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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시장에 대해 보도하는 1월 1일자 TV조선 보도.
 이재명 시장에 대해 보도하는 1월 1일자 TV조선 보도.
ⓒ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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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아'를 '야 임마'로 창작하는 조선일보... 이런 악성언론이 나라를 망쳤습니다."

대권주자 이재명 성남시장이 단단히 뿔났다. 아니 분노했다. 그러면서 "검증을 빙자한 조작 왜곡 음해..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라고도 했다. 1일 밤부터 2일 오후까지, 자신의 SNS와 <조선일보>와 <TV조선>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TV조선을 반드시 폐간시키고 말겠습니다"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이재명 시장이 분노한 기사를 먼저 보자.

"이 시장은 셋째 형인 이재선씨와 갈등의 골이 깊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형 이재선씨 측이 주장하는 '정신 병원 강제 입원설'이 대표적입니다. 이재명 시장 측은 오해에서 비롯된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단독] 이재명 시장, '셋째 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시도' 의혹, <TV조선> 1월 1일 보도)

"이재명 성남시장이 시의원과 철거민 등에게 막말과 욕설을 했던 것으로 TV조선 취재결과 드러났습니다. 파격적 복지정책과 서민 행보로 인기몰이를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단독] '서민 시장' 이재명…알고 보니 철거민·시의원에 막말, <TV조선> 1월 1일 보도)

이재명 시장은 이미 보도될 대로 보도된 이 시장과 셋째형 이재선 회계사의 갈등을 <TV조선>이 이 시장의 형수와의 짧은 인터뷰와 함께 '단독'이란 이름으로 재확인한데 대해 '악의적 허위보도'라고 반박했다. 이 시장은 반박과 함께 병원의 입원동의서와 수원지방법원의 입시조치결정문 등 증거 사진을 함께 게재하기도 했다.

<TV조선>은 또 검증이라는 명맥 하에 과거 철거민 단체의 성남시청 앞 항의시위 중 빚어진 갈등과 수행비서인 백아무개씨가 뇌물수수와 골프접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안을 연결 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TV조선 드디어 선거개입 조작질 시작... 책임을 물어야지요?"라고도 했다. 

"(가족들 스스로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킨)이 사실을 설명했는데도 TV조선은 '진단요청'과 '강제입원'을 두리뭉실 섞어 악의적 허위보도를 했습니다. TV조선에 전면전을 시작합니다. 명백한 허위보도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묻고 민주공화국을 마비시키는 독극물 조작언론을 반드시 폐간시키겠습니다."

"TV조선은 눈이 있으면 보시오"... 이재명의 반박

이재명 시장이 2일 SNS에 게재한 국립부곡병원의 입원 동의서.
 이재명 시장이 2일 SNS에 게재한 국립부곡병원의 입원 동의서.
ⓒ 하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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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은 오늘부터 여야의 주요 대선주자들에 대한 검증을 집중적으로 보도해드릴 예정입니다. 대선주자 검증의 중요성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하지만, 대선시계가 빨라지고 있어, 제대로 검증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TV조선은 대선주자 누구든지 팩트가 취재되는 대로, 또 제보가 들어오는 대로 검증해서 보도하겠습니다."

1일 이재명 성남시장을 이른바 '검증'하고자 나선 <TV조선>의 논리다. 그런데 <TV조선>의 보도만 놓고 봐서는 이게 '팩트'인지 이 시장 형님 부부의 일방적인 주장인지 '검증'하기가 어렵다. 그 만큼 보도 자체도 단편적이고, 일방적인 주장만이 짧고 굵게 담겨 있다. 오히려 <TV조선>의 짧은 리포트에 반박하는 이 시장의 해명에 훨씬 더 많은 사실관계가 담겨 있다.   

"박사모 성남지부장 이재선 회계사는 정신질환(조울증)으로 형수 박**이 백아무개 의사의 도움을 받아 치료한 경력이 있고, 이후 정신병이 심화되어 형수와 조카딸에 의해 창녕 부곡정신병원에 두 달간 강제입원되어 치료받았습니다(인터넷에 공개된 입원확인서 참조).

형님은 민선 2기 시절 시장직 인수위원직을 이용해 수정청소년수련관 특혜를 챙겨 물의를 빚었고, 어머니가 5천만 원을 빌려주지 않는다고 패륜적 폭언을 했으며, 제가 시장에 당선되자 '이재명 시장 친형님'을 내세워 이권요구에 시정개입을 하다 이를 차단 당하자 '이재명에게 통화 연결해 달라'며 어머니를 살해협박하고 교회에 불을 지른다고 위협 했습니다 심지어 '어머니 XX를 찢어 죽인다'는 패륜 폭언을 했습니다. 

겁이 난 어머니가 보건소에 정신질환여부 확인을 위해 진단(강제입원이 아님)을 의뢰하여 성남보건소는 행정절차로 형님의 정신질환여부 확인절차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보건소가 성남시장 관할이기 때문에 정치적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진단절차는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는데 결국 형님은 어머니를 때려 입원시키는 패륜을 저질렀으며, 이후 형수를 폭행하고 가산을 탕진하는 등에 이르자 그 가족 본인들이 스스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킨 것입니다."

이 시장이 강한 어조로 반박하자 <TV조선>은 2일 오후 발 빠르게 후속 보도를 내보냈다. "이재명 'TV조선과 전면전…폐간시키겠다'는 이 시장의 SNS 글을 자극적인 부분만 떼 짧게 내보낸 것이다.

그 와중에 이 시장은 "TV조선은 눈이 있으면 보시오"라며 "박사모지부장 이재선 형님은 내가 아니라 형수 박**과 조카딸 이**이 경남 창녕 부곡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켰습니다. 폭행 협박 당한 어머니가 '보건소진단'을 요청했지만 제가 막았는데... TV조선 용서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재차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어찌됐건, 확실한 건 이재명 시장과 <TV조선>의 '전면전'이 점입가경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점이다. 이러한 전면전과 함께 주목해야 할 대목은 <TV조선>의 이재명 시장에 대한 태세 변화다.

<TV조선>의 허울 뿐인 검증, 그런데 반기문은?

문재인-이재명을 위험한 동거인으로 꼽고, 두 사람을 ‘원수’ 등으로 묘사한 TV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12/25) 화면 갈무리
 문재인-이재명을 위험한 동거인으로 꼽고, 두 사람을 ‘원수’ 등으로 묘사한 TV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12/25) 화면 갈무리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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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은 지난해 12월 한 달 간 촛불정국과 함께 지지율이 치솟은 이재명 성남시장을 주목하는 논조를 굳이 마다하지 않았다. 토크쇼에 출연한 패널들의 이 시장에 관한 멘트 역시 우호적일 때가 적지 않았다. 패널의 논조와 <TV조선> 전체의 논조는 분리해서 봐야 하겠지만, 분명 일부 보도에선 '우호적'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선 '지지율 1위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는 보수언론 전체에 퍼진 '문재인 때리기'에 이 시장이 수혜를 입고 있다는 관측이 주를 이뤘다. '문재인 때리기'에 비하면 '관망' 수준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랬던 <TV조선>이 새해 첫날 들어 '대선후보 검증'이라는 명목으로 '이재명 때리기'로 급선회를 한 것이다. 그것도 이 시장의 '아킬레스 건'이라고 하기엔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이재선씨와의 해묵은 갈등을 재점화시키는 방향으로 말이다.

하지만 <TV조선>의 이번 보도가 꽤나 단편적이고 형님 부부의 주장으로 치우쳤다는 점에서 '검증'다운 '검증'이라고 받아들일 시청자들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이 시장이 '발끈'하고 '전면전'을 선포함으로써 <TV조선>이 '한탕주의'식 보도가 제대로 힘(?)을 발휘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종편과 <TV조선> 폐간(?)을 갈망하는 일부 시청자들이나 야당 지지층은 이재명 시장의 전쟁에 환호를 보내겠지만 말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대선후보들에 대한 '검증'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 큰 축은 단연 언론이다. 유권자들도 원하고 바라는 그 '검증', 이 선거 레이스가 <TV조선>과 같이 선정적이고 단편적이며 '아니면 말고' 식으로 흘러선 곤란하다. 더욱이 탄핵정국과 10차에 이어진 촛불민심이 두터워 지면서 언론개혁의 요구와 언론에 대한 '검증'마저 진행되고 있는 와중이지 않은가.

이러한 <TV조선>의 '검증'이라 쓰고 '야당 후보 흠집내기'라고 읽을 수 있는 '단독' 보도는 오히려 자충수에 가까워 보인다. 대다수의 신년 설문조사에서 안정적으로 지지율 3위를 차지한 대권주자에게 제일 먼저 안일한 칼날을 들이댄 종편의 무리수라고 할 만 하다. 백번 양보해, '검증' 운운한 <TV조선>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그 칼날을 제대로 휘드르는지 지켜 볼 일이다.


태그:#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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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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