 질서를 혼란화 시키고 있다. 앞서 말했듯, 화폐 가치가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천문학적 금액의 남발은 이적료 인플레이션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원래 책정되어있는 가격이 사재기 혹은 뻥튀기 등으로 더 비싸게 팔리게 될 경우 시장 전체의 물가가 상승하고, 곧 공급자와 수요자간 거래의 악순환이 나오게 된다. 중국 리그 이적 살례를 본 다른 선수들은 '나도 저 정도는 받아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빠져 이적시장의 혼란화를 가중 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은 선수와 팀간의 갈등을 초래하게 된다.

또한 돈을 쫓아가다보면 선수생활이 위험해질 수 있다. 각국 클럽 팀의 좋은 선수들 혹은 성장하는 선수들이 거액의 돈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지게 되면 목표나 동기 부여가 흔들리게 된다. 감독과 선수들 모두 엄청난 금액의 유혹을 뿌리치긴 쉽지 않다. 하지만 자칫 이런 거액의 돈으로 좋은 선수가 되고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한 순수한 열정 자체마저 훼손될 우려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리그 팀들 스스로도 잘못된 선레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자국 축구 발전을 위해 중국 체육총국은 3만여 개의 특성화학교를 설립하는 등 여러모로 힘쓰고 있긴 하지만 겉과 속은 다른 모양새다. 중국 클럽 팀들의 초점은 유소년 정책 발전이 아닌 유명선수 끌어들이기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축구는 미래가 현실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서 지난해 11월까지 중국에서 순 유출된 외국인 투자 자금이 무려 6347억 달러, 한화로 약 766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유출되었다고 밝혔다. 이 정도면 정말 규제가 필요하다.

유럽은 어떤가

축구 발전에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는 중국 ⓒ시사저널 축구 발전에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는 중국 ⓒ시사저널

▲ 축구 발전에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는 중국 ⓒ시사저널 축구 발전에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는 중국 ⓒ시사저널 ⓒ 시사저널


현재 유럽에서는 '재정적 페어플레이'라는 규제를 두고 있다. 구단이 직접 벌어들이는 수입만큼만 쓸 수 있게 하는 규정을 말한다. 이러한 룰로 과거 맨체스터 시티의 만수르 구단주는 막대한 자금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힘을 쓰지 못했었다. 이처럼 중국 정부도 이러한 규제를 받아들여보면 어떨까.

최근 중국 체육총국은 구단들의 지나친 이적료 경쟁을 막기 위해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 각 구단의 재정심사를 강화해 이적료와 연봉의 적정 상한을 정하는 것, 그리고 리그 점수 합계 방식을 조정해 중국 선수들의 출전을 늘리고, 클럽 별로 해외 선수 허용 인원을 5명에서 4명으로 줄이는 것 등이다.

과거 축구 스타 사비가 인터뷰에서 "일류 선수들에게 유럽이 아닌 중국 슈퍼리그가 목적지가 될지 모르겠다" 라고 말한 것을 기억하자. 정말 슈퍼리그가 이적 시장을 집어 삼킬까?확실한 건 중국의 이러한 문제점들을 확실한 규정을 통해 막아내지 못한다면 더욱 심각한 이적 러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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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위에 표는 제가 직접 한글 파일로 제작한 것입니다.
중국슈퍼리그 이적시장 오스카 테베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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