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고 독하게 영화 속의 메시지를 읽고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청년의 통통 튀는 감성을 담아 표현하고 소통하겠습니다. [편집자말]
홍지영 감독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기욤 뮈소'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원작이 전 세계 22개국에 발간되고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만큼 영화화에 대한 걱정과 기대가 가득한 영화였다. 나 또한, '기욤 뮈소'의 원작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했다.

다른 영화와 특별히 다르지 않다

 과거로 갈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 수현의 바람은 소박하다. 자신의 실수로 잃어버린 연아(채서진 분)을 단 한 번만 보는 것이다.

과거로 갈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 수현의 바람은 소박하다. 자신의 실수로 잃어버린 연아(채서진 분)을 단 한 번만 보는 것이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과연 어땠을까. 색다른 타임슬립을 기대한 관객들이었다면 이 영화는 그 기대를 만족하게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전형적인 타임슬립물의 전개를 따르고 있으며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수현(김윤석 분)은 우연히 노인에게 이상한 약을 받아먹게 되고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바로 30년 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곳에서 그는 과거의 자신(변요한 분)을 만나게 되고 놀란 채로 다시 현재로 돌아오게 된다. 처음에는 꿈이라 여기지만 과거의 자신에게 받은 손수건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음을 느끼게 된다.

과거로 갈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 수현의 바램은 소박하다. 자신의 실수로 잃어버린 연아(채서진 분)을 단 한 번만 보는 것이다. <더 폰>에서 고동호(손현주 분)이 필사적으로 과거를 바꾸기 위해 뛰어다니는 모습에 비하면 절박해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던가. 과거의 자신에게 쓸데없는 참견으로 연아의 미래에 대해 발설을 해버린 후 두 수현은 갈등하게 된다.

이후, 영화는 타 타임슬립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전개로 나아간다. 과거의 수현은 정해진 미래를 바꾸려고 하고 현재의 수현은 이를 말리지만 결국 조건을 건 채로 과거의 수현을 돕게 된다. 타 타임슬립물과 마찬가지로 과거를 바꾸기 위한 사투가 시작된 것이다.

김윤석과 변요한, 두 배우의 연기력이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기는 하나 타임슬립물로의 완성도는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30년 전의 수현과 현재의 수현이 만나면서 생기는 변화를 아예 새로운 흐름이 생긴 것으로 다룬다. 즉, 현재의 수현과 30년 전의 수현이 만나게 되는 세계와 만나는 일이 없는 세계가 따로 분리된 것이다. 쉽게 말하면, <해리포터> 시리즈의 경우에 '시간을 되돌리는 모래시계'를 통해 과거로 돌아가 자신을 살려낸 해리포터는 이미 과거에 미래의 자신에게 구해지는 경험을 가지고 있다. (비록 당시에는 자신이라고 인지하지 못했지만) 즉,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오는 것 또한 이미 정해진 시간 흐름 속에 들어 있으며 과거와 미래가 순환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러한 흐름을 선택했을 시에는 속된 말로 '떡밥'을 회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고 더욱 정밀하게 영화의 장면을 연출해 내어야 한다. 이에 비해,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과거와 현재, 두 수현이 만나는 장면을 기점으로 이전의 세계를 소멸시키고 두 사람이 써나가는 다른 세계를 만들어 다루고 있다. 특별한 복선을 보일 필요 없이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는 장점이 생겼으나 그로 인해 이야기는 지루해져 버렸다. 다만, 시간의 순환을 벗어났기 때문에 과거의 변화로 미래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에 해피엔딩이 있을 것을 시사한다.

뻔하더라도 반갑다

 하지만, 누구나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정확히 말하면 아직은 그 누구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후회는 인생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바꿀 수 없는 과거를 두고 우리는 포기한 채로 살아야 할까?

하지만, 누구나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정확히 말하면 아직은 그 누구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후회는 인생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바꿀 수 없는 과거를 두고 우리는 포기한 채로 살아야 할까? ⓒ 롯데엔터테인먼트


책을 먼저 읽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영화가 뻔했기 때문일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타임슬립물 자체는 반갑다. 타임슬립물은 끝없이 후회하는 인간의 모습이 잘 투영된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참으로 많은 후회를 하면서 산다. 맛없는 메뉴를 선택하고 하는 사소한 후회부터 소중한 사람에게 모진 말을 쏟아내고 하는 후회까지. 후회는 끝없이 생겨나고 영원히 우리를 괴롭히는 문제다. 그러다 보니 사람은 누구나 한번 쯤은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욕망을 마음 한 곳에 품은 채로 살아간다.

하지만, 누구나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정확히 말하면 아직은 그 누구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후회는 인생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바꿀 수 없는 과거를 두고 우리는 포기한 채로 살아야 할까?

타임슬립물은 여기에 나름의 물음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것 같다. 과거를 바꾸기 위해 사투하는 이들은 결코 쉽게 행복해지지 않는다. 또 다른 소중한 것을 잃기도 하고 바꿀 수 없는 미래에 고통스러워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한다. 그리고 완벽하진 않더라도 결과물을 얻어낸다. 우리가 타임슬립물을 만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영화처럼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과거와 같은 또 다른 잘못을 만들지는 않으려는 노력. 경각심. 그들이 필사적으로 과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오히려 앞으로를 더욱 충실하게 경각심을 가지고 후회하지 않도록 살아가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타임슬립 기욤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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