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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지하철에 탑승한 반기문 UN 사무총장.
 13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지하철에 탑승한 반기문 UN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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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한국시간), 유엔(UN) 공식 트위터가 반기문 총장의 사진 몇 장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반 총장이 경호 차량 대신 뉴욕의 지하철에 탑승, 지하철 승차권을 직접 구매하고 노동자들로 보이는 탑승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다. 

유엔에 따르면, 반 총장은 13일 오후(현지시간)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과의 면담을 위해 유엔본부 인근에 위치한 그랜드세트럴 역에서 지하철을 탑승, 20분 동안 9개 정류장을 거쳐 뉴욕시청역에 도착했다. 반 총장은 지난 2014년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 당시, 환경보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더블라지오 시장을 만나러 가는 길에도 지하철을 이용한 적이 있다고 한다.

14일 <아시아경제> 관련 기사에 따르면, 반 총장 측은 지하철 탑승 과정과 더블라지오 시장 면담 장면 사진 등을 한국 특파원 등 취재진에게 신속하게 배포하는 친절함을 보였다. UN 트위터와는 다른 각도의 사진이 국내 언론에만 공개된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언론 배포용 사진에는 반 총장이 4.79달러 남은 뉴욕 지하철카드인 '메트로카드'에 10달러를 넣고 직접 충전을 하는 모습도 담겨 있다. 국내 언론들은 일제히 반 시장의 '지하철 탐방'(?)을 두고 내년 1월 귀국 후 대선 출마용 이미지 메이킹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을 쏟아내고 있다.

반기문 지하철 사진은 국내용 '서민 코스프레'?

13일 오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미 뉴욕 지하철에 탑승하기 전 지하철 승차권을 직접 구입하고 있다.
 13일 오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미 뉴욕 지하철에 탑승하기 전 지하철 승차권을 직접 구입하고 있다.
ⓒ 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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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총장의 지하철 탑승은 유엔 사무총장 임기 10년 동안 무려(?) 두 번째로 알려졌다. '이례적'이란 수사가 붙을 만하다. 반 총장은 외교관 생활과 유엔 사무총장 재직 기간을 모두 포함 총 14년 동안 뉴욕에서 거주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날 반 총장의 공식 일정이다. 이날 뉴욕시는 12월 13일을 '반기문의 날'로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시는 기후대책을 주도하고, 뉴욕시와 유엔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증진하는데 기여한 반 총장의 공로를 인정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반 총장은 유엔본부 집무실에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예방을 받기도 했다. 1시간 여 동안 환담도 나눴다.

하지만 반 총장 측은 이러한 내용은 빼놓은 채 반 총장의 '서민 행보'만 국내 언론에게 따로 언급했다. '국내용', '선거용'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이 사진을 접한 트위터 사용자들은 반기문의 대선용 서민 코스프레'라거나 박근혜 대통령의 시장투어와 다를 게 뭐냐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반 총장의 '지하철 투어' 사진은 확실히 이례적이고, 이색적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꼽는 반기문 총장의 이례적인 '올해의 사진'은 따로 있다. 지난 2월 영국을 방문한 반 총장이 조연으로 등장한 사진 되겠다.

반기문 영국 강연에서 '위안부에게 정의를' 외친 영국인


지난 2월 5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센트럴 홀(Westminster Central Hall). 2천여 명의 청중 앞에서 연설을 앞두고 있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앞에 한 영국인이 기습 시위를 벌였다. "'위안부'에게 정의를(Justice for Comfort Women)", "한일합의 무효"가 앞뒤로 적힌 피켓을 이 깜짝 침묵시위는 얼마 안 있어 제지됐지만, 이 영상은 유튜브를 타고 전세계로 타전됐다(관련 기사 :반기문 사무총장 강연장서 '한일 합의 반대' 기습 시위).

기사에 따르면, 영국인 앤디씨는 2016년 초 반기문 유엔총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나눈 통화에서 "위안부 문제 합의를 축하"하고, "박 대통령의 올바른 용단을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발언하는데 대해 항의하는 차원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 침묵 시위를 벌인 앤디씨가 속한 영국 내 모임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반대하면서, 지난 1월 6일과 27일 런던의 일본 대사관 앞에서 수요 집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한 사진과 영상이 최근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다시 관심을 끌었다.

지난 12일 소설가 이외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반기문 이럴수가!"라는 글과 함께 미 '워싱턴포스트'의 안나 파이필드 기자가 운영하는 블로그 글을 첨부했다. 지난 8월에 작성된 이 글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선출마설로 그의 고향이 떠들썩하다(With talk of Ban running for South Korean Presidency, his hometown is abuzz)'는 제목의 르포로서, 기자가 직접 충북 음성에 조성된 '반기문 생가 마을'을 둘러보고 경험을 기술한 글이다.

이와 관련, 지난 6월 방영된 JTBC <썰전>의 반 총장 관련 내용도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썰전>은 반기문 총장에 대한 외신 평가는 물론 '반기문 동상'과 '반기문 생가' 등을 자세히 다뤘다. 전원책 변호사는 "살아 있는 사람의 동상을 만드는 경우 독재자일 때 뿐이다. 내가 살아 있는데 내 동상을 만들면 빨리 부숴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함께 대선시계가 앞당겨지면서, 반 총장에 대한 관심과 검증 역시 SNS와 인터넷을 통해 점차 가속도를 밟고 있다. 2016년 한 해 동안 꾸준히 대선주자 지지율 1, 2위를 다퉜던 만큼, 오는 1월 국내 귀국을 앞둔 반 총장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반기문 동성애' 관련 이슈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SNS와 언론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반기문 검증'

지난 6월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지난 6월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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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참 비루하다. tv조선 보도, 반기문이 '나는 동성애 옹호론자 아니다' 발언. -그런데 2015년 9월 뉴욕에선 강도 높은 성소수자 인권 지지연설로 박수 받아"

지난 12일, 문성근 '시민의 날개' 대표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이날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반기문을사랑하는모임(반사모) 회장인 임덕규 전 국회의원은 반 총장과의 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반 총장은 "자신은 동성애 옹호론자가 아니다"라고 해명했고, "유엔 입장에선 만민이 평등하다 그런 개념이지 동성애를 지지하고 찬양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문성근 대표는 이러한 반 총장의 태도 변화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만민이 평등함으로 성소수자 인권은 지지한다. 그런데 동성애를 옹호하진 않는다. 아니 지지하고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 임 회장의 설명을 풀이하면 이쯤 될 것 같다. 굳이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반 총장의 과거 발언을 염두에 둘 필요도 없다. 반 총장의 국내 복귀와 대선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임 전 의원의 이러한 전언은 국내 비성소수자 유권자들을 의식한 발언이라 풀이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편 지난 7일 반 총장은 성명을 통해 "어느 누구도 저를 대신해 발언하거나 행동한다고 주장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밝혔다. 반 총장 측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대선용 발언들에 선을 긋고 나선 모양새다. 문제는 이 반박의 구체성보다 측근들 입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는 대선 플랜들이 훨씬 더 구체적이라는데 있다.

앞서 소개한 반 총장의 뉴욕 지하철 탑승 사진은 반 총장의 유엔 고별연설과 쌍을 이루는 화룡점정과도 같아 보인다. 사진은 물론 이 사진이 국내 언론을 통해 한국 국민들에게 공개 되는 과정 역시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것을 짐작게 했다. 더욱이, 반 총장의 뉴욕 지하철 사진은 공식 트위터 이외 유엔 홈페이지나 외신에서는 흔적도 찾아 볼 수도 없었다.

종합해 보자면, UN 고별 연설과 함께 반 총장의 대선 가도가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는 신호탄인 셈이다. 이와 관련, <썰전>은 지난 반 총장 관련 방송에서 '유엔 결의 11호'를 소개한 바 있다. 반 총장은 이러한 유엔의 오래된 권고를 알고 있는지 사뭇 궁금해지는 지금이다.

"유엔 회원국은 사무총장의 퇴임 직후 어떠한 정부직도 제공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무총장 자신도 그러한 정부 직책을 수락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태그:#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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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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