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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유력 대선 주자인 마린 르 펜의 2012년 대통령 후보 당시 사진이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자 이에 기세 등등한 마린 르 펜은 현재 반이민 정서 등을 자극하며 승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7년 유력 대선 주자인 마린 르 펜의 2012년 대통령 후보 당시 사진이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자 이에 기세 등등한 마린 르 펜은 현재 반이민 정서 등을 자극하며 승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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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좌파, 우파, 기득 정치권을 모두 정리합시다!"

올해 4월에 있을 프랑스 대선에 다시 출마한 포퓰리즘 정당 '국민전선(FN)'의 당수 마린 르 펜(Marine Le Pen)이 자주 강조하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그녀의 말 자체는 일리가 있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혐오와 불신, 민생과의 괴리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세계 각지에서 터져나오고 있고 그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는, 기성 정치인이자 엘리트 정치인을 상징하는 '힐러리 클린턴'이 예상과는 다르게 패배했다. 이에 반해 정치 아웃사이더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기적적으로 당선하는 데에 이르렀다. 이탈리아에서는 기성 정치권을 조롱하던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의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이 제1야당의 자리를 차지했다.

프랑스 역시 기성 좌파와 우파를 상징해오고 대표해왔던 '사회당(Parti Socialiste)'과 '공화당(Les Républicains)'이 지난 유럽의회 선거에서 '국민전선(Front nationale)'의 돌풍에 1등 자리를 내줘버리는 등의 이변이 발생하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이 대세를 점하고 있으며 프랑스 대선 이후에 있을 독일 총선의 불안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4개월 뒤에 있을 프랑스 대선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올랑드 내각 5년 여의 시간동안 테러의 공포와 실업난 속에서 프랑스 시민들은 변화하지 못한 스스로의 삶과 사회에 분노했다. 공화당 정권 14년 동안 바뀐 것은 없고, 사르코지의 실정에도 분노했던 프랑스 시민들은 변화를 위해 사회당 '프랑수아 올랑드'의 당선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당초의 약속과는 다르게 일자리의 안정성을 낮추고, 해고 조건도 완화하는 등 그 역시 그 이전의 대통령과 다르지 않은 정책들로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는 프랑스 노동 시스템의 핵심인 35시간 노동제를 건드려 '사회당'이 고생해서 정착시킨 정책을 '사회당' 정치인이 무너뜨렸다는 비난과 함께 대규모 집회까지 열렸다. 그가 약속했던 사회 안전망 강화와 책임 강화와 정반대의 행보로 그에 대한 신뢰가 산산조각난 것이다.

그의 슬로건이었던 '변화는 바로 지금(Le changement, c'est maintenant!)은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 슬로건 처럼 대통령인 그를 조롱하는데 역으로 쓰이고 있다. 더욱이 국가 기밀 사항으로 간주되는 내용들이나 사회당 정치인들에 대한 뒷담화를 프랑스 주요 일간지인 <르 몽드>(Le Monde)와의 인터뷰에서 누설하는 등의 올랑드 개인에 대한 문제 역시 제기되어 지지율은 4%로 곤두박질쳤다. 이미 공화당 등 일부 우파 의원들에 의해 탄핵 요구까지 받은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의 재임기간 동안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IS'가 기승을 부렸다. 2015년 파리는 테러리즘의 공포로 가득했었다. 주간지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가 IS 소속원에 의해 테러를 당하고, 파리의 공공장소에서 총격사건이 벌어지는 등 아직까지도 그 공포는 프랑스 국민들에게 떠나지 않고 있다.

안 그래도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갈등이 커가고 있던 프랑스 사회에서 이러한 사건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책임 요구와 이주민을 쫓아내야 한다는 분노로 이어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 말은 즉슨 이 테러 단체가 생겨나고 프랑스에 사는 이슬람들 중 일부가 이 테러단체 소속원으로 참여하게 된 상황이 일어날 때까지 그 동안의 기성 정치권과 집권 여당인 사회당은 무엇을 했냐는 것이다.

실제로 테러 이후에도 비상 사태를 선언했지만 1년 뒤에 프랑스의 유명 휴양지인 '니스(Nice)'에서 테러가 다시 발생하는 등 그 대처에도 여러가지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다. 그리고 IS로 인한 테러리즘을 예방하기 위한다고 이슬람 문화권의 전신 수영복인 '부르키니(Burquini)'를 프랑스 해변가에서 금지하거나 초등학교에서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셰예즈(La Marseillese)' 제창 및 가사 암기를 의무화하는 등의 대처로 사회당의 기층 지지층의 비토를 야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테러 이후에 있었던 프랑스 지방선거 1차투표에선 '국민전선'의 압승으로 그 분노가 크게 가시화됐으며 그 이후로도 그런 분노와 혐오의 강도는 갈 수록 세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올랑드를 만들어낸 프랑스의 집권 여당 '사회당(Parti Socialiste)에는 이러한 정치적 과제 앞에서 숱한 지탄을 받았고 사회당이 약속한 '변화'와도, 국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에도 실패한 나머지 대중들에게 당 자체의 존재 의미를 상당히 잃고 말았다.

보수 정당인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후보의 1등이 점쳐지는 가운데, 포퓰리즘 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 펜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바로 뒤에 서있다. 반면 사회당을 탈당한 엠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부장관이 3위를 점하면서 이 셋의 삼파전이 이뤄지고 있다.
▲ 2016년 12월 프랑스 대선주자 설문조사 보수 정당인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후보의 1등이 점쳐지는 가운데, 포퓰리즘 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 펜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바로 뒤에 서있다. 반면 사회당을 탈당한 엠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부장관이 3위를 점하면서 이 셋의 삼파전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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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Cevipof Ipsos-Sopra Steria'에서 실시한 12월 대선주자 후보 지지 설문조사에 의하면, 집권 여당인 사회당 후보의 인기는 5위에 그치는 등 대중들의 사회당과 올랑드 정권에 대한 실망, 회의감은 굉장히 큰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듯, 기성 좌파 정당이었던 사회당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프랑스 정치권의 지각변동 역시 크게 뒤틀리고 있다.

이제 이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대선 구도를 살펴보고 이 구도가 주는 의미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대처주의자' 피용과 '포퓰리스트' 르 펜의 선두 접전

마린 르 펜은 '프랑스의 재정비'를 전면에 내세우며 그녀의 상징마크로 '파란 장미'를 골랐다. 공화당의 상징과 사회당의 상징을 동시에 차용하면서 기성 좌파와 우파를 뛰어넘겠다는 의미다. 참고로 '파란 장미'의 꽃말은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여겼지만 노력 끝에 가능으로 이끌어내다"이다.
 마린 르 펜은 '프랑스의 재정비'를 전면에 내세우며 그녀의 상징마크로 '파란 장미'를 골랐다. 공화당의 상징과 사회당의 상징을 동시에 차용하면서 기성 좌파와 우파를 뛰어넘겠다는 의미다. 참고로 '파란 장미'의 꽃말은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여겼지만 노력 끝에 가능으로 이끌어내다"이다.
ⓒ 페이스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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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을 위해 그 누구보다 기다렸던 한 정치인이 있다. '마린 르 펜(Marine Le pen)'. 현재 '국민전선'의 당수로서 이번 대선 유력 주자 중 유일한 여성후보이자 그 누구보다 강한 카리스마로 인기를 받고 있는 정치인이다.

그의 아버지는 2002년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에 진출했던 극우 인종차별주의자 '장 마리 르 펜(Jean-marie Le pen)'으로 마린 르 펜은 아버지의 대를 이어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당수가 됐다.

인종차별주의자이자 나치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항상 논란을 일으켰던 그의 아버지와는 다르게 보다 더 온건한 이미지와 '좌파' '우파' 모두를 뛰어넘고 오직 프랑스 민중을 위해 실용적인 정책을 펴겠다는 선언으로 '극우' 이미지 부정에 나서는 당 내 개혁에 나선 마린 르 펜은 '국민전선' 당수로는 이례적으로 성소수지 인권을 지지하고, 싱글맘이라는 정체성으로 '여성의 권익'을 위해 투쟁하는 '페미니스트'로서의 활동 역시 활발히 해왔다.

그러나 그녀의 행보에는 언제나 '백인과 프랑스 민족의 공화국'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백인으로서 살기가 위험해진 나라에 대해 걱정한다는 이야기로 삶이 무너져가고 있는 서민 백인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무엇보다 바다를 건너 정착해오는 무슬림이나 이주민들과 부딪히며 사는 일이 많은 서민들의 정서를 자극하면서 과연 누가 '일자리'를 빼앗고 '생계를 위협'하냐며 경제 위기 상황과 민생의 위기의 원인을 이주민과 무슬림으로 돌리고 있다.

여성에 대한 폭력과 범죄, IS의 탄생 이후 기승하는 '테러리즘', 난민촌 문제 등 갈수록 증가하는 난민 문제와 이주민 갈등 문제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는 프랑스 국민들과 무능한 기성 정치권 사이에서 그녀의 인기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갈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 '브렉시트' 등 세계적인 시류가 그녀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점에서 그녀가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임은 분명해보인다.

그녀는 이번 대선을 통해 유럽 연합 탈퇴, 국제 연대의 재고, 이주민 조건 강화, 난민 추방, 무슬림 규제 등 보다 강력한 공화국 가치 강조로 그녀의 이데올로기를 확산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현재 25% 정도의 지지층을 확보한 상태이며, 이 구도가 유지된다면 결선 진출까지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온건 우파인 '알렝 쥐페'의 공화당 경선 승리가 예상되었던 것과는 다르게 갑자기 1차 투표에서 압승을 한 프랑수아 피용은 그 기세로 최종 결선에서도 승리하게 되었다.
 온건 우파인 '알렝 쥐페'의 공화당 경선 승리가 예상되었던 것과는 다르게 갑자기 1차 투표에서 압승을 한 프랑수아 피용은 그 기세로 최종 결선에서도 승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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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기성 우파 정당인 공화당에서 역시, 드라마가 한 편 연출되었다. 프랑스 시민들에게 지지를 받아오고, 거의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고 일컬어졌던 유력주자 '알렝 쥐페'가 그의 친구인 '프랑수아 피용'에게 공화당 후보 자리를 내어준 것이다.

보다 온건한 정치 성향과 경제관, 중도에 가까웠던 '알렝 쥐페'가 아닌 종교적 신념에 의해 낙태를 반대하고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가톨릭 강경 우파 '프랑수아 피용'이 당선되면서 공화당의 정치노선 역시 더 보수적으로 가게 되었다.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준 '노년층'(65세 이상인 지지자들이 전체 평균에 비해 14%포인트 높았다) '가톨릭 신자' '고소득층'은 그 동안 사회당이 강행해서 추진한 동성결혼 합법화나 최고세율 75% 인상 등에도 불만이 많았다. 또한 이를 제대로 막지 못한 공화당에도 불만이 많았다. 그러다 사르코지 정권 동안 총리로 일했지만, 사르코지의 수많은 스캔들과도 더 자유로웠던 강경 보수인 피용에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게 된 것이다.

그는 영국의 총리였던 '마가렛 대처'의 경제 노선과 정치 노선을 지향하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공공 일자리 감축', '부유세 감면', '법인세 감면' 등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는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또 한편으로는 굉장히 보수적인 정책을 도입하는 데에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는 현재 28% 정도의 지지율을 확보하며 마린 르 펜과 경쟁 중에 있다.

사회당 탈당한 '올랑드 키즈'... 대선 유력주자되다

2015년, 사회당을 탈당한 전 경제부 장관 엠마뉘엘 마크롱 후보는, 좌파와 우파를 초월함을 선언한 정치 조직 '전진(En Marche)'을 성공적으로 발족시키고 10만 가까운 회원을 확보했다. 그리고 그는 유력 대선 주자 중 유일하게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5년, 사회당을 탈당한 전 경제부 장관 엠마뉘엘 마크롱 후보는, 좌파와 우파를 초월함을 선언한 정치 조직 '전진(En Marche)'을 성공적으로 발족시키고 10만 가까운 회원을 확보했다. 그리고 그는 유력 대선 주자 중 유일하게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 페이스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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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좌파와 우파 모두를 청산하자고 말하는 이는 앞에서 말한 '마린 르 펜' 만이 아니다.
프랑수아 올랑드 내각에서 경제부 장관을 맡았지만, 사회당은 이제 낡았다며 탈당하고 장관직 사임을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치 조직 '전진'(En Marche)을 통해 좌파와 우파를 넘어선 새로운 '정치 혁명'의 과제를 완수하겠다고 나선 이가 있었다.

38세의 젊은 정치인 엠마뉘엘 마크롱이 그 주인공인데, 그는 이번에 프랑스 공화국 최연소 대통령을 목표로 대선 레이스에 참여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정권 내내 '주 35시간 노동제'에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파리의 상업지구의 심야, 일요일 영업 제한을 완화하는 등 친 기업적인 행보를 보여왔던 경제 장관이었던 그의 정치에 불신이 가득한 것도 사실이다. 그도 역시 '신자유주의자'에 불과하다는 비판과 '올랑드 키즈'라는 별칭으로 정계에 입문해서 올랑드 대통령 당선 이후 오랫동안 프랑스의 경제정책을 담당했던 사람이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 역시 존재했다.

그렇지만 그 비판에 '노동시간 연장은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주기 위함이고, 우버 등 새로운 일자리 유형에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답변하면서, '부의 격차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과 사회보호세 확대 등을 할 것'이라고 덧붙이며 "내가 신자유주의자라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더욱이 그는 '세계화 속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보다 '실용적인 노선'을 추구하는 마크롱 후보에 예상보다 많은 지지자들이 모였다. 기성 좌파와 우파 정치권에 실망한 청년들, 마땅한 대변자를 찾지 못한 중도 우파에서 중도 좌파에 이르는 중도층, 낙태나 동성결혼 등을 반대하는 공화당 후보와 이슬람 혐오의 선봉에 선 국민전선 후보를 막아내려 하는 여성과 소수자 등 그의 지지층의 스펙트럼은 이렇게 다양하다.

무엇보다 다른 정치인들보다 활발하게 SNS를 통해 소통하는가 하면, 그의 정치를 쉽게 설명하는 영상 자료, 강연 등을 활발하게 배포하거나 만들어내고 있따. 그의 지지 기반을 확대하고 보다 더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든 것 역시 그의 지지율 상승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그의 정치인으로서 부족한 경력 등을 들어 '실제로 실력이 없는 후보를 언론이 과도하게 띄워주고 있다'는 비판 역시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그의 지지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17% 정도의 지지율을 확보하며 유력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 더욱이 얼마 전에 발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가장 호감도가 높은 정치인으로 뽑혀 그의 확장성이 높이 평가되는 부분이다.

위기의 좌파, 뭉치면 살 수 있다?

사회당 주도로 중도 성향의 민주 정당들, 생태주의 성향의 녹색 정당들, 시민 사회단체들이 하나로 모여 단일 후보를 뽑기로 결정했다. 현재 7명의 후보가 나왔다. 이번 단일 경선의 로고. 1차와 2차로 나뉘어서 투표가 진행된다.
▲ 단일후보를 뽑는 1월 좌파 통합경선 사회당 주도로 중도 성향의 민주 정당들, 생태주의 성향의 녹색 정당들, 시민 사회단체들이 하나로 모여 단일 후보를 뽑기로 결정했다. 현재 7명의 후보가 나왔다. 이번 단일 경선의 로고. 1차와 2차로 나뉘어서 투표가 진행된다.
ⓒ lesprimairescitoyens.fr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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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은 좌파에게 위기라는 인식이 확산돼 현재 프랑스에선 단일화 요구가 날로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화당과 국민전선의 두 유력 후보가 현재 결선투표에 진출할 것으로 유력해보이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2002년 대선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기 시작했다.

리오넬 조스팽 당시 사회당 후보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좌파의 분열로 졸지에 결선에 올라간 '장 마리 르펜'을 보며 쓴 맛을 다셨다. 사회당 지지자들은 '파쇼말고 부패한 놈을 뽑자!'라는 구호와 함께 공화당의 자크 시락 후보를 뽑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자크 시락 정권 동안 거세지는 신자유주의 도입으로 역시 사회당에겐 힘겨웠던 시간이었다.

지금 대선은 2002년보다 더 악화된 상황이다. 조스팽 후보만큼 경쟁력이 있는 후보도, 대중들에겐 사회당을 뽑아야만 하는 이유도 더 이상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당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인 마뉘엘 발스 후보는 올랑드 내각의 총리였던 사람에, 별명은 '사회당의 사르코지'로 여러 악법을 통과시킨 장본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리고 2012년 대선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아르노 몽뜨부르'(Arnaud Montebourg) 후보가 발스와 라이벌 구도를 이루며 당 내 좌파를 대변하고, 더 민주적인 사회를 위한 급진적인 개혁(상원의원 추첨제 도입, 대통령 임명권 폐지, 제6공화국 개헌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당선할 경우 중도 좌파는 엠마뉘엘 마크롱 후보로 지지를 옮긴다는 여론조사가 나와 그의 확장성이 약하다는 평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사회적으로는 보수주의자,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자인 피용에게 사회당이 만들어낸 사회적 합의들을 파기하도록 내버려둘 수도 없으며, 이주민을 쫓아낼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며 '분노'를 통해 힘을 계속 쌓아가는 마린 르 펜에게 대통령의 자리를 내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둘의 변화와는 다른 또 다른 변화를 원하는 대중들이 훨씬 더 많으며, 좌파전선의 장 뤽 멜랑숑, 사회당, 엠마뉘엘 마크롱 이 세 후보 지지율과 기타 좌파정당 후보 지지율을 모두 합치면 유력주자 두 후보 지지율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 현실이다.

유력 주자 두 후보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대중들이 훨씬 많다는 점에서, 이 두 후보를 막아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를 위해 이미 사회당은 급진당과 생태주의 정당, 중도 정당들과 함께 대선을 대비한 좌파 연대체 'La belle Alliance Poppulaire'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연대체를 통한 단일 경선이 1월에 이뤄질 것이다. 1월에 있을 이 단일 경선에 사회당의 청년 조직은 좌파 전선의 당수 장 뤽 멜랑숑과 사회당을 탈당한 엠마뉘엘 마크롱 후보의 참여를 요구했다.

그러나 '양 극단의 후보의 대립 속에서 사회의 가치와 연대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보호하기 위해 연대체를 만들었다'라는 이 단일 경선 연대체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사회당 바깥에 있는 두 후보의 움직임은 그렇게 협조적이진 않아 보인다.

장 뤽 멜랑숑 후보는 과거에 사회당보다 더 근본적이고 개혁적인 정치·경제 노선으로 승부하겠다며 '좌파전선'을 창당하고 사회당의 견제자 역할을 해오며 사회당에 반사이익을 봐오며 지지율을 높였던 것이 현실이다. 엠마뉘엘 마크롱 후보 역시 사회당을 나서며 새로운 정치를 이야기하여 지지를 얻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두 후보의 지지율은 계속 상승세에 놓여있고 각자 뜻하는 바가 있기에 쉽게 굽히려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사회당은 두 후보의 선전 속에 더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사회당의 왼편에서는 '장 뤽 멜랑숑'이, 오른편에는 '엠마뉘엘 마크롱'이 있어 모처럼 당의 정치 노선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사회당 당 내의 유력 후보들은 '좌파를 하나로 모으겠다'는 약속을 하지만, 양 쪽의 두 후보에 의해 사회당의 지지층이 분열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선투표에 좌파 후보가 진출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양 극단의 대결에서 소외되는 많은 시민들을 위해서는 단일된 합의와 그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후보가 필요하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수긍하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좌파의 분열과 2002년 대선의 데자뷰를 막기 위해 좌파의 가장 한 가운데에 있는 사회당이 어떤 결단을 내릴 지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프랑스 대선 1차 투표는 4월 23일로 예정되어 있으며, 사회당을 주도로 한 좌파 단일후보 경선이 1월 말에 끝나면, 그 이후부터 구도가 잡혀 대선 레이스의 긴장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태그:#프랑스, #대선, #극우, #좌파, #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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