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방송된 JTBC <힙합의 민족>의 한 장면. 래퍼 치타가 랩을 하는 도중에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다.

27일 방송된 JTBC <힙합의 민족>의 한 장면. 래퍼 치타가 랩을 하는 도중에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다. ⓒ JTBC


객석에서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이 하나둘 늘어갔다. 무대 위 화면에서는 JTBC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가 참사 후 흐른 날짜를 카운팅했고, 단원고 세월호 유가족들의 울부짖음이 이어졌다. 객석에 앉은 노란색 옷을 입은 세월호 유가족들도, 일반 청중들까지도 모두 눈물바다를 이뤘다. 방송 후 SNS 등을 통해 영상과 노래를 접한 이들도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는 반응들을 쏟아냈다.

27일 방송된 JTBC <힙합의 민족> 경연 무대에 선 치타와 장성환이 꾸민 '옐로오션(Yellow Ocean)'은 '세월호 참사'를 만들고 방기한 이들에 대한 가장 강력한 펀치와도 같았다. 이날 함께 출연한 MC 스나이퍼나 박광선, 피타입도 '2016'이란 주제어와 관련 "이 공연이 끝나고 나면 우리는 정부에게 고발당할지도 몰라", "너는 지금 약 빨아서 high야(하야) high야(하야)", "이 가사 쓰는 데 딱 7시간 걸렸어"와 같은 사회 비판적이고 은유적인 가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Remember 4.16"란 가사를 토해낸 '옐로오션'의 가사에는 비할 수 없었다. 치타는 방송에서 "유가족 분들이 허락을 해주셔서 만들 수 있었다. 슬퍼하자고 만든 노래가 아니라 잊지말자는 의미로 만든 것"이라 밝혔다.

 27일 방송된 JTBC <힙합의 민족>의 한 장면. 노래를 듣던 유가족들이 눈물을 터뜨렸다.

27일 방송된 JTBC <힙합의 민족>의 한 장면. 노래를 듣던 유가족들이 눈물을 터뜨렸다. ⓒ JTBC


아래는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이런 곡을 발표하고 싶었다는 치타의 랩이 포함된 '옐로 오션' 가사다.

"그땐 눈 감고 눈 뜰 때 숨쉬는 것도 미안해서 / 난 입을 틀어막고 두 손 모아 기도하길 반복했어 / 단언코, 진실도 있었지 / 인양해야 될 건 진실은 이제 조금씩 떠오르고 있어.

규명이 빠진 진상 그들은 의지가 없고 / 구경하가 다 조작 오보 연기였고 / 그 뒤로 많은 날이 지났지만 오늘도 기억해 / 우린 촛불과 함께 밝혀야 할 것들이 남았기에.

지금쯤이면 누구보다 아름다웠을 피지 못한 꽃들과 희망 / 도대체 무엇을 위한 일이었는지 이유도 모른 채 / 아직 거기 있을 가엾고 죄 없는 이들과 아이들.

거긴 그 사람들의 심장처럼 차갑지 않길 / 남은 이들의 시린 가슴이 하루라도 빨리 낫길 / 좋은 곳으로 가야 할 너희들을 아직 맘 편히 놓아주지 못해 미안해 / 잊지 않을게요.

흐르는 세월 속 잊지 않을 세월, 호 / 우리의 빛 그들의 어둠을 이길 거야 / Yellow ribbons in the ocean / 진실은 침몰하지 않을 거야 / Yellow ribbons in the ocean / ocean oh shine.

밖에 누구 없어요? / 벽에다 치는 아우성 / 얼마나 갑갑했어요? 난 그때만 생각하면 / 내 눈물이 앞을 가려 / 지금은 2016 잊지 말아야 돼 / 당시에 빅이슈 이 얘길 가져온 이유 / But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가는 세월 / 배워야 할 시기에 왜 이런 일을 당해야만 했냐고 / 대체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 시간동안 / 알 수 없어 바다보다 더 차가운 그들의 맘 / 선배여야 했던 아이들은 여전히 18살 친구로 머물러/ 수 많은 사망자 실종자 학생 뿐 아닌 이들 / 자랑스러운 영웅들까지도 거기선 편안하길 바래요 / 아직 봄이 많이 춥네 그때 일처럼 /
거긴 어때요?

Remember 4.16 Remember 4.16 눈물이 차올라 / 내 가슴 속에 새겨진 2014년 4월 16일."

김제동, 박해진의 세월호 리본과 기억 팔찌, 그리고 

박해진, 세월호 희생자 기억하는 노란 팔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주최로 5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케이블TV방송대상> 레드카펫에서 인사를 하는 배우 박해진이 차고 있는 세월호 팔찌가 눈길을 끌고 있다. 10회째를 맞은케이블TV방송대상은 유료방송 통합 방송대상으로 지난해 화제를 일으켰던 방송작품과 출연자를 대상으로 한 시상식이다.

▲ 박해진, 세월호 희생자 기억하는 노란 팔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주최로 지난 3월 5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케이블TV방송대상> 레드카펫에서 인사를 하는 배우 박해진이 차고 있는 세월호 팔찌가 눈길을 끌고 있다. ⓒ 이정민


올 한해도 많은 연예인, 대중문화예술인들이 '세월호'를 기억했다. 잊지 말자고 했다. 그들은 자신의 노래로, 참여 작품으로, 그리고 직접 세월호 리본과 '기억 팔찌'를 차고 스스로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 나갔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이들이 스스로의 영향력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자고 독려하는 일은 여러 의미로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참사 이후 세월호를 소재로 한 노래를 제작하고 싶었지만 좀 더 영향을 가지게 된 다음에 노래를 만들고 널리 알리고 싶었다"던 치타의 속내는 여러 의미를 함축한다. 스타가, 문화예술인이 가지는 영향력과 작품의 파급력, 그리고 자신의 인지도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지점을 잘 드러내 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꾸준히 'Remember 4.16'을 외치는 문화예술인들이 적지 않다. 2016년 막바지를 '만민공동회'라는 제목의 연설&토론회로 전국 각지의 광장에서 바쁘게 보내고 있는 김제동의 손목에는 항상 노란색 '기억 팔찌'가 자리한다. 본인이 진행하는 JTBC <김제동의 톡투유>에서도 세월호 노란 리본과 '기억 팔찌'를 잊지 않고 착용한다. 이 노란 리본과 팔찌를 착용하면서 세월호 참사를 환기하는 교양/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는 김제동이 유일할 것이다.

배우 박해진 역시 빠뜨릴 수 없다. 지난달 16일 열린 <2016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2016 Asia Artist Awards)> 레드카펫에서도 박해진은 변함없이 노란 리본과 노란 팔찌를 착용한 바 있다. 그는 2년 넘도록 부지런히 노란색을 애용(?)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봄, 세월호 2주기에 앞서서는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 홍보 목적으로 방문한 중국에서 한 중국 톱스타에게 '세월호 팔찌'를 선물하기도 했다.

사실 유명인들의 이러한 응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도 출연했던 '공부의 신' 강성태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세월호 노란 리본 때문에 청와대에서 전화 온 사연"이란 영상을 게재했다. 강성태는 공부의 신 멘토와 멘티들이 최초로 시작한 것이 노란 리본 달기 프로젝트"라며 "2년 전인 2014년 청와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고 밝혔다.

전화 내용 속 청와대 직원은 "노란 리본을 달자는 제안을 한 학생이 누구냐, 정치적 활동을 한 적이 있느냐, 무슨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는 것이다. 올해 한 방송에서 노란 리본을 달고 출연한 배우 김유정 역시 입길에 올랐다. 최근 태도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지만, 노란 리본을 가지고 공격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어쨌든 개인의 사회적인 이슈와 관련된 '행위'나 '발언'에 여전히 민감했던 한 해였던 셈이다. 게다가 우리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존재하고 그 리스트가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에 영향을 미쳤던 역행과 퇴행의 시대를 살고 있지 않나.

문화예술인들의 노란 리본과 블랙리스트

 KBS <1박 2일>에 출연한 배우 김유정.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있다.

KBS <1박 2일>에 출연한 배우 김유정.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있다. ⓒ KBS


그래서 이번 '촛불집회'와 탄핵정국 이후 달라진 2017년을 염원하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는 중요하다. 치타의 '옐로 오션'과 같은 노래와 작품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질 가능성이 짙다. 그리고 이미 적지 않은 문화예술인들이 그런 '행동'에 돌입했다.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다짐들도 함께다.

이승환과 이효리·전인권을 위시해 수많은 대중문화인이 참여한 '길가에 버려지다'와 Part 1·2에 걸친 뮤직비디오는 가수와 대중음악인들이 세월호 유족은 물론 분노하고 지친 국민을 위로하는 곡이었다. 윤종신 역시 최근 '그래도 크리스마스'라는 곡으로 국민의 '촛불민심'에 화답했고, 이 곡은 지난 24일 광화문광장에서 뮤직비디오와 함께 울려 퍼졌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국민과 대중문화인들이 서로를 다독이고 위로하면서 2016년을 떠나보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직 정리하지 못한 것들이 수두룩하다. 블랙리스트 파문이 그 중 하나다. 28일만 해도, 올해 맨부커상을 수상해 국민적인 관심과 정권차원의 응원을 받았던 소설가 한강 역시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블랙코미디와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앞서,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고은 시인 역시 '야당 후보지지 성향'을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에게 충격과 참담함을 안겨줬다.

그 블랙리스트 중 세월호 관련 예술문화인과 문학인의 명단이 1300여 명이 넘는다. 전체는 1만여 명에 달하고, 2014년 6월 이후부터 청와대와 문체부가 조직적으로 작성한 리스트는 훨씬 더 많은 문화예술인을 포함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검 조사로 다시 수면 위에 오른 이 블랙리스트 파문은 아직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진상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첫걸음은 이제야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미 많은 문화예술인과 그와 관련된 국민이 실질적이고 광범위한 피해를 보았다. '표현의 자유'나 '자기 검열' 등 거시적인 영역은 말할 것도 없고, 예산 지원과 같은 생계나 작품 활동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인 영역까지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27일부터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관한 제보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문화예술단체가 이 블랙리스트 관련 9인을 박영수 특검에 고소했고, 특검이 조사에 착수했다. 성역 없는 수사 이후 관련자들의 제대로 된 처벌이 단행되어야 한다.

블랙리스트와 같은 시대착오적인 비극은 반드시 재발해서는 안 된다. 문화예술계를 넘어, '세월호 유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고, 수용자들인 국민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기도 하다. '인양해야 될 진실은 이제 조금씩 떠오르고 있어'라는 치타의 랩이 사실이 되는 2017년이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치타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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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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