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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경운동연합은 11일 오전 대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하나로 원자로 외벽 내진보강  공사의 부실의혹을 제기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11일 오전 대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하나로 원자로 외벽 내진보강 공사의 부실의혹을 제기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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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 덕진동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하나로원자로의 내진보강공사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반면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11일 오전 대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보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하나로원자로 내진보강 공사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이 있다며 이에 대한 연구원 측의 해명과 자료공개, 제3자 검증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과 임동진 대전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 허재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 신명호 공공연구노조 정책위원장, 백대윤 대전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 양혜숙 대전환경운동연합 의장, 고은아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참석했다.

하나로원자로 내진보강공사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특별점검을 실시한 결과, 하나로원자로를 둘러싼 벽체의 일부가 내진 기준에 미달되어 논란이 일자 이를 보강하기 위해 추진됐다.

이후 2016년 2월 내진공사가 착공됐고, 8월에 끝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사과정에서 검증실험이 추가되면서 공사 완료시점이 10월로 늦춰지기도 했다. 공사 방법으로는 기존의 콘크리트 건물 벽체(두께 40cm)의 내외부에 철판(철재빔)으로 구성된 보강재를 설치하고, 이와 벽체를 관통하는 구멍을 뚫어 관통볼트로 고정하는 '하이브리드 트러스(Hybrid-Truss, H.T.)'방식이 사용됐다.

이러한 보강공사에 대해 환경연합이 주장하는 의혹은 크게 5가지다.

우선, 하나로원자로 벽체를 내외부 철판으로 감싸 고정하기 위해 천공한 1800개의 구멍이 완전하게 밀봉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원자로 건물은 내부의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아야 하기에 기밀성이 중요한 격납건물이라는 것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이번 공사를 하면서 벽체에 수평 방향으로 구멍을 뚫고, 그 구멍에 볼트를 끼워 고정한 다음, 볼트와 구멍 사이를 '무수축 그라우트'를 이용해 밀봉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200개의 구멍이 완벽하게 밀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재시공을 했다는 것이 제보자의 주장이고 실제 원자력연구원도 이러한 사실을 확인해 준 바 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무수축 그라우트'는 수직 방향으로는 성능이 탁월하지만 수평방향으로는 틈이 생길 수 있어, 완전밀폐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천공 밀봉 부실... 하이브리드 트러스 공법, 검증 안 돼"

두 번째 의혹으로는 '하이브리드 트러스' 공법을 채택한 것이 적절했는지 여부다. 이 공법이 지진발생 시 그 성능이 가장 우수한 공법으로 확인됐는지, 그러한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내진전문가가 참여했는지, 그리고 설계과정에 내진 전문가가 참여했는지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의혹이다.

환경운동연합이 확인한 결과, 원자력연구원 내에 근무하는 내진 전문가조차 이러한 공사에 참여하거나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번 공사는 그 방법 자체부터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한 이 공사방법의 실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실시한 실험이 적절했는지도 의혹으로 제기됐다. 실제 원자력연구원이 실시한 실험은 보강재가 부착된 실험벽체에 대해 힘을 가하는 실험을 진행했을 뿐, 좌우 또는 상하로 진동을 일으키는 지진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아서 내진보강공사 방법으로 적절한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환경운동연합의 주장이다.

세 번째 의혹은 당초 설계와 실제 공사 상황에서 불일치한 점, 즉 노후한 벽체의 약 100mm 정도의 휨현상이 발견된 것에 대해 설계변경을 했는지, 추가로 안전점검은 이루어 졌는지, 휨현상으로 인해 무수축 그라우트가 기존벽체에 완전밀착 되지 않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여부다.

네 번째는 지진이 발생할 경우 진동이 발생하는데, 이번 공사로 인해 추가된 부착물들의 고유진동수는 고려됐는지 여부다. 즉, 벽체와 볼트, 무수축 그라우트는 각각의 고유진동수를 가지고 있어서 지진으로 인해 진동이 올 경우,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조언과 검증 실험이 있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내진보강공사를 하게 되면, 벽체의 무게가 더 무거워져 먼저 기초보강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는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폐기물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처리되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해당 건물은 원자로를 둘러싼 벽체로 지난 23년간 하나로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어 왔는데, 제보자의 사진에 따르면 특별한 관리 없이 방치되었다는 주장이다.

이밖에도 환경운동연합은 무수축 그라우트와 기존 벽체가 기온의 변화에 따라 수축과 팽창을 하면서 서로 분리될 수 있는 점, 볼트의 표면이 아연도금 처리되어 그라우트와 분리될 수 있는 점, 내진공사 착공 시점이 공사방법의 검증실험이 끝나는 시점보다 앞서 있는 점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자료공개하고 제3자 검증해야"

그러면서 이들은 "하나로 원자로 건물은 일반건물과는 다른 핵 시설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내진의 안전성이 더욱 중요하다"며 "여러 지적된 문제가 사실이라면 내진보강공사가 오히려 지진 발생 시 하나로 원자로의 외벽에 가장 큰 위협을 주는 요인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이러한 모든 의혹들이 해소되기 전까지 하나로 원자로의 재가동은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이들은 ▲하나로 원자로 내진보강 공사의 연기사유 공개 ▲제기된 의혹과 관련한 모든 자료 공개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하나로 원자로 재가동에 앞서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검증을 실시할 것 ▲검증방식은 지역에서 추천하는 전문가가 참여하여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제3자 검증 방식을 채택할 것 등을 촉구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문제 없다, 자료 공개 하겠다"

이충성 한국원자력연구원 하나로원자로 운영부장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충성 한국원자력연구원 하나로원자로 운영부장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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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주장에 대해 한국원자력연구원 측은 기자회견 즉시 반박에 나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이충성 하나로운영부장과 직원, 또한 이번 내진보강공사의 설계를 진행했던 제이스코리아 정영훈 사장이 참석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설명했다. 이들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첫 번째 의혹인 1800개 천공을 무수축 그라우트를 활용하여 밀봉한 것에 대해 진공실험을 통해 밀봉 상태를 검증했다는 것. 이 운영부장은 "최초 200개의 천공을 공사한 후 검증해 보니 문제가 발생하여, 이를 보완하여 공사를 진행했다"며 "최종적으로 진공실험을 한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100% 밀봉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무수축 그라우트와 벽체는 양생한 후에는 완전일체가 되기 때문에 수축과 팽창으로 인한 균열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하이브리드 트러스'공법 채택과정에서 내진 전문가 참여 여부는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상의하고 내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결정한 것"이라며 "외부전문가들이 추천한 방식은 실제로 실현이 불가능한 방식이 많았고, 현재의 방식은 아이디어로 제시되어 채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방식은 내진보강공사 방식으로 타 시설에서 활용된 바 없다는 것. 다만, 이 방식에 대해서 원안위의 전문가들이 충분히 검토했고,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검증을 했으며, 일부 벽체 실험을 통해 문제가 없다는 검증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또한 휨현상 발생에 대해서는 에폭시를 활용하여 문제를 보완했고, 부착물들의 고유진동수에 대한 고려는 미리 계산하지는 않았지만, 강도실험에서 기준의 4배 이상의 힘을 견딘 것으로 보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원자력연구원 측은 자료공개는 얼마든지 할 수 있으나 너무나 양이 많고 방대하며 보안상 문제가 있어서 방문할 경우에는 얼마든지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제3자 검증' 요구에 대해서는 이미 대전시에는 원자력안전협의회가 구성되어 있고, 그 안에 전문가와 시민단체 대표가 포함되어 있으니 이를 통해 검증하면 된다고 밝혔다.

끝으로 제보가 이뤄지게 된 배경에 대해 보강공사 과정에서 하청업체가 인부들과 임금문제 등으로 마찰을 빚어 인부들을 교체하게 된 것이 공사지연의 한 원인이 되었고, 불만을 품은 인부가 제보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태그:#하나로원자로, #한국원자력연구원, #대전환경운동연합, #내진보강공사, #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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