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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조원진 최고위원이 9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를 기다리며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침통한 이정현-조원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조원진 최고위원이 9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를 기다리며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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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숫자 세는데 내가 다 가슴이 쿵쿵쿵쿵 거려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개표 감표위원이었던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을 나오며 긴장됐던 개표 분위기를 전했다.

국회 본회의장 가장 높은 곳에 있던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표 결과를 건네받던 그 순간, 본회의장 건너편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 복도에도 긴장감이 맴돌았다. 야당 당직자들과 국회 직원, 일부 기자들은 복도에 걸린 모니터를 바라보며, 정 의장의 발표를 기다렸다.

"총 투표수 299표 중 가 234표…."
"우와!"

정 의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가 의사봉을 세 번 두드리기도 전에, 모니터 앞의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기자들이 잔뜩 모여 있던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도 웅성대기 시작했다.

이정현 "내가 전적으로 책임지겠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하는 제346회 국회(정기회) 제18차 본회의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가운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가 개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하는 제346회 국회(정기회) 제18차 본회의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가운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가 개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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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4시 10분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야당 의원들은 고무된 얼굴로 본회의장을 빠져 나왔다. 대체로 담담한 표정이었고, 일부는 옅은 웃음을 내보이기도 했다. 몇몇 의원들은 기자들에게 악수를 건네며 "수고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과 관계없이 의원들끼리 악수를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본회의장 앞에서 만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말 평화롭게 우리 국민들이 마음을 모으셨고, 그런 시민의 명예혁명이 국회를 통해 뜻을 잘 전달했다고 생각한다"라며 "헌법재판소가 조속히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간절한 마음으로 투표했다. 결과적으로 국회가 국민들의 명령을 성실하게 수행했다"라며 "빨리 국정을 수습하는 게 중요하다. 하루 빨리 임시국회를 소집하고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본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이정현 대표는 가결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었지만, 자신이 할 이야기만 한 후 질문을 받지 않고 국회를 빠져 나갔다. 이 대표는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인다"라며 "전적으로 제 책임이고 제가 당연히 책임을 지겠다"라고 말했다.

몇몇 청년들은 국회를 빠져나가던 이 대표를 향해 "이정현! 장 지져라!"라고 외쳤다. 국회 의원회관의 이 대표 사무실 앞에는 누군가 "국민의 명령이다. 정현아! 장 지지자"라고 적힌 팻말을 붙이고, 그 밑에 쌈장을 가져다 놓기도 했다.

결과 발표 전에 본회의장을 빠져 나온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은 "어떤 결과가 예상되나"라는 질문에 "내가 알 수 있겠나"라고 답한 채 말을 아꼈다. 백은종 <서울의소리> 편집장은 서 의원의 뒤통수에 "서청원! 박근혜 대통령 부역자 서청원! 소감이 어떤가"라고 외치기도 했다.

서 의원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자리를 떴고, 서 의원 옆에 있던 이우현 의원이 "무슨 말 하는 거야, 왜 의사당에 와서 떠들고 그래? 어디서 지X이야"라고 욕을 내뱉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무기명 표결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작된 가운데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가운데)과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무기명 표결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작된 가운데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가운데)과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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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황교안 대행 체제 놓고 고민

야권은 황교안 국무총리 대행체제와 관련해 고민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가결 직후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추 대표는 회의 도중 나와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정공백을 신속히 보완하기 위해 '국회-정부 정책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추 대표는 "정부가 손 놓고 있는 민생현안을 점검하고, 정부의 종합대책 촉구를 위해 국회 임시회를 소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추 대표는 "박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총리와 그 내각도 사실상 정치적 불신임 상태다"라며 "황 총리 대행체제가 촛불 민심을 제대로 읽는지 지켜보겠다"라고 유보적 입장을 내놨다.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촛불민심은 대통령의 즉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조속히 결단해 줄 것을 촉구한다"라며 "탄핵에 관한 법리는 2004년 잘 축적돼 있을 것으로 믿는다.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는 것이 촛불민심에 부합하는 것임을 헌재에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황 총리는 탄핵받은 대통령이 임명한 분이다. 국민의당은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부적합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며 "다만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국민 여론 등을 감안해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태그:#박근혜, #탄핵, #이정현, #서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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