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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 한눈에

  • 쭙쭙이는 엄마 젖을 충분히 먹지 못하거나 엄마 품을 그리워하는 아기 고양이가 엄마 젖을 빨고 싶어 하는 행동
고양이들에게 나타나는 습관 중 일명 '쭙쭙이'라는 것이 있다. 주로 폭신하고 부드러운 것에 대고 말 그대로 쭙쭙 침을 묻히며 빠는 행동을 말한다. 담요나 이불에 대고 하기도 하고 사람 몸에다가 하기도 하는데, 사람 몸에 하는 경우 한 시간씩 집요하게 쭙쭙이를 하는 경우도 있어 결국 침 범벅이 된다.

문제는 이 습관을 멈추게 할 만한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쭙쭙이를 못하게 말리려다가도 다들 측은지심이 발동한다는 것이다. 쭙쭙이는 엄마 젖을 충분히 먹지 못하거나 엄마 품을 그리워하는 아기 고양이가 엄마 젖을 빨고 싶어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성묘가 되면서 점차 없어지기도 하지만, 다 커서도 여전히 습관으로 남아 쭙쭙이를 하기도 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꾹꾹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건 고양이가 폭신한 것에 대고 두 앞발로 번갈아가며 꾹꾹 누르는 행동이다. 마찬가지로 젖이 잘 나오게끔 하기 위해 어미 젖에 대고 발로 꾹꾹 누르던 습관이 남아 폭신한 것에 대고 꾹꾹이를 하게 되는 것인데, 사람의 몸에 대고 할 때는 주로 뱃살이나 허벅지다. 쭙쭙이와 꾹꾹이는 같은 유래(?)를 가진 습관인 만큼 세트로 하는 경우도 많다.

임보 중인 남매 고양이들 중 '봄이'
 임보 중인 남매 고양이들 중 '봄이'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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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쭙쭙이를 말로만 들었지 우리 집 두 고양이들은 한 번도 실제로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두 남매 고양이 봄, 나리가 우리 집에 임시보호로 지내게 된 이후 한밤중이면 침대 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이상한 소리라 함은 바로 '쭙쭙쭙쭙…'.

치즈고양이 나리가 고등어고양이 봄이의 귀에 대고 쭙쭙이를 하는 것이었는데, 쭙쭙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아주 사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게다가 조용한 한밤중에 울려 퍼지는 이 소리의 데시벨은 거의 소음! 잘 때 둔한 편인 나는 자장가삼아 자기도 했지만 예민한 신랑은 툭 하면 이 소리에 깨곤 했다.

더 문제는 꼭 봄이의 얇은 귓볼을 붙잡고 쭙쭙이를 하다 보니 그 부분에 거의 피딱지가 앉았다는 점이었다. 얼마나 빨아댔으면 생채기에 피가 날 정도인지… 하지만 앞서 말했듯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그 행동을 말릴 방법이 없었다.

특히 낮에는 잘 놀다가도, 밤에 모두 자려고 불을 끄고 이불을 덮으면 마치 엄마 품을 찾아들어가듯 그때부터 쭙쭙이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나는 자다 말고 두 고양이 사이에 내 손을 넣어 떼놓거나, 아니면 시도 때도 없이 장난감을 흔들어 주의를 돌렸다. 장난감을 흔들면 0.1초 만에 집중력이 장난감으로 쏠렸다.

두 남매 고양이가 매일 부둥켜안고 그러는 게 한편으론 안쓰럽고 애틋해서 두 마리가 같은 집으로 입양을 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싶었다.

담요에 기대 잠든 나리
 담요에 기대 잠든 나리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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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는 가고 나리는 남고 

한 번 입양을 갔다가 파양되었던 봄, 나리가 우리 집으로 돌아온 지 열흘 정도 지났을까? 봄이의 입양 희망자가 나타났다. 한 번의 파양 경험이 있어 좀 더 신중하게 결정을 했다. 봄이를 입양하고자 하는 집은 원래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가, 한 마리가 병으로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너 남은 아이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여러 고양이들과 지내는 게 익숙한 만큼 고양이가 있는 집으로 가서 봄이가 잘 적응했으면 싶었다. 봄, 나리가 함께 가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좋은 인연이라 여기고, 그 주 주말에 봄이를 보내기로 최종 결정되었다.

보내기로 마음먹고 나니 잘됐으면서도 마음이 짠했다. 평소에 오뎅꼬치 장난감을 매일 혼자서도 물고 다니며 가지고 노는 봄이를 위해 장난감도 챙기고, 먹던 사료와 간식도 챙기고, 우리 집에서는 어떻게 적응했고 어떻게 지냈는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구구절절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동장에 들어간 봄이는 내가 또 무슨 일을 당하는(?) 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조그마한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런 봄이를 쓰담쓰담 만져주며 '가서 잘 살아' 작별 인사를 하고 봄이를 보냈다. 지난 번 파양당했을 당시보다 함께 한 시간이 길고, 이번엔 정말 가는구나 싶어 괜히 마음이 묘했다. 얼마 뒤 입양 간 집 캣타워에 올라 앉아 있는 사진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남은 치즈고양이 나리는 봄이가 없어졌다는 걸 아는지 가끔 '냐아아앙' 하고 큰 소리로 울거나 쭙쭙이를 어디다 해야 하나 잠시 혼란스러워 하는 듯했지만 점점 우리 집 생활에 더 익숙해져갔다. 처음에는 기를 쓰고 구석에 숨던 소심한 녀석이 이제는 내 무릎 위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노트북 위로 태연하게 걸어 올라와 그 위에 눕기도 했다.

옆에 와서 눕는 나리
 옆에 와서 눕는 나리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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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길고양이 어미가 낳은 5남매 사진을 봤을 땐 유일한 치즈고양이 나리가 가장 먼저 입양을 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입양이 가장 늦어져 나리는 우리 집에서 벌써 5개월령을 넘기고 있다. 고양이 앞길도 한 치 앞을 모르는 법이다. 눈치를 많이 보는 듯했던 소심쟁이 고양이가 이제 아무데나 털썩 널브러져 있고 아예 발라당 누워 낮잠을 자는 걸 보면 애교쟁이 집고양이 될 준비가 다 됐는데, 평생 가족은 언제쯤 나타날까?

그새 더 정이 들어 나리가 떠날 땐 더욱 아쉽겠지만, 지금처럼 '셋방살이'가 아니라 정말 가족으로 평생 여겨줄 집사가 생기는 것이니 슬픈 이별은 아닐 것이다. 느린 만큼 감사하고 소중한 묘연이 나리에게도 올 거라고 믿고 있다. (나리 입양 문의 : 카톡 ksms1111)

덧붙이는 글 | 이후 나리의 근황은 반려동물 커뮤니티 빈앤젤리(www.beanjel.com)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고양이, #고양이임보, #임시보호, #고양이입양, #아기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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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개 고양이 집사입니다 :) sogon_about@naver.com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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