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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자미로 만드는 음식 중 하나인 가자미식해는 함경도 지방의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강원도의 동해안인 고성군과 속초시, 양양군, 강릉시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겨울철 별미로 가자미식해를 담가 즐겼다. 또한 결혼식이나 장례를 치르는 등 큰일을 치를 때도 가자미식해를 만들어 손님을 접대해왔다. 냉장시설이 발달한 요즘은 4계절 언제든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됐다.
▲ 가자미식해 물가자미로 만드는 음식 중 하나인 가자미식해는 함경도 지방의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강원도의 동해안인 고성군과 속초시, 양양군, 강릉시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겨울철 별미로 가자미식해를 담가 즐겼다. 또한 결혼식이나 장례를 치르는 등 큰일을 치를 때도 가자미식해를 만들어 손님을 접대해왔다. 냉장시설이 발달한 요즘은 4계절 언제든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됐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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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이다. 오색마을에 임동창 선생님과 풍류학교 가족들이 찾아오셨다. 한참 붐비는 휴가철이라 적당한 숙소를 찾을 수 없어 늦은 밤 마을회관에 불편하지만 모셨다.

양양읍내서 막걸리와 맥주 등을 구입해 마을회관에 도착한 시간은 밤은 이미 깊어 10시가 훌쩍 넘었다. 자리를 정리해 쉴 수 있도록 준비 하면서도 노인회장님께 미리 말씀을 드리지 못해 마음 한쪽은 무거웠다.

하지만 오색리와 같은 관광을 주요 경제수단으로 하는 지역에서는 사람이 찾을 조건을 형성하는 다양한 방식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임동창 선생님과 같은 분들이 아끼는 고장이 될 수 있다면 그 또한 하나의 조건이란 생각이다.

자리를 마련하고 마을회관 마당으로 모였다. 임동창 선생님께서는 보이차를 준비해 차를 내리시고, 막걸리와 맥주를 마실 이들은 그들만의 자리를 잡고 이야기들을 나눌 때 문득 막걸리 안주로 과자와 과일은 어색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쉬게 말해 음식 궁합이 안 맞았다.

그런데 김치는 며칠 전 집에서 가져다 놓았지만 너무 익었다 싶고, 부녀회장으로 활동하는 선배님의 부인이 챙겨주신 가자미식해에 생각이 미치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접시 챙겨 나왔다. 모든 이들이 다 좋아하지는 않으나 가자미식해를 막걸리 안주로 하는 모습은 강원도 동해안에선 익숙한 풍경이다.

달빛과 가로등만 비치는 마당에서 가자미식해는 무로 담가 완전히 곰삭은 섞박지 정도로 보였던지 처음엔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 풍류학교와 흥야라밴드의 단원으로 활동하는 가수 송도영씨의 아버님이신 송상섭 교수께서만 함께 "가자미식해가 막걸리 안주로 아주 별미입니다"라며 즐기셨다.

잠시 뒤 송도영씨와 몇 명 단원이 가자미식해 하나씩 맛을 보더니 "정말 맛있네요"라며 금방 한 접시를 깨끗이 비웠다. 어쩔 수 없이 통째 들고 나왔다. 그날 밤 막걸리와 맥주 안주로 가자미식해를 깨끗하게 비웠다.

그리고 얼마 뒤 낯 선 전화번호로 전화가 왔다. 낯 선 전화는 잘 안 받는 편이지만 장난이나 광고성 전화는 아니다 싶어 연결했다.

"정 선생님 저 도영이 엄마인데요. 안녕하세요."

"네, 사모님 안녕하세요. 그런데 어쩐 일이세요?"

"아, 다름이 아니고요. 저희가 오색에 갔을 때 맛 본 가자미식해가 정말 제대로 담갔더군요. 그래서 이번에 속초에 몇 사람 친구들과 가는데 구입해 왔으면 싶어서 연락처 좀 알려고요. 그리고 물회를 잘하는 식당도 함께요."

"가자미식해는 양양시장에 가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물회는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서요. 속초야 머구리가 직접 잡은 다양한 해산물을 사용하는 물회전문식당도 있고, 양양은 수산항에 가면 사골국물을 얼려 숙성시킨 횟감으로 물회를 내는 곳과 싱싱한 활어로 얼음에 깔끔하게 내는 곳이 있습니다."

"물회는 수산항에 가면 되는군요. 그럼 양양시장에 도착해서 선생님께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도영씨 어머니와의 통화는 이렇게 끝내고 이틀 뒤 다시 연락이 왔다.

"정 선생님 저 도영이 엄마예요. 가자미식해 파는 곳 알려주세요."

"지금 양양시장이세요?"

"네, 도영이 아빠랑 친구들 몇 가족이 구입하려고 해요."

"예전에 문어 구입하던 곳 기억하시죠?"

"네, 바로 그 앞입니다."

"네, 바로 그 옆에 범부젓갈이란 간판 보이실 겁니다. 그곳에서 가자미식해 구하시면 됩니다."

도영씨 어머니는 양양시장에서 통화를 끝내고 나중에 "잘 다녀갔다"는 연락을 주신 뒤 그렇게 여름이 지나 들판에 벼를 추수하는 시기가 됐다. 10월 초 도영씨 어머니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정 선생님 저희가 이번에 철원에 가는데 선생님도 철원아리랑 공연 보시러 오시겠지요?"

"네, 연락 받았습니다. 가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계좌번호를 좀 알려주세요. 이번에 가자미식해를 좀 더 구입했으면 해서요. 일전에 구해온 거 금방 다 먹어서요. 좀 많이 구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먹을 수 있게 나누려고요."

양양시장에 있는 범부젓갈에 도영씨 어머니의 부탁으로 가자미식해를 구입하러 갔던 날 마침 가자미식해를 담그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가자미를 손질하고 있었다. 식해를 담그는 용도로 물가자미를 사용하는 까닭은 참가자미보다 뼈가 물러 씹는 식감이 좋아서다. 참가자미로 가자미식해를 담그면 뼈가 잘 씹히지 않아 먹기 불편하다. 저 많은 양의 가자미로 담근 가자미식해는 전국으로 택배로 배송되는데, 1주일에 한 번은 이렇게 담가야 된다니 정말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가자미손질 양양시장에 있는 범부젓갈에 도영씨 어머니의 부탁으로 가자미식해를 구입하러 갔던 날 마침 가자미식해를 담그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가자미를 손질하고 있었다. 식해를 담그는 용도로 물가자미를 사용하는 까닭은 참가자미보다 뼈가 물러 씹는 식감이 좋아서다. 참가자미로 가자미식해를 담그면 뼈가 잘 씹히지 않아 먹기 불편하다. 저 많은 양의 가자미로 담근 가자미식해는 전국으로 택배로 배송되는데, 1주일에 한 번은 이렇게 담가야 된다니 정말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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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함경도 지역음식으로 알려진 이 가자미식해는 오래전부터 강원도의 동해안에서도 잔치상 등에 올렸고, 겨울철 별미로 담가 먹었다. 요즘은 냉장시설이 발달해 4계절 언제든 담가 먹을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번잡스럽단 생각으로 젓갈을 판매하는 곳에서 사 먹는다.

별도의 단맛을 가미하지 않고, 질금을 이용해 삭히는 과정에서 단맛을 내는 양양시장에 있는 범부젓갈이 만드는 가자미식해는 자연스러운 맛을 선택하는 이들의 입맛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가자미식해 레시피다.

가자미식해를 담그는 물가자미는 횟감으로는 잘 사용하지 않으나 조림 등으로 널리 이용되는 넙치류의 한 종류다. 싱싱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얼음을 채운 상태에서 가위로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지느러미를 잘라낸 뒤 깨끗이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야 1차 손질이 끝난다. 양양시장에 있는 범부젓갈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가자미손질을 위해 아주머니들이 일손을 거든다.
▲ 물가자미 가자미식해를 담그는 물가자미는 횟감으로는 잘 사용하지 않으나 조림 등으로 널리 이용되는 넙치류의 한 종류다. 싱싱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얼음을 채운 상태에서 가위로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지느러미를 잘라낸 뒤 깨끗이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야 1차 손질이 끝난다. 양양시장에 있는 범부젓갈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가자미손질을 위해 아주머니들이 일손을 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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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 물가자미 20마리·차조밥 1되·질금·소금·무1개·파·마늘1컵·고춧가루 1/2되

물가자미는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가위로 지느러미를 다듬어 깨끗이 씻은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무를 나박썰기를 해 소금에 절여놓고, 차조밥을 지어 식힌 다음 질금가루와 고루 섞는다.
절인 무에 고춧가루와 모든 재료를 넣고 버무린다.
절인 무에서 나온 물은 절대로 버리지 말아야 고춧가루가 충분히 불릴 수 있다.
간을 보면서 소금 조절하고 2일 정도 삭힌 뒤 먹기 시작하면 된다.

같은 방법으로 코다리나 황태채와 오징어채 등을 이용해서도 식해를 담글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범부젓갈, #양양군, #양양의 별미, #가자미식해, #양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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