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에 열리게 될 제 4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대표팀 구성이 삐걱대는 가운데, 대한민국 야구계의 큰어른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의 최근 제언이 대표팀 구성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회장이 최근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대표팀 선발에 대해 자신의 소신대로 생각을 밝혔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야구는 1982년 KBO리그의 출범 이후 해외 진출 선수들을 배출하는 등 세계 야구계의 한 축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그 동안 각종 국제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는 등 강한 모습을 보였다. 올림픽에서 마지막으로 야구 종목이 열렸던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WBC에서는 1회 4강, 2회 준우승의 성과를 거뒀다.

2015년 겨울에 열렸던 제 1회 프리미어 12에서도 대한민국은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아직 WBC에서는 우승을 거둔 적이 없었다. 게다가 2013년에 열렸던 제 3회 대회에서는 첫 경기인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대패하는 바람에 2승 1패를 거두고도 득실차 문제로 1라운드 광탈이라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타이중 참사).

10월에 발표된 엔트리, 점점 늘어나는 이탈 선수

제 4회 대표팀 엔트리는 10월 6일에 예비 엔트리 50명을 발표했고, 이후 11월 10일에 최종 엔트리 28명을 발표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듯 했고, 올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들도 엔트리에 뽑히며 기대감을 높였다.

물론 KBO리그 기술위원회에서 원하는 최상의 엔트리 조합은 아니었다.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었던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와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각각 수술을 받아 재활 중이기 때문에 선발되지 못했다. 실력으로 팀의 주전 마무리투수가 되었던 오승환은 해외 원정 도박 전력으로 KBO리그 팀에 복귀할 때부터 발효되는 징계가 걸림돌이 됐다.

엔트리가 발표되고도 문제가 생겼다.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자마자 이용찬(두산 베어스)의 팔꿈치 수술 소식이 전해졌다. 이용찬의 대체 선수로는 심창민(삼성 라이온즈)이 대체 선수로 선발되다. 역시 비슷한 시기에 무릎 수술 소식을 전해온 내야수 정근우(한화 이글스)도 대회 출전을 목표로 재활에 전념하고 있지만 출전을 장담할 수 없다.

선발진의 한 축을 맡을 예정이었던 김광현(SK 와이번스)은 1월 초 일본 미나미 공제병원에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을 예정이다. 당장 내년 봄 대표팀은 물론이고 소속 팀에서도 한 시즌을 통째로 쉬어야 하는 처지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의 경우 소속 팀이 속시원한 허락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추신수가 레인저스와 맺었던 7년 계약 중 3년이 흘렀는데, 추신수가 팀 전력에 큰 활약을 했던 시즌은 2015년 뿐이었다.

그나마 2015년에도 처음 한 달은 규정 타석 타자들 중 타율이 꼴찌였고, 2014년에는 팀 성적이 꼴찌인 상황에서 부상을 안고 뛰었으며, 2016년에는 부상자 명단을 오갔다. 지역 언론에서도 그를 바라보는 분위기가 영 좋지 않은 마당에 스프링 캠프 시기에 열리는 WBC 때 또 부상이 발생한다면 팀내 연봉 최상위권 선수로서 큰 비난을 면치 못할 상황이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역시 아직 확실하게 출전을 장담할 수 없다. 지난 시즌 플래툰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완전한 주전이 보장된 상황이 아니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국내에 잠시 들어왔다가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친데다 누적 입건으로 면허 취소 상황까지 놓여 있어 사회적 물의로 인하여 엔트리에서 하차해야 할 상황이다.

점점 더 커지는 구멍, 코치들은 긴급 회의 예정

그러는 사이 다른 국가들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각각 대표팀에 합류하는 등 점차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 대표팀은 확정된 엔트리에서 주축이 될 선수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있어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김인식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선동열, 송진우, 이순철 코치)들은 1월 4일에 긴급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일단 최종 엔트리 제출 마감은 2월이기 때문에 아직은 대체 엔트리를 구성할 시간이 있다. 일단 2월 일본 오키나와에 소집하여 전지 훈련을 계획하고 있으며 가급적 빨리 엔트리 구성을 완료하여 안정적인 팀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1회 대회에서 박찬호, 이승엽(현 삼성 라이온즈) 등 최정예 해외파 멤버들을 모두 동원했던 대한민국 대표팀은 단 하나의 실책도 범하지 않고 2라운드까지 6전 전승을 거두며 4강에 올랐다.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KIA 타이거즈) 등이 출동하고 추신수가 대표팀에 첫 출전했던 2회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로 뺄 선수들을 다 빼고 명단을 공개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탈 선수가 나오고 있는 만큼 총체적인 대책이 필요하게 된 마당이라 코치들이 긴급 회의까지 열게 된 것이다.

반면 라이벌 일본은 한꺼번에 모든 엔트리를 확정하진 않았지만, 차근차근 엔트리를 꾸려가고 있다. 20일에 일단 18명의 엔트리를 발표했는데, 투타 모두 가능한 오타니 쇼헤이(니혼햄 파이터스)를 비롯하여 아오키 노리치카(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수준급 라인업이 이미 선발된 상태다.

NPB 사무총장인 이하라 아쓰시는 고쿠보 히로키 감독의 강한 의지로 선정된 선수들을 위해 소속 팀에서는 책임감을 갖고 훈련 참가를 허용하라고 어필했다. 일부 선수들은 겨울 개인훈련 시기에 이미 WBC 공인구까지 챙겨갔다.

야구계 원로 김응용의 제안, 어떤 영향 미칠까

이런 상황에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회장이 된 야구계의 원로 김응용 회장이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김응용은 오승환이 도박 사건에 연루되었지만, 불법 스포츠 배팅이나 승부조작 사건은 아니었으며 사법 처리에 의한 처벌도 받았음을 강조했다.

오승환과 함께 연루되었던 임창용(KIA 타이거즈)의 경우 역시 사법 처리를 받았고, KBO리그 시즌 절반에 해당하는 7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마친 뒤 대표팀에 합류했다. 오승환과 임창용의 경우 비슷한 수위의 사법 처리를 받았고, 징계 내용도 같다. 다만 오승환은 해외 리그에 있기 때문에 아직 징계가 붙어 있다는 것만 차이가 있다.

오승환의 경우 임창용에 비해 젊은 나이인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메이저리그에서 지속적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FA 시장에서 마무리투수들의 가치가 폭등함에 따라 큰 규모의 계약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메이저리그 활약 기간이 길어질 경우 KBO리그 72경기 출장정지 징계가 언제 적용될지 알 수 없다.

김 회장도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현재 KBO리그에서 뛰지도 않는 선수가 KBO리그 징계로 인하여 국가대표 경기에 나갈 수 없게 된다면, 추후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 게임과 2020년 도쿄 올림픽에도 선발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물론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들어가 있을 경우 시즌 중에 치러지는 올림픽은 차출이 불가하지만 시즌 후에 치르는 아시안 게임은 가능성이 있다.

김 회장은 오승환에 대한 KBO리그 징계를 철회해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최소 국가대표로 봉사할 기회 정도는 허락해줬으면 한다는 생각을 소신있게 밝혔다. WBC 규정상 출전하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WBC 1라운드 경기가 대한민국에서 열린다는 점도 강조했다. 여론이 좋지 않지만, 분명 마운드에 있는 그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이 있을 것이라 믿는 김 회장이었다.

일단 모든 결정은 1월 4일에 열리는 코칭 스태프 긴급 회의에서 수정된 엔트리를 통해 공개될 것이다. 김 회장은 야구 후배이기도 한 코칭 스태프들에게 조언을 했고, 이제 공은 김인식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들에게 넘어간 상태다.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코칭 스태프들의 긴급 회의 결과가 어떤 방향을 선택하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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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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