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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만 말하면 '징계사유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평소 행실이 어떻든, 동료들에게 평판이 좋지 않다는 '여론'만으로 징계할 경우 그 사유만으로는 징계되기
노동위원회에 온 징계사건은 종종 이르기 대회로 변질된다.
 노동위원회에 온 징계사건은 종종 이르기 대회로 변질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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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위원회에 온 징계사건을 다루다 보면 애초의 징계 이유는 사라지고, "이 사람(신청인)이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이르기 대회'로 변질되는 일이 종종 있다. 과연 '인성이 나쁘고, 동료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징계할 수 있을까?

한 제조업 회사의 과장으로 근무하는 윤선경(가명, 여, 41세)씨는 '소속부서 업무지시 불이행'이 사유가 되어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10장이 넘는 징계처분통지서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한 사유는 '직장 동료와의 빈번한 갈등 야기로 직장규율을 어지럽힌 사실'이라는 부분이었다.

회사는 구체적 항목으로 "000와 심하게 다툼, 공공예절을 미준수. 부하직원에게 하대 및 반말을 사용함" 등의 사실을 잔뜩 명시하여 징계통지서만 본다면 윤씨는 회사생활이 무척 부적합한 사람으로 보였다.

게다가 이날 윤씨의 하급자인 여직원 세 명이 심판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이들은 한결같이 "윤 과장님이 평소에 우리를 무시했다"고 그녀의 나쁜 인성을 성토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사건 뿐이 아니다. 부당전보로 노동위원회를 찾은 한 경비노동자의 경우, 심문회의 과정에서 공익위원들이 "전보가 부당한 것 아니냐"라는 취지의 질문을 하자, 사용자인 용역업체 사장은 돌연 "저 사람이 동료들 사이에서 얼마나 평판이 나쁜지"를 한참 동안 성토했다.

결론만 말하면 '징계사유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평소 행실이 어떻든, 동료들에게 평판이 좋지 않다는 '여론'만으로 징계할 경우 그 사유만으로는 징계되기 어렵고, 판정회의 과정에서 근거로써도 배제된다.

징계위원회 과정에서 새로 불어난 사유, 확대 적용할 수 없어

또한 징계는 '징계출석 통보서'를 당사자에게 발송하면서 그 절차가 시작되는데, 그 통보서에 명시된 사유를 근거로 징계가 결정되지 않을 경우, 다시 말해 징계위원회 과정에서 새로운 사유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확대 적용될 경우 이는 정당한 징계로 인정되기 어렵다.

위에서 언급한 윤씨의 사례가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징계위원회 출석사유로 언급한 사규조항은 '업무지시 불이행' 및 '직장규율을 문란하게 함'이었지만 그 근거로 전혀 새로운 내용인 '동료들과의 다툼'이 주로 언급된 점, '직장규율을 문란하게 했다는 점'을 뒷받침할 구체적 근거가 없다는 점, 애초 주요한 징계사유였던 '업무지시 불이행'은 정직 2개월까지 하기엔 '양형이 과다하다'는 점이 인정되어 윤씨는 결국 부당징계로 판정을 받았다.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보편적으로 인사권과 징계권은 회사가 갖고 있기 때문에 회사는 누군가를 징계하고자 할 때 사규의 온갖 조항을 갖다 붙여 징계를 하려 한다. 하지만 대부분 회사들의 사규는 매우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최근 노동위원회의 판정 경향을 보면 징계사유가 추상적인 경우, 너무 포괄적인 경우, 그리고 처음의 취지가 변질되어 확대 적용되는 경우, 나아가 징계 양형이 과도한 경우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정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회사의 일방적인 징계에 맞닥뜨리더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자. 나의 징계가 △사규(또는 단체협약)에 근거한 것인지, △추상적이고, 주관적이지는 않은지, △징계사유에 비해 양형이 과다하지는 않은지 확인해 볼일이다. 그리고 충분하게 스스로를 변론하자.


태그:#노동위원회, #해고구제신청, #징계, #징계권, #회사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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