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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미르·K스포츠 재단의 강제 모금과 청와대 문건 유출 등 국정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검찰 포토라인에 선 최순실 "잘못했습니다" 미르·K스포츠 재단의 강제 모금과 청와대 문건 유출 등 국정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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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가 15일 마무리됐다. 네 차례 이어진 청문회를 통해 재벌·문화계·체육계·교육계가 합작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른바 '세월호 7시간'의 베일도 조금은 걷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문제의 핵심인 최순실 일가는 장시호씨를 제외하고는 청문회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나마 장씨도 동행명령장 발부 후에야 청문회에 참석했다. 청와대 전·현직 관계자 역시 김기춘 전 비서실장 외엔 청문회장에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문고리 3인방(정호성, 이재만, 안봉근) 모두 동행명령장까지 무시했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비공식 현상금'까지 나올 정도로 도피 생활을 감수(?)하기도 했다.

오는 22일 열리는 5차 청문회가 그들을 볼 마지막 기회다. 국조특위는 지난 1~3차 청문회 불출석 증인 17명을 재차 증인으로 확정했다. 뿐만 아니라, 1차 청문회에 출석했던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도 증인으로 선정됐다. 5차 청문회 증인은 아래와 같다.

▲ 1차 청문회 불출석 : 박원오 전 국가대표 승마팀 감독

▲ 2차 청문회 불출석 : 최순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상 구속 중),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우병우 장모),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정유라(최순실씨 딸), 최순득(최순실씨 언니), 장승호(최순득 아들),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 3차 청문회 불출석 : 조여옥 전 대통령경호실 간호장교, 이영선 대통령경호실 행정관, 윤전추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 1차 청문회 출석 후 재출석 :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4차 청문회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증인 15명도 이 명단에 추가될 수 있다. 전날(15일) 열린 4차 청문회에서는 채택된 증인 30명 중 15명이 불출석 했고, 이들 중에는 최순실씨의 남편인 정윤회씨도 포함돼 있다. 이에 이들이 앞서 제시했던 불출석 사유와 그들을 둘러싼 쟁점을 되짚어 봤다.

[최순실 일가] 최순실-최순득-정유라

2014년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 마장마술 경기에 출전한 정유라 모습.
 2014년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 마장마술 경기에 출전한 정유라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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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게이트의 핵심 인물들이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기업의 발목을 비틀어" 만들었다는 미르·케이스포츠재단의 '숙주'이며, 재벌·문화계·체육계·교육계 등과 얽히고설켜 국정을 농단했다. 특히 최순실은 딸 정유라를 위해 이화여대를 진흙탕으로 만들었다. 정유라는 '도저히 원망할 수 없는 능력 있는 부모' 덕분에 입시 면접장에서 금메달을 쓱 내밀었고, 학교에 가지 않고도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정유라는 독일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수배가 되지 않아 청문회에 부를 수 없는 상황이다. 최순실과 최순득은 2차 청문회에 불출석한 이유로 "건강"을 들었다. 최순실이 직접 작성한 불출석 사유서에는 '공황장애'가 아닌 '공항장애'라는 내용이 담겨 빈축을 사기도 했다.

아무튼 최순실·최순득에게 하고 싶은 말을,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시호씨에게 한 말을 빌려 대신 전한다. "몸은 좀 좋아졌습니까?"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공모해 대기업들에 거액의 기부를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5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은 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와 검찰로 향하는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공모해 대기업들에 거액의 기부를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5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은 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와 검찰로 향하는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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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①] 안종범, 그리고 문고리 3인방

구속 중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미르·케이스포츠재단을 탄생시킨 '주역'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의 수첩 17권(510쪽)은 검찰이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안 전 수석은 2차 청문회에 나오지 않으며 재판이 진행 중이란 이유를 들었다.

문고리 3인방(정호성·이재만·안봉근)은 전직 청와대 조리장이 "(박 대통령을 빼고) 따로 최순실과 회의를 했다"라고 증언할 정도로 이번 게이트의 중심에 있다. 특히 검찰은 구속 중인 정호성의 녹음 파일을 통해, 문건 유출의 증언을 확보했다.

이들은 2차 청문회 불출석 사유로 각각 "재판 및 수사 중"(정호성), "사생활 침해 및 자녀에 영향"(안봉근), 이재만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수면장애·구토"(이재만)를 들었다.

우리도 그들이 보고 싶어 현기증이 날 것만 같다.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체포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앞)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뒤)이 5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와 구치소로 가는 호송차량에 타고 있다.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체포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앞)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뒤)이 5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와 구치소로 가는 호송차량에 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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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②] 조여옥-이영선-윤전추

조여옥 대위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근무한 대통령경호실 간호장교였다. 현재는 미국에서 연수 중이다. 그는 지난 4차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5차 청문회에는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미용시술 의혹 등이 제기된 상황인만큼, 조 대위가 어떤 증언을 할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4차 청문회에 출석한 의료계 관계자들은 '비선 진료'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7시간에 대해서만큼은 '알지 못한다', '나는 관계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영선·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은 이른바 '의상실 영상'을 통해 국정농단 사태의 주요 증인으로 지목됐다. 이 행정관은 당시 휴대폰을 자신의 셔츠에 쓱쓱 닦아 최순실에게 전달했던 이다. 이 행정관 옆에서 최씨를 보좌하던 윤 행정관은 '헬스트레이너' 출신으로 임명 당시부터 자격 논란을 일으켰던 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불출석 사유서도 제출하지 않은 채 4차 청문회에 나오지 않았다. 김성태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음에도, 이를 집행하려던 국회 경위들은 청와대 접견실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청와대는 한참이 지난 뒤에야, 두 사람이 휴가 중이기 때문에 출석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두 사람, 5차 청문회가 열리는 22일까지는 꼭 휴가에서 돌아왔으면 한다.

[그리고 우병우] 우병우-김장자

(제천=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가 열린 7일 오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의 동행명령장을 가진 입법조사관들이 충북 제천의 한 농가를 찾아 문을 두드리고 있다. 조사관들은 우 전 수석과 김 회장이 제천의 한 농가에 있다는 제보를 받고 서울 논현동 김 회장 집에서 이곳으로 향했지만 행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2016.12.7
 (제천=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가 열린 7일 오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의 동행명령장을 가진 입법조사관들이 충북 제천의 한 농가를 찾아 문을 두드리고 있다. 조사관들은 우 전 수석과 김 회장이 제천의 한 농가에 있다는 제보를 받고 서울 논현동 김 회장 집에서 이곳으로 향했지만 행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2016.12.7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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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번 게이트 내내 뜨거운 인물이었다. 자신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연이어 불거졌음에도 청와대 민정수석직을 내려놓지 않고, 검찰 수사에도 임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팀이 꾸려진 지 75일 만에 수사에 응했으나, 기자를 쏘아보는 태도와 조사 당시 팔짱 낀 모습이 카메라에 담겨 논란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우 전 수석은 2차 청문회 증인 채택 이후 '잠적' 중이다. 청문회 출석 요구일 7일 전까지 출석요구서를 직접 받지 않으면 청문회에 나오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 현행법의 허점을 공략한 '꼼수'다.

국회는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자택, 장모 김장자의 자택과 골프장, 지인의 자택 등을 찾았으나 그를 찾지 못했다. 급기야 김성태 위원장 등 전·현직 정치인들이 비공식적으로 우병우 현상금을 걸어 2000만원이 넘는 돈이 모이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 13일 언론을 통해 "5차 청문회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그가 이 약속을 지킬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태그:#박근혜, #최순실, #청문회, #증인, #박근혜최순실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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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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