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참으로 기나긴 고통의 세월이었다. 역사가 과거 유신시절로 돌아간 듯한 어둠의 시대였다. 우리가 이미 획득했다고 믿었던 그 민주주의의 원칙과 틀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그러나 마침내 시민들은 이 어둠을 촛불로 몰아냈다. 독재자는 자기의 성에 유폐됐고, 우리는 광장에 섰다.

이제 우리의 임무는 무엇인가? 그것은 광장을 불살랐던 촛불의 열기를, 그리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그 뜨거운 외침을 진정한 민주주의의 제도화로 승화시키는 것이라 믿는다. 광장의 열기가 그저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차원에서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하여 구체적인 법률과 제도로써 정립되고 실행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안을 <오마이뉴스>에 연속 기고한다. - 기자 말

'이게 나라냐' 박근혜즉각퇴진 5차범국민행동이 열릴 예정인 26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한 학생이 '이게 나라냐'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 '이게 나라냐' 지난 11월 26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한 학생이 '이게 나라냐'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이 '나라 같지 않은 나라'의 근원은 멀리 일제 식민지 시대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것을 비롯하여 이승만 체제의 잔재 그리고 이후 박정희의 유신과 전두환 국보위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데에 있다. 가깝게는 40년 멀게는 100여 년 기간에 우리 사회는 (외세를 포함하여) 천박하고 탐욕스러운 권력자들만의 편의에 의해 제멋대로 농단 되어왔고, 그 당연한 결과로 시민사회와 시민 권리가 완전하게 부정되고 배제되었다.

지금이야말로 근본적으로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시민의 발견"이며, 그 핵심은 바로 "권력에 대한 시민의 통제"다. 권력자들이 제멋대로 구축했던 그 사슬과 족쇄(우리 주위에서 '적폐'라는 '박근혜표' 용어를 흔히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여전히 박근혜 통치에서 심리적으로 벗어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를 철저히 거둬내고 이제 시민의 손으로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민주주의의 참된 틀과 내용을 차근차근 만들어나가야 한다.    

왜 민중은 "개돼지"로 조롱받는가?

 진경준 검사장이 '주식 대박'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7월 14일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진경준 검사장이 '주식 대박'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7월 14일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최근 법원은 진경준 전 검사가 친구로부터 공짜 주식을 받아 무려 130억 원의 이익을 챙긴 사건에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선고했다. 국민들은 참으로 "어이가 없다."

여기서 무죄의 명분으로 내세운 '대가성'이란 해괴한 잣대와 논리로서 법을 왜곡하고 자의적 해석을 낳게 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그리고 이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라는 명분은 많은 경우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이들의 무죄를 '입증'하는 효과적인 무기로 작동했다.

민주주의란 권력기관과 권력행위에 대한 국민의 통제를 핵심적 요소로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 땅의 국민들은 권력에 대한 아무런 통제 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과연 국민들은 어떻게 권력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법률적 측면에서 이를 실현하는 한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바로 법왜곡죄 신설이다. 법왜곡이란 적용해야 할 법률 규정을 적용하지 않거나 법률 규정을 그릇되게 적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공무원이란 영어로 'public servant'로서 문자 그대로 국민을 위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며, 한자어로는 '국민의 종'이라는 뜻의 '공복(公僕)'이다. 우리 헌법 제7조에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은 국가의 각 분야 공무활동에 직접 종사하며, 그 행위는 국가의 법률·조례를 대변한다. 공무원은 무엇보다도 강력한 책임의식과 준법의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법률의 자의적인 적용과 농단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누구든 관청에 가서 억울한 일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국세청은 자주 권력의 친위기관으로서 '권력의 칼'이 되어 기업과 국민을 겁주고 옥죄어왔다. 그 과정에서 자의적 잣대에 의한 왜곡과 농단이 적지 않았고 각종 부정과 거래 또한 동시에 이뤄졌다. 이제까지 나라 같지도 않은 이 나라에서 세금은 어찌 그리 많이도 거둬 갔는지. 오죽하면 "국민이 국가의 앵벌이냐?"라는 탄식까지 나오겠는가.

우리 사회에서 국민들은 오직 권력과 법에 의하여 '통치'되고 '지배'받는 대상일 뿐이다. 개돼지라는 모욕적 언사로 조롱받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상적으로 권력자들과 법률 집행자들의 왜곡된 법 적용으로 고스란히 피해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선출직'이 아니라 대부분 '시험'에 의하여 선발된 그들에 대한 통제 장치도 가지고 않다.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을 비롯하여 정치적으로 편향된 시국사건을 다시 언급할 것까지도 없다.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다가 진범이 잡혀 재심 절차가 이뤄지거나 진범이 밝혀졌는데도 아직 재심이 개시되지 않은 형사사건도 적지 않다. 그러나 어느 한 사건에서도 관련 판사나 검사가 처벌된 적이 없다. 아니 한 마디 사과조차 한 적이 거의 없다. 

독일, 스페인, 노르웨이, 중국 등에서 법왜곡죄 규정

 17일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가운데, 무죄선고를 이끌어낸 박준영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그는 "무죄를 선고하게 된 구체적 이유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없이,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무책임한 변명으로 일관했다"라며 "재판부의 비겁한 태도로 인해 무죄를 받고도 크게 즐거워 할 기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17일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가운데, 무죄선고를 이끌어낸 박준영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그는 "무죄를 선고하게 된 구체적 이유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없이,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무책임한 변명으로 일관했다"라며 "재판부의 비겁한 태도로 인해 무죄를 받고도 크게 즐거워 할 기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우리 헌법 제29조 제1항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제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법왜곡죄 규정은 권력에 대한 국민 통제의 구체적 법률 규정이다. 독일 형법 제339조는 "법관, 기타 공직자 또는 중재인이 법률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함에 있어 당사자 일방을 유리하거나 법을 왜곡한 경우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법왜곡죄다. 독일을 비롯하여 스페인, 노르웨이, 중국 등 적지 않은 국가에서 이러한 법왜곡죄를 규정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공직자에 의한 법왜곡 현상은 재판 과정만이 아니라 법 집행과정에서 흔하게 나타나고 있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대중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처벌 대상을 판사, 검사로 국한시키는 것은 오히려 비현실적이고 대중들의 법 감정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가령 현재 논의되고 있는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라든가 혹은 청와대 감찰관, 각 부처 감찰부서, 또는 금융감독원과 특허청 등의 준사법기관 등에서 나타날 수 있는 법왜곡 현상은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인가?

따라서 적용 범위를 법률 집행기관까지 확대하여 법왜곡 행위 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전체 사회의 법왜곡 현상을 바로잡고 국민이 소망하는 법적 정의를 실현하는 방안이라고 판단된다. 

권력행위의 책임성(accountability)과 투명성(transparency)은 민주주의의 핵심적 요소이다. 그리고 이러한 책임성과 투명성은 치자와 피치자로 구분되는 현대 국가체제에서 각종 권력행위가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최우선적 고려사항이 된다.

법왜곡죄, 국민주권 원칙의 법률적 실현

광화문광장에 다시 모인 416가족협의회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416가족협의회, 실종자가족, 시민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세월호특별법무력화시도 정부시행령즉각폐기 농성 선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광화문광장에 다시 모인 416가족협의회 지난 2015년 3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416가족협의회, 실종자가족, 시민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세월호특별법무력화시도 정부시행령즉각폐기 농성 선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세월호특별법이 하위의 시행령에 의하여 무력화되었던 과정은 이미 모두가 목도한 바 있다. 이는 법률을 제정한 국회의 입법권과 입법 취지 그리고 국민 의사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시행령과 관련한 유형의 법왜곡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공무원을 처벌함으로써 멋대로 상위의 법률을 왜곡·농단하는 행위를 방지해야 한다.  

이렇게 법왜곡죄의 적용 대상을 사법부만이 아니라 각 법률 집행기관까지 포함하여, 경찰이나 행정부 각 부처 공무원, 국세청을 비롯한 세무공무원까지 이 법의 영향을 받도록 한다. 또 김영란법 적용 대상의 범주에서도 누락되었지만 부정부패의 현실성과 공공성의 측면에서 금융 부문 역시 우리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법왜곡죄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법왜곡죄 신설은 권력기관 및 권력행위에 대한 대중 통제의 출발점으로 작동할 수 있다. 법왜곡죄는 '제2의 김영란법'으로 우리 사회 전체 시스템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공수처'가 설치된다면 더욱 그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일방적으로 권력의 지배를 받고 언제나 피치자로서 그리고 항상 '을'의 입장에만 놓일 수밖에 없었던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방어적 장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법왜곡죄를 통해 국민을 개돼지라고 조롱하는 오만한 권력자들의 권력 농단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률적 장치를 마련하고, 국민 주권주의의 '법률적 정의'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소준섭 박사는 중국 상하이 푸단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받았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직접민주주의를 허하라>, <대한민국민주주의처방론> 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유신반대 운동으로 수배, 구속된 바 있고, 서울의 봄 때 다시 수배되어 광주항쟁 전 과정을 <광주백서>로 기록하고 지하에서 출판 배포하기도 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