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경기 전부터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첼시의 콘테 감독이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한 말이다. 어느 팀이든 상승세를 타더라도 언젠가는 패할 수 있다.

이제 유럽에서 유일하게 공식 경기(리그 포함) 연속 최다 무패를 기록하고 있는 팀은 단 한 팀이다. 올 시즌 세비야와의 국왕컵(스페인) 16강 1차전에서 승리한 레알 마드리드는 38경기라는 정말 엄청난 대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14연승이라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장 연승 기록에 도전하던 첼시는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패배해 아쉽게도 13연승에서 제동이 걸렸다. 물론 레알 마드리드 또한 경기를 치를 때마다 신기록을 향해 도전하고 있지만, 사람이기에 첼시처럼 패하는 날이 올 수 있다.

토트넘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펼쳐진 첼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 경기에서 델레 알리의 2골에 힘입어 2:0 완승을 하였다. 이로써 토트넘은 승점 3점을 추가하면서 리그 3위로 올라섰고, 첼시와의 승점 차를 7점 차로 좁혔다. 그리고 선두권 진입을 위해 경쟁하고 있는 팀들 또한 승점 차가 더욱 좁혀졌다.

같은 듯 달랐던 양 팀의 '스리백'

이날 첼시는 기존에 베스트 일레븐과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 선발 출전했다. ▲ 3-4-3의 포메이션에서 아자르와 페드로를 통해 돌파와 역습으로 토트넘을 상대했다. 반면 ▲ 토트넘은 지난 왓퍼드 경기와는 조금 다르게 선발을 구성했다. 3-5-2가 아닌 3-4-3으로 케인의 파트너는 손흥민이 아닌 알리와 에릭센을 선택했다. 먼저 설명하자면, 손흥민의 최대 강점은 측면에서 넓게 벌려서 날카로운 돌파를 통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이날은 첼시를 상대로 중앙 지향적인 알리와 에릭센을 선택한 이유는 첼시의 핵심인 좌우 윙백과 3백을 공략하기 위해서였다. 손흥민이 포체티노 감독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도 전술적 성향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알리와 에릭센은 측면이 아닌 중앙으로 좁혀서 3선에 배치된 완야마, 뎀벨레와 사각형을 만들어 중원 숫자 싸움에서 우세하게 가져가면서 캉테와 마티치를 꽁꽁 묶었다. 또, 전문 측면 윙어의 역할은 윙백에 배치된 로즈와 워커가 맡으면서 높은 위치까지 전진했고, 첼시의 좌·우 윙백인 마르코스 알론소와 모제스가 공격적으로 전진하지 못하게 하면서 첼시의 공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 하게 했다.

결국,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알리와 에릭센이 중앙으로 좁혀서 움직이면서 중앙뿐만 아니라 전방에서도 숫자의 우위를 가져갔고 에릭센이 올린 크로스가 박스 안에 위치한 알리에게 정확하게 전달되면서 헤딩 두 방으로 첼시를 잡은 것이다. 188cm의 알리를 마킹하던 아스필리쿠에타는 빠르기에서는 강점을 보이지만 알리와 10cm 차이 나는 178cm의 키를 가진 그는 높이에서 약점이 있는 선수이다. 이러한 부분을 다비드루이스가 커버해주는데 이날은 케인에게 시선이 쏠리면서 3백에 위치한 선수끼리 박스 안에 홀로 있는 알리를 놓치면서 실점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대결을 통해 첼시를 공략하는 법을 확실히 터득했고 다시 만나는 오늘까지 잘 준비했다. 또, 그가 준비한 것이 주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부터 중요한 첼시의 현 상황

이제 연패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좋은 분위기를 다시금 만들어야만 한다. 그래야 선두를 유지하면서 우승컵이라는 목표치에 다가가 그 꿈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 대표적으로 ▲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은 3백과 4백의 유기적인 변화를 통한 플랜B가 있고 또, ▲ 아스널의 벵거 감독은 제로톱(전문적인 스트라이커가 없는 전술.) 전술로 산체스를 배치하거나 산체스를 측면으로 돌리고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지루를 배치하면서 다양한 전술적 변화를 가져간다. 이들의 유사점은 한가지의 전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유기적인 변화를 통해 상대에 맞는 선수 및 전술적 색깔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첼시의 콘테 감독이 본래 한 가지 전술만을 고집하거나 유기적인 능력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과거 유벤투스와 이탈리아를 이끌 때를 보면 3백과 4백을 혼용해가면서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 점만 봐도 콘테는 위에 다른 감독들처럼 전술적 변화에 있어서 능숙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첼시에서의 모습을 보면 전자를 말하기 조금 조심스럽다. 프리미어리그 개막 후 4백의 전술로 경기를 치른 6경기에서 3승 1무 2패 9실점으로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비록 부임 후 첫 시즌이라 하더라도 콘테에게 어울리지 않는 성적인 건 분명했다. 그러나 5라운드 리버풀과 6라운드 아스널에 연패하면서 콘테는 변화를 줬다.
헐시티와의 7라운드를 기점으로 4백에서 3백으로 전환했고 토트넘과의 경기 전까지 13경기 동안 13연승을 달리면서 4골밖에 실점하지 않았다. 경기당 평균 0.3골 정도 내준 셈이다. 확 바뀐 첼시였다. 기존의 기록들을 뛰어넘으면서 승승장구한 첼시는 13라운드 토트넘과 14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약간의 약점이 드러나면서 상대 팀들이 첼시의 전술에 조금씩 익숙해졌다. 15라운드부터 첼시는 본머스와 스토크시티전을 제외하고는 1골 득점으로 승리하면서 승점을 챙겼다. 그래도 콘테는 경고 누적 징계 등의 위기의 상황에서도 아자르-윌리안-페드로를 전방에 세우는 제로톱 전술 등으로 위기를 딛고 좋은 흐름을 이어갔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을 놓고 봤을 때 플랜B의 전술, 그리고 겨울 이적 시장에서 콘테 감독의 전술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좌우 측면 윙백과 중앙 수비를 영입할 필요가 있다.

첼시가 올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참가하지 않고 리그 컵(EFL컵)에서는 탈락했더라도 똑같은 베스트 11의 선수 구성이 반복된다면 토트넘이 첼시의 약점을 간파해 승리를 챙긴 것처럼 다른 팀들과의 경기에서 승점 관리를 쉽게 하기 힘들어질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디에고 코스타가 결장했을 때 제로톱 전술을 사용했던 것처럼 변화와 영입은 필수다. 그 외에도 최근 파브레가스의 폼이 올라온 것처럼 바추아이나 로프터스 치크 이바노비치 등의 선수들도 폼이 올라와 줘야 한다. 다른 선수들의 폼이 올라온다면 모제스 자리에 이바노비치를 배치하고 모제스를 공격적인 위치에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 밖에도 바추아이의 폼이 더 올라온다면 디에고 코스타 외에도 위협적인 무기가 하나 더 추가되는 셈이다. 또, 전체적인 로테이션이 가능해지게 된다.

올 시즌 첼시는 함께 경쟁하는 팀들에 비해 리그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고, 체력적으로도 좀 더 수월하기에 앞서 말했듯 보완이 된다면 다시 좋은 흐름을 통해 리그 우승에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첼시는 레스터시티. 헐시티를 만난다. 리그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이는 레스터시티와 최근 감독 경질 등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헐시티를 상대로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 또, 다음 경기들이 리버풀과 아스널과의 선두권 싸움의 분수령이 될 중요한 경기가 있으므로 더욱 필요하다.

토트넘이 첼시를 잡음에 따라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의 선두권 싸움이 더욱 점입가경 되고 있다. 앞으로의 리그 일정에서 웃고 우는 팀은 누가 될까? 겨울 이적 시장이 큰 변수가 되고 그러한 선택이 옳고 그름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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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토트넘 런던더비 프리미어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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