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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9년, 조셉 웨스베거는 총을 들고 일터에 갔다. 그리고는...
 1989년, 조셉 웨스베거는 총을 들고 일터에 갔다. 그리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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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9월 14일. 미국인 인쇄소 직원이었던 조셉 웨스베커는 자신이 일했던 인쇄소에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그는 권총과 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일했던 회사 내의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그는 아주 천천히 걸어가면서 정확하게 조준 사격을 가했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일터에서 사적인 살인을 감행한 사건이었다. 이 총격으로 7명이 죽었고 20명이나 부상을 입었다.

부상당한 생존자는 그의 살인이 죄 없는 엉뚱한 사람을 향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가 왜 그렇게 됐는지는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어떤 직원은 웨스베커 이외에도 총격을 가할 만한 사람을 더 안다고 답했다. 웨스베커의 총격 이후 '사무실 총격'은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일하던 회사에 총격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사무실 총격은 범죄 행위다. 하지만 회사 내에 일어나는 총격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총을 들고 직장에 향한 이들이 이전에는 성실한 직원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들은 대체 왜 자신의 일터에 총을 들고 향했을까.

저널리스트 마크 에임스의 '다른 시선'

자극적인 소재를 찾는 사람들은 이들의 특징이나 평소 취미에 주목할 수도 있다. 특정한 취미나 성격이 그 사람들을 범죄로 이끌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 말이다. 어쩌면 그 사람들이 즐기던 게임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폭력성이나 잔인함이 그들을 범죄자로 만들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저널리스트 마크 에임스는 직장 외부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직장 문화 그 자체가 원인이라고 짚는다. 마크 에임스의 <나는 사표 대신 총을 들었다>는 미국 직장에서 일어나는 사무실 총격을 분석한 책이다.

마크 에임스는 사무실 총격의 원인이 범인의 취미, 종교의 약화가 아닌 기업 문화 그 자체에 있다고 본다. 그는 악화된 기업 문화의 원인으로 레이거노믹스를 지목한다. 극단적으로 불안해진 직장, 노동 유연화로 인한 실적 압박과 극한의 경쟁, 노동조합의 약화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 하나 없는 직장 문화가 바로 원인이라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웨스베커의 경우 20년간 근무한 성실한 직원이었다. 일주일에 초과 근무를 30시간가량 하기도 했다.그의 직장은 매각의 대상이었고, 임금은 오랜 세월 동결됐으며, 성실하게 근무해온 그가 재해를 호소하자 회사는 묵살했다. 무력해진 노조는 그를 도울 수 없었고, 마침내 웨스베커는 회사에 대한 적개심을 분출했다.

레이거노믹스가 부른 살인

 마크 에임스, 나는 오늘 사표 대신 총을 들었다
 마크 에임스, 나는 오늘 사표 대신 총을 들었다
ⓒ 마크 에임스, 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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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총기소지와 사용이 자유로운 국가고, 이와 관련한 우발적인 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총격 현상은 다른 사건과 다르다고 한다. 사무실 총격이 다른 사건과 다른 점은 추상적인 관념으로서의 회사 그리고 자신을 괴롭힌 관리 감독자들에 대한 사격이 주가 된다는 점이다. 이들 중에는 자신을 괴롭히지 않은 사람을 묶어두기만한 이들도 있었고 그냥 살려보내는 등 선별적인 사격을 행해 정신이상자로 인정되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을 쥐어짜온 감독자들이나,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회사 그 자체를 싫어했다. 그리고 회사에 도달해서 살인을 시작한 것이다. 저자는 그들이 저지른 범죄를 단순한 정신이상 살인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본다. 미친 사람이 갑자기 폭발해서 총을 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억압자나 회사를 표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1989년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사흘 뒤, 주임은 그에게 정직 14일을 알리는 통고장을 건넸는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위반 사항들이 적혀 있었다. 차량 우측 창에 낀 성에를 제거하지 않아 "안전 운전에 위험 요소"를 만듦. 2분 동안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엔진을 켜둠. 시속 30마일 구간에서 31~35마일로 달림. 비서와 "불필요한 대화"를 해 업무 시간을 낭비함. "에드먼드를 저항의 장소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매클베인은 고충 사항 접수를 단념하고 총을 들었다. 그는 세 명을 죽이고 여섯 명에게 부상을 입히고는 총을 자신의 머리로 가져갔다. - 본문 154쪽

저자는 이러한 사건들의 가장 큰 원인으로 레이건 정부의 경제 정책 레이거노믹스를 꼽는다.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자유로운 해고와 억압적인 감독을 추구하는 문화가 널리 퍼지자 직원들은 더 삭막한 환경과 마주하게 됐다.

노동 유연화와 무한 경쟁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스트레스는 폭증했고 직장에서도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끝내는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스트레스 받고 덜 버는 일에 익숙해져 버렸다.

스트레스와 불안을 무한대로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레이건 재임 기간 동안 노동자의 연중 휴가는 줄어들었다. 미국 기업의 13%는 유급휴가가 아예 없으며, 며칠 안되는 휴가마저도 쓰지 못한다. 상사에게 나쁜 인상을 줄까 두렵기 때문이다. 2002년 미국 노동자의 26%가 휴가를 하루도 쓰지 않았다. 미국인 노동자의 삶에서 회사는 다른 무엇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한 존재가 됐지만, 정리해고의 증가로 불안정성은 오히려 늘어났다.

늘어난 업무 스트레스의 대가로, 노동자 25%는 악을 쓰고 싶고, 14%는 동료를 때리고 싶어한다고 답할 정도가 됐다. 그러나 점점 더 악화되는 환경 속에서 각 개인들은 도움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징징거리는 인간'으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그리고 마침내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미국의 직장에 대해 고발하고 있지만, 한국과 상관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해 한국인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1년 2100시간에 육박해 OECD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한국인 근로자들은 평균적으로 독일인보다 1년에 4개월 이상 일하는 셈이다. 근로 시간 이외에도 강제적인 회식과 등산, 직장내 갈등, 성희롱 문제 역시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이 모든 것을 겪고 잘 참은 사람들에게 안정적인 직장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명예퇴직 이후 자영업을 차리는 일은 어느덧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중년층까지 등장하고 있다.

많은 근로자들이 가족을 위해서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버텨 나간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불안을 무한히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충성을 다한 직장에 대한 배신감이 분노로 이어진다면, 이로 인한 갈등과 손해는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의 비용이 될 것이다. 스트레스에 몸과 마음이 망가지기 직전인 회사원들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는 오늘 사표 대신 총을 들었다

마크 에임스 지음, 박광호 옮김, 후마니타스(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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