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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정원 ‘죽설헌 원림’, 자연은 자연 그대로일 때가 아름답다.
 비밀정원 ‘죽설헌 원림’, 자연은 자연 그대로일 때가 아름답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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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나무 오솔길이다. 이 길을 조금 걸었는데도 어느새 내 마음속에는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뭘까 가슴 벅차오르는 이 기분, 그 느낌이 너무 너무 좋다. 잠시 후 대숲 우거진 곳에 그림 같은 살림집이 나타난다. 동양화가이면서 신비로운 비밀정원(죽설헌 원림)을 가꾸며 사는 박태후(63) 화백의 집이다.

박 화백의 안내를 받아 정원 산책길에 나섰다. 대나무 숲과 기와 담장길이 퍽 이채롭다. 이파리가 진 앙상한 나목의 겨울 숲이지만 공기가 청아하다. 가슴이 시원해진다. 시야에 잡히는 풍경은 일반적인 정원에서 느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가꾼 듯 아니 가꾼듯하지만 자연스러움이 가득하다. 아니 여기저기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나무들을 모두 다 씨 뿌려서 가꿨어요. 소나무만 없어요. 고교시절부터 시작해 45년째 가꾼 것입니다."

가장 한국적인 정원... 홀로 맨손으로 일궈

 비밀스러운 정원은 집을 한가운데 두고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
 비밀스러운 정원은 집을 한가운데 두고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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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 담장길이다. 기와를 세로로 켜켜이 쌓아 담장을 만들었다. 이런 담장은 아직껏 세상 그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 보면 볼수록 알 수 없는 신비로움이 가득하다. 비밀스러운 정원은 집을 한가운데 두고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

정원 곳곳에는 연못이 있다. 주변에는 창포의 푸른 잎이 보인다. 창포꽃 흐드러진 봄날의 풍경을 상상해본다. 어느새 마음 한구석에서 꽃향기가 피어오른다. 자연석으로 쌓아올린 3층석탑이 멋스럽다. 연못가에 다다르자 수많은 왕버들나무가 연못에 잠겨있다.

세상 그 어느 화가가 이렇듯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먹물로 그려낸 한 폭의 수묵화가 연상된다. 알 수 없는 그 무엇에 홀린 듯 쉬 눈길을 거둘 수가 없다. 이 기막힌 풍경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대나무 숲과 기와 담장길이 퍽 이채롭다.
 대나무 숲과 기와 담장길이 퍽 이채롭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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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 곳곳에는 연못이 있다. 주변에는 창포의 푸른 잎이 보인다.
 정원 곳곳에는 연못이 있다. 주변에는 창포의 푸른 잎이 보인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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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선가 이름 모를 새들의 아름다운 지저귐이 들려온다. 연못 속 왕버들나무의 반영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 곁에는 시들고 빛바랜 연 줄기가 고개 숙인 채 무리지어 있다.

"한푼도 없이,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맨손으로 시작했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정원으로 가꿀 생각입니다."

전남 나주 금천면에 있는 정원(죽설헌 원림)은 그 규모가 1만4000㎡다. 이곳에는 수많은 토종나무와 과실나무가 우거져 있다. 그 사이사이로 자생하는 들꽃과 화초들이 자라고 있다. 대숲과 연못도 있다. 그 주변에는 노랑꽃창포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 자라는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나무들입니다. 사람들은 가까이 있는 걸 귀하게 여기지 않지요. 노랑꽃창포는 잡초보다 더 생명력이 강하답니다."

7개의 연못... 다양한 토종 생물들의 보고

 기와 담장길 너무 호수가 정말 아름답다.
 기와 담장길 너무 호수가 정말 아름답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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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화백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나무들을 사람들이 흔하다며 귀히 여기지 않는 걸 무척 아쉬워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정원을 가장 한국적인 정원으로 가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말한다. 자신이 만드는 정원은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나다워야 한다고.

세계 여행을 두루 다녀본 그 역시 사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이 좋다고 말한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자연을 보는 시각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우리나라에는 담양 소쇄원, 완도 보길도 세연정, 강진 백운동정원 등 3대 전통정원이 있다. 그는 3대 정원 중에서 으뜸으로 강진 백운동 정원을 꼽았다.

"자연은 그냥 있는 그대로 편하게 보면 됩니다."

 “자연은 그냥 있는 그대로 편하게 보면 됩니다.”
 “자연은 그냥 있는 그대로 편하게 보면 됩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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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죽설헌 원림에는 7개의 연못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연못에는 자연 그대로의 신비로움이 가득하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토종 백일홍은 누운 듯 꾸불꾸불 자라고 있다. 이따금씩 만나는 자연석으로 쌓아올린 돌탑은 절집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감흥으로 다가온다.

연못에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정원 조성 초기에 다양한 종의 생물들을 넣어둔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은 어떤 종이 얼마나 개체수를 이루고 사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제껏 자연생태계의 순리에 그냥 맡겨두었기에.

"초창기에 토종 생물을 다양하게 넣어뒀어요. 지금은 몇 마리가 들어있는지 몰라요."

"자연에 스승이 다 있어요, 자연에서 배워야지요"

 호수에 잠긴 왕버들나무의 반영이 아름답다.
 호수에 잠긴 왕버들나무의 반영이 아름답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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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원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서 숨 쉬는 거예요. 정자문화 보세요. 자연 속에 그대로 지었잖아요. 한국정원은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연 그대로에요."

자연 그대로인 이곳 정원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없다. 때로는 세상 모든 자연이 다 여기에 모여 있는 듯하다. 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수목들이 이곳 정원 여기저기에서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는 이의 시각차에 따라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화가가 정원을 만든 사례가 없어요. 프랑스에는 인상파 화가인 클로드 모네가 있지요. 마음에 맞는 사람과 이곳 정원을 공동 작품으로 만들었으면 해요. 500년 후에도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정원으로 가꾸었으면 해요. 자식에게 물려주면 3대를 못가요."

 강진군청 조달현씨와 박태후 화백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강진군청 조달현씨와 박태후 화백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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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후 화백의 작품 ‘자연 속으로...’ 또한 자신이 만든 정원 속의 자연이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박태후 화백의 작품 ‘자연 속으로...’ 또한 자신이 만든 정원 속의 자연이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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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명화가 모네는 자신이 만든 연못과 정원에서 작품 활동에 많은 영감을 얻었다. 박 화백의 작품 <자연 속으로...> 또한 자신이 만든 정원 속의 자연이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자연에 스승이 다 있어요, 자연에서 배워야지요."

눈에 밟히는 모든 풍경들이 퍽 한가롭다. 보이는 게 다 곱고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정원을 비밀스럽게 간직한다는 게 너무 아쉽다. 문을 활짝 열어 젖혀 모든 이들이 관람할 수 있는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벽난로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이내 초록의 대나무 숲으로 아른거리며 사라져간다.

 “한국정원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서 숨 쉬는 거예요. "
 “한국정원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서 숨 쉬는 거예요. "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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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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