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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상처를 입은 모피농장의 밍크. 폴란드 농장동물보호단체 ‘오픈케이지(Otwarte Klatki)’가 공개한 유튜브 영상 캡쳐.
 심각한 상처를 입은 모피농장의 밍크. 폴란드 농장동물보호단체 ‘오픈케이지(Otwarte Klatki)’가 공개한 유튜브 영상 캡쳐.
ⓒ 오픈케이지(Otwarte Klat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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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모피농장 동물의 고통을 알리는 숱한 사진과 영상을 봐왔다. 모피농장에서는 매년 수백만 마리의 동물이 죽임을 당한다. 반면, 모피농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농장의 동물을 잘 보살펴준다고 주장한다. 나는 직접 진실을 확인하기로 했고, 두 달 동안 모피농장에서 일했다." - 유튜브 영상 '밍크 농장에서의 두 달' 중에서

지난 11월 27일, 폴란드의 농장동물보호단체 '오픈케이지(Otwarte Klatki)'는 전직 모피농장 노동자가 촬영한 영상 '밍크 농장에서의 두 달'(2 months at a mink farm)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밍크 8만 마리를 사육하는 폴란드의 한 모피농장에서 촬영된 이 영상에는 소위  '고급의류'로 분류되는 모피의 추한 이면이 담겨 있다.

뼈 드러난 상처에 구더기 득시글... 모피의 '추한 민낯'

영상에서 농장 밍크들은 열악한 환경에 갇힌 스트레스 때문에 서로 싸우곤 했다. 그 결과 뼈가 드러날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거나, 마비된 뒷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는 밍크들이 목격됐다. 벌어진 상처에는 구더기가 들끓었다.

그러나 아픈 동물에 대한 치료는 이뤄지지 않았다. 농장주에겐 동물의 고통보다 모피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체가 심하게 훼손된 밍크들도 여느 밍크와 마찬가지로 도살됐고 털가죽이 벗겨졌다.

영상에는 농장 일꾼들의 동물학대 실상도 담겨 있었다. 밍크를 때리거나, 벽을 향해 집어 던지거나, 밟아 뭉개어 고통을 주는 일꾼들이 포착됐다. 영상에는 비둘기의 머리를 물어뜯어 죽이거나, 새끼 밍크를 입안에 넣고 괴롭힌 노동자에 대한 증언도 등장했다.

이 영상을 촬영한 전직 노동자는 "의류 매장에 진열된 모피의류에는 질병·부상·학대에 시달린 동물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라고 영상 말미에서 말했다. 또한 "여러분이 구입한 모피 때문에 희생된 동물들이 농장에서 적절한 보살핌을 받았을 것이라는 환상에서 부디 깨어나길 바란다"라고 충고했다. 

한편 '오픈케이지'의 활동가인 파웰 라이키씨는 "최상의 모피를 얻기 위해 동물들을 잘 보살펴준다는 모피생산업계의 주장이 사실무근임을 보여주는 영상"이라고 평했다.

14일, 광화문에서 ‘동물을 지키는 어벤져스 영웅’으로 분장한 활동가들이 모피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14일, 광화문에서 ‘동물을 지키는 어벤져스 영웅’으로 분장한 활동가들이 모피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 조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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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일본에서는 니가타 현에 위치한 '일본 최후'의 모피농장이 폐업했다. 일본 '동물권리센터(Animal Rights Center)'는 이 업체가 영업을 종료함에 따라 자국 내 모피농장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체 누리집에 공지했다. 이 소식에 대해 페타(PETA)·퍼프리얼라이언스(Fur Free Alliance)를 비롯한 전 세계 동물보호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동물권리센터'에 따르면, 과거 일본은 4000여 곳의 모피농장이 존재한 모피생산국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산 모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본 모피생산업은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2006년, 일본은 외래생물법에 따라 연구·교육 목적을 제외한 아메리카 밍크 사육을 금지했다. 외래종인 아메리카 밍크가 모피농장에서 탈출하여 야생에서 번식하면서 환경을 해쳤기 때문이다. 그 결과 모피농장들은 문을 닫기 시작했고, 11월 니가타 현의 농장 폐업과 함께 일본 모피생산업은 종말을 고하게 됐다.  

채식주의자 아니면 '모피반대' 못하나?

14일, 광화문에서 동물보호단체 활동가가 모피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14일, 광화문에서 동물보호단체 활동가가 모피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 조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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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12시, 서울 광화문에서 국내 동물권단체 '케어'와 '아시아동물권단체연합(Coalition of Asian Animal Rights Groups)'이 공동 주관한 모피반대 캠페인이 열렸다. '아시아동물권단체연합'은 '케어'를 비롯한 한국·일본·대만·홍콩의 13개 단체들의 연합체다. 

이날 '케어'는 성명서를 통해 "한국에서는 대다수의 겨울 의류가 동물의 털로 제작돼 있어 동물의 고통 없는 의류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한 "모피 반대는 동물에 대한 호불호와 무관한 '목소리 없는 약자'의 고통을 줄이는 캠페인"이라고 하면서 의류업계와 소비자의 '인도적 성찰'을 촉구했다.

모피반대를 외치면 종종 맞닥뜨리는 질문이 있다. "그러는 당신도 고기는 먹지 않냐?"는 질문이다. "육식을 하면서 모피반대하는 게 모순"임을 지적하는 이 말의 속뜻은 "육식하는 사람은 모피에 반대할 자격이 없다"는 것과 같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기자를 비롯해 대다수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채식을 한다.

그럼에도 육식을 이유로 모피를 옹호하는 주장에는 공감할 수 없다. "완벽한 사람만이 변화를 촉구할 자격이 있다"고 전제한다면, 우리는 세상에 산적한 부조리에 대해 침묵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전쟁·기아·환경오염·질병을 비롯한, 빠른 시일 내에 해결이 요원한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는 '모 아니면 도'라는 이분법을 적용하지 않는다. 일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을 하는 것이 약자의 고통 없는 세상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나보다 약한 존재가 어려움에 처한 현실을 목격하면 돕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밥상에서 채식의 비율을 늘리고, 동물의 털가죽을 소비하지 않는 것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동물 약자'의 고통을 줄이는 실천이다.  

이날 '케어'는 광화문 캠페인에 이어 종각, 인사동을 행진하며 모피를 입지 말아야 할 이유와 대안을 알리는 홍보지를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케어'는 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실천방안으로 모피의류 구입하지 않기, 나일론·폴리에스테르·폴리에스터·폴리우레탄·폴라폴리스·웰론 등 합성섬유로 만든 의류 구입하기, 모피를 광고하고 소비를 부추기는 업체에 항의하기, 인터넷 사진·영상 등을 통해 모피의 비윤리성 알리기 등을 제시했다.   

* 위 기사에 언급된 유튜브 영상은 '여기'를 클릭하면 시청할 수 있습니다.


태그:#모피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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