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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칭 '교통 오타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가 연재합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그런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수도권고속철도 SRT가 9일 개통했습니다. SRT는 단순히 국내 최장 철도터널,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철도라는 의미 외에도 꽤나 많은 의미를 갖고 있어, 개통을 앞두고 2부작 교통 칼럼을 집필합니다. 上편은 SRT의 출범으로 불붙은 간선교통망의 경쟁에 대해 다루고, 下편에서는 SRT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개통 100일을 맞은 SRT가 갈 길에 대해 알아봅니다. - 기자 말 

수서역 승강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SRT 열차.
 수서역 승강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SRT 열차.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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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고속철도 SRT가 지난 18일 개통 100일을 맞았다. 큰 진동 문제로 '백일해'를 앓았지만, 성공적인 모양새이다. SRT는 계속해서 교통역사를 새로 쓰는 중이다. KTX의 승객이 1만 명 정도 줄어든 데다가, 그간 연계교통 확충에 인색했던 코레일이 KTX 전용역인 광명역으로 가는 연계교통수단 8507번을(관련 기사 : 11일 개통 수도권 최초 'KTX 리무진', 미리 타보니)을 지난 1월 개통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간 개통했던 민자 고속도로 노선이 저수요로 인해 세금으로 운영되는 '세금 먹는 하마' 상황에 빠졌던 상황을 생각하면, SRT의 성공은 지금까지 '얼음 땡'이나 마찬가지였던 다양한 철도산업·노선으로의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더욱이 이용객들은 다양하고 더욱더 나아진 서비스를 받으며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개통 100일을 맞은 SRT. 이미 예상 수요를 뛰어넘는 좌석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어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지만, 그 '명'에 가려진 '암'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은 터. SRT 100일을 맞아 수서고속철도와 SRT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좋은 선례로 남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해결해야만 하는 점들 말이다.

붐비는 SRT 수서역 맞이방.
 붐비는 SRT 수서역 맞이방.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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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 24일 만에 100만 명 돌파... SRT는 '순항 중'

SRT는 '성공한' 철도이다. 개통 24일 만에 100만 명이 탑승하고, '500만 명' 이용의 고지가 얼마 남지 않은 등 '경이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피크' 시간대의 열차표를 구하기 어려워진 상황. 수서역 역시 서울역이나 용산역 못지않은 인파가 몰리고 있고, 다양한 구내 상점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으니, SRT는 성공을 거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강남 3구와 성남, 용인, 화성, 평택 등 인구 500만 이상을 배후로 두고 있는 지역을 직접 끼고 있다는 점이다. 연계교통 역시 분당선, 3호선이 수서역에, 동탄2신도시를 지나는 거의 모든 버스가 동탄역에, 지하철 1호선이 지제역을 경유하고 있는 데다가, 차량 접근성이 높아 많은 시민들이 찾아오기 쉽다.

또 동서울터미널,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센트럴시티, 성남터미널 등 4개 터미널의 이용객을 상당수 흡수했다. 실제로 이들 버스터미널이 운행하는 부산, 광주행 노선 등이 SRT와의 경쟁에서 밀려 운행횟수를 줄이거나, 승차율이 감소한 상태. 이에 대처하기 위해 SRT보다 저렴하나 '특급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개통한 상태이다.

또 기본운임이 KTX보다 10% 싸다. 이로 인해 동대구-부산, 천안아산-대전 등 병주구간에서의 이용객이 늘어나고 있다. 같은 구간의 버스에 비해 자주 다니면서, KTX에 비해 저렴한 SRT가 우위를 점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꽤나 붐비는 SRT 수서역 환승통로의 모습.
 꽤나 붐비는 SRT 수서역 환승통로의 모습.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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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객 끄는 SRT의 서비스는

KTX 특실에 비해 SRT의 특실에는 볼 수 없던 혜택들이 '차고 넘친다'. 특실을 위한 '기내 스낵'부터 더 나은 좌석, 그리고 전동 리클라이닝 시트까지. 특실의 좋은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 특실 표가 먼저 나가는 경우도 많다. 일각에서 제기한 '강남 버프'에서 이유를 찾기보다는 특실의 서비스 자체가 훌륭하여 시민들이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일반실·특실 공통서비스 역시 KTX와 다른 서비스로 무장했다. SRT의 전용 콘텐츠가 나오는데, 이 중에서는 iMBC가 차내 방송을 담당하여 <복면가왕>,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하이라이트가 나온다. 또 MBC 뉴스가 방송되는 시각에는 뉴스가 송출된다. (MBC 뉴스의 현재 신뢰도와는 별개로) KTX보다 더 나은 차내 콘텐츠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전 좌석에 전원콘센트가 마련되어 있으며, 차내 와이파이도 급증한 이용객에 대비할 수 있도록 LTE를 기반으로 설치하였다. 역내에도 재미있는 서비스가 눈에 띄는데, 시간이 없는 이용객들이 화장실을 이용할 때 화장실의 '좌석 현황'을 볼 수 있도록 설비해둔 것 등이다. SRT 전용역 내에는 다양한 식음료 상점이 있어, 차내에서 먹을 식사를 미리 준비할 수도 있다.

KTX도 이에 자극받아 SRT와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중이다. '일반실 승객이 가져간다'는 이유로 없앴던 차내 다과 서비스를 재개하고, KTX-1에는 속속 콘센트를 설치하는 등, 경쟁의 순기능이 여기서 보여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SRT에도 문제가 있다.

SRT의 새로운 역사이자, 특이하게 지하 8층에 승강장이 위치한 동탄역.
 SRT의 새로운 역사이자, 특이하게 지하 8층에 승강장이 위치한 동탄역.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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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서비스'... '서버 펑'과 '안마 열차 SRT'

SRT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불안정한 서비스'이다. 아직 개통 3개월 차라고 하기에는 너무 심한 '백일해'를 두 번이나 앓았기 때문. 지난 11월 개통 전 예매 시스템 오픈 때, 그리고 지난 1월 설날 승차권 예매 때 서버가 다운되었던 사건이 그 중 하나다. 이로 인해 실제로 예매하려던 시민들이 역 앞에서 장사진을 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현재는 서버가 안정된 듯 보이나, 앞으로 승객이 몰릴 수 있는 때 인터넷 예약 망에 문제가 생기면 SRT를 편리하게 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은 모두 상쇄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추석 대수송기간 예매 때에도 이런 문제가 생긴다면, 지금까지 SRT에 쌓여 있었던 시민들의 신뢰가 갑자기 무너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안마 열차'가 되었다는 점이다. KTX보다 SRT의 차내에서 심한 진동이 발생한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고, 여러 언론사에서 이를 다루었을 정도. 이런 진동을 내는 상태로 분기기 등에 진입하면 자칫하다 탈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SR에서 내놓은 대책인 차륜 삭정(성형하기 위해서 깎는 것)을 통해 상당수 문제점이 해결된 것이 눈에 띈다.

차륜 삭정은 차량의 바퀴를 절삭기로 깎아내어 정비하는 것으로, 일본의 신칸센이 2~3일에 한 번씩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륜 삭정을 게을리해서 이런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면, 최소한의 정비 매뉴얼을 지킨 것일까. 다행히도 현재는 이런 진동이 일어나지 않고 있으니만큼, 정비 매뉴얼을 다시금 꼼꼼히 확인하여 이러한 정비 미비로 인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SRT 차내에서는 MBC의 방송 하이라이트가 나온다. 뉴스가 나오는 시간대에 탑승하면 이렇게 뉴스가 방송된다.
 SRT 차내에서는 MBC의 방송 하이라이트가 나온다. 뉴스가 나오는 시간대에 탑승하면 이렇게 뉴스가 방송된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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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다던 정기권, 회수권, 그리고 '입석표'와 할인정책은 언제?

강남에서 세종시, 또는 대전 등으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은 SRT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 하지만 이들이 SRT를 이용하기란 매우 어렵다. 정기권이 운영되지 않고 있어 출퇴근 때마다 3~4만 원에 달하는 돈을 주고 이용해야 하기 때문. KTX가 하루 1만 원대에 출퇴근 정기권을 이용하는 것에 비교하면 너무 비싼 셈이다.

초창기 SRT에서는 회수권과 정기권을 운영하려 했었다. 회수권은 특정한 이유로 짧은 기간 동안 SRT 구간을 왕복하려는 시민에게 옛날 버스의 학생 회수권과 비슷한 형태로 판매하는 방식이었고, 정기권은 KTX와 비슷한 방식으로 판매하려고 했기 때문. 회수권이 출장 중 숙소가 마땅치 않아 오르내리는 시민들의 환영을 받았지만, 문제는 판매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

또 다른 문제는 '입석표'이다. 차내에 10여 개의 입석 전용 좌석이 마련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석을 판매하지 않는 것이다. KTX처럼 너무 많은 입석 고객때문에 불편을 겪을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미리 예매하지 못한 급한 승객들을 위해 입석표를 판매하여야 한다. 또 출퇴근 시간에는 자유석을 운영해 출퇴근 승객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족한 할인정책 역시 문제이다. KTX가 '인터넷 예매 할인', '청소년 드림', '힘내라 청춘', '맘 편한 KTX' 등의 할인 정책을 앞세워 많은 승객들이 할인 승차권으로 열차를 탑승할 수 있는 데 반해, SRT는 거의 모든 좌석이 '정가' 고객인 상태이다. SRT에서는 열차의 혼잡도 문제라고는 하지만, 새벽 시간대의 열차가 보통 승객이 100명도 탑승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적절한 답은 아닌 셈.

SRT 김복환 전 대표는 3월 2일 "안전운행과 SRT만의 차별화된 서비스 실현이 이 같은 고무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며 "약 3개월간 실적을 토대로 수요분석을 거쳐 다양하고 탄력적인 할인 및 정기권제도를 곧 선보여 고객의 성원에 보답하겠다"라고 언론사들에 밝혔지만, 조금이나마 더 빨리 정기권, 할인제도를 선보였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SRT 특실의 모습. 차량은 KTX로 2년간 운행되다가 SRT로 대여된 차량이다.
 SRT 특실의 모습. 차량은 KTX로 2년간 운행되다가 SRT로 대여된 차량이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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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운행구간, 운행은 어렵지만 '환승'은 잘 만들어주세요

마산, 포항, 전주, 여수 등 지역에서는 SRT의 개통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강남지역으로의 수요가 많은 데 반해 SRT가 들어오지 못하니 열차가 들어올 수 있게 해 달라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SR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철도는 '면허'가 있다고 해서 막 운행할 수 없고, 구간 운행에 대한 면허도 필요한데, SR이 동해선·전라선·경전선 구간에서의 면허가 없다는 것.

면허를 발급받았다 하더라도 SR의 운행 차량이 32대 정도에 불과해 이들 구간에 효율적인 열차 운용이 어렵다는 것이 SR이 이들 구간에 열차를 운행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이다. 하지만 대책은 있다. SRT와 KTX가 운행되는 시간대에 광주송정역-광주역의 셔틀열차가 운행되듯, 이들 구간에서 SRT와 연계할 수 있는 시간대에 열차가 운행하는 것.

KTX 개통 이전 마산·창원에서 동대구까지 무궁화호나 새마을호를, 동대구부터는 KTX를 탑승하는 승객이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방식의 SRT 운행은 나쁘지 않은 방책이 될 수 있다. 같은 승강장에 정차하거나, 환승 대기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지하철 갈아타듯 SRT를 편리하게 환승할 수 있다는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

SRT만의 특별한 '서비스'(?). 화장실 현황을 알려주는 안내판.
 SRT만의 특별한 '서비스'(?). 화장실 현황을 알려주는 안내판.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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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SRT를 응원하는 이유

국내 최초로 철도 간 경쟁이 일어난 열차이자, 서비스를 극대화해 철도운송사업자들의 서비스 상향 평준화를 이루어낸 SRT. 물론 지금의 '낙하산' 논란으로 꽤 시끄러운 면이 있지만, 서비스와 시스템만으로 볼 때는 SRT가 KTX와는 전혀 다른 독자적인 이미지를 추구하고, 그 성과가 개통 100일째인 지금 완전히 드러났다는 데에서 'SRT'의 브랜딩 성공, 서비스 상향 평준화를 이루어 낸 데에 대한 뒷받침을 찾을 수 있었다.

어린아이들이 걸릴 수 있는 가장 심한 병이 '백일해'다. 백일이 지나지 않은 아이들이 걸리면 자칫 죽을 수도 있고, 다 큰 아이들도 걸린다면 백일을 앓는다는 백일해. SRT는 소음 문제로 백일해를 한 번 앓긴 했지만, 그래도 100일을 무사히 넘겼다. 옛날, 아이의 외출을 100일 이후에야 허락했다는 점을 보면, 이제 SRT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는 접어두어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나가라는' 뜻은 아니다. 코레일이 SRT와의 격차를 기존선을 다니는 열차의 운행중단으로 대처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도 있었고, 실제로 이를 시도했던 정황이 있었다. 이는 철도가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는 사회적인 감시체계가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그 정도만 계속 매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SRT와 KTX의 '선의의 경쟁' 속에서의 병주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선의의 경쟁을 응원한다.



태그:#철도, #SRT, #경쟁, #고속열차,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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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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