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만들었네. 맛있겠다." "그럼 먹어 봐." 저녁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이 식탁 위에 있는 빵을 먹는다.
"어 맛있네"하면서 두 조각 정도 남겨놓고 다 먹었다. 난 속으로 '그래도 맛은 괜찮은가 보네'하며 조금은 안심했다. 망친 빵이지만 남편의 반응이 궁금하기도 했다. 남편이 빵을 맛있게 먹은 것은 아마도 퇴근해서 출출한 탓도 있었을 것이다.
22일, 바람이 불며 비가 주룩주룩 제법 내렸다. 밖에 나가기도 싫고 집안에 하루종일 있으려니 조금 지루했다. 무엇을 할까? 오랜만에 빵을 만들어볼까 싶어 집에 있는 재료들을 주섬주섬 준비했다. 기억을 더듬어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큰사진보기
|
▲ 계란 흰자와 노른자를 거품 내어 밀가루와 우유를 섞어준다 ... |
ⓒ 정현순 |
관련사진보기 |
재료 : 계란 6개, 밀가루,설탕, 먹다남은 건포도, 우유만드는 방법 :
1. 계란 흰자와 노른자를 따로 따로 거품을 낸 후 섞어준다. 이때 오븐 예열을 시작한다.
2.1에 우유와 설탕, 채에 거른 밀가루를 넣고 잘 섞어준다.
3. 빵틀에 기름종이를 깔고 오븐에 잘 넣어 준다.220도에서 20분 동안 구웠다. 지금 생각하니 여기에서 잘못한 것 같다. 빵굽기가 끝났다는 알람이 울려 오븐을 열었다. '이렇게 빨리 잘 구워지다니. 윗부분이 아주 노릇노릇한 게 정말 먹음직스럽다'며 혼자 감탄하고 빵을 꺼냈다. 그런데 무언가 빵 한가운데서 꿀렁꿀렁 액체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이게 무슨 소리?'하고 자세히 보니 가운데 부분이 덜 익어 소리가 났던 것이다.
'어쩐지 빨리 잘됐다 했지.' 다시 오븐에 넣고 160도 약한 불에 10분을 더 구웠다. 10분 후에 꺼내 가운데를 눌러 보니 또 덜 익었다. 다시 오븐에 넣고 약한 불에 8분 정도 더 구웠다. 빵을 꺼내 맛을 보니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오랜만에 빵을 만들다 보니 시간을 착각한 듯했다.
망친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남편이 맛있게 잘 먹으니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일이다. 조만간 다시 한 번 도전해 볼 생각이다. 그땐 시간을 정확히 조절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