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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산악회 회원들이 직접 엮어 출판한 중동산악회 60년사. 중동산악회 발행, 2016년 10월 26일 발행
▲ <중동산악 60년 흔적> 표지면 중동산악회 회원들이 직접 엮어 출판한 중동산악회 60년사. 중동산악회 발행, 2016년 10월 26일 발행
ⓒ 이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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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중동의 산 아이들을 본 일이 있소. 중동의 산 아이 얘길 들어 보았소. 별 흐르는 계곡에서 노래를 하고 흰 눈 쌓인 능선에서 단잠을 자오…"

처음 읽었을 땐 어느 이름 없는 시인의 시로 생각했다. 석 장을 넘기고 난 뒤에 이것이 중동산악회가의 1절 앞부분임을 알았다. 교가와 나란히 65회 김철호 작사·작곡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중동산악 60년의 흔적>(중동산악회 발행)은 중동고등학교 산악회 60년의 역사를 담고 있다. 대한산악회 등 전통 있는 산악 단체의 역사를 기록해 놓은 책자를 본 적은 있지만 동호인 모임 성격의 산악회 역사책은 처음이다. 그만큼 드물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며칠 전 중동기독신우회 송년 모임이 서울에서 있었다. 가까이 지내는 편남영 형이 선물이라며 건네준 것이 이 책이다. 발행 일자가 2016년 10월 26일로 되어 있으니까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책을 좋아하는 내게 형은 시중 서점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귀한 책을 선물로 준 것이다.

산행에서 얻은 감동을 노랫말로, 한 편의 훌륭한 시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세상이 시끄러울 때일수록 더 절실하게 생각된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세상이 가득 찬다면 이런 혼탁함이 사라질 텐데…. 산악인들에 대한 좋은 인식 때문일 것이다.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들로 그들은 내게 각인되어 있다. 내가 만난 산악인들은 대부분 그랬다.

이 책은 중동산악회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글보다 사진이 많다. 그림을 선호하는 현대인의 정서에 부합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권두에 소개되어 있는 차례의 내용은 이렇다.

"발간사, 우리의 선서, 교가·산악회가, 중동산악 역사, 사진으로 보는 중동 60년사, 해외원정 등반, 산악문화 활동, 추억 페이지, 산악회의 미래, 에필로그, 후원 상황, 7대륙 사진첩"

참으로 꼼꼼하다. 책을 읽다 보면 발견되는 게 있다. 나는 이 책에선 성실성과 따뜻한 인간미를 볼 수 있었다. 산 사나이들은 생각과 행동의 선이 굵다. 그런데 산악인들이 손수 엮은 <중동산악 60년의 흔적>은 섬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세필(細筆)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대원 중 있었던 게 분명하다.

이런 걸 어떻게 빠짐없이 그것도 긴 기간 간직할 수 있었을까. 등반 계획서, 등반 보고서, 정기총회 보고서 등은 산악회이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교지에 실린 등반에 관한 글, 중동산악회 관련 신문 기사, 후원자 명단 등은 웬만큼 세심한 사람이 아니면 수집해서 자료화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중동산악회엔 시공(時空)을 초월하여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시인도 있고 음악인도 있으며 사진가도 있다. 이 책에는 이들 활약을 '산악 문화활동'이라는 꼭지로 묶어 주고 있을 정도이다. '중동산악회가', '설악가', '산의 훈장' 등은 회원들이 작사·작곡을 했고, '즐거운 산행길' 등 산행에서 얻은 감동을 노랫말로 드러낸 것들은 한 편의 훌륭한 시이다.

"2006년 1월, 에베레스트 등정을 위한 예비 훈련 중 사망한 대원(장인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뜻을 굽히지 않고 관철시킨 이야기 등. 훈훈했다."
 "2006년 1월, 에베레스트 등정을 위한 예비 훈련 중 사망한 대원(장인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뜻을 굽히지 않고 관철시킨 이야기 등. 훈훈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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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전문성을 요구한다. 지나간 일들을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역사라면 일정한 지식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史)'의 편찬을 전문가에게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동산악회의 역사 <중동산악 60년 흔적>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냈다. 스스로 쓰고 찍고 편집하고 제작에 이르기까지….

나는 책을 읽을 때 그 안에서 훈훈한 인간미를 발견하려고 애쓴다. 역사서도 예외가 아니다. 사랑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것이 생명의 기로에 작용해서 빛을 발할 때 큰 감동을 주게 된다. 동료(권대식)의 죽음 딛고 추렌히말을 등정한 이야기(1988년), 2006년 1월 에베레스트 등정을 위한 예비 훈련 중 사망한 대원(장인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뜻을 굽히지 않고 관철시킨 이야기 등. 훈훈했다.

이건 당시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다. 중동산악회가 엮어낸 한 편의 휴먼드라마와 같은 이야기. 산악인들 사이에서도 많이 회자(膾炙)된다고 한다. 2006년 5월, 한 여성 산악인이 8848m 세계 최고봉 정상을 밟은 후 하산하다가 산소 부족으로 쓰러져 죽어 가고 있었다. 창학(創學) 100주년 기념 중동고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최고봉 등정을 일부가 포기하고 한 생명을 살린 것.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고 한다.

읽으니 7대륙 최고봉 등정 동행한 기분

"등정에는 팀워크가 중요하다. 서로 힘을 합할 때, 정상에 닿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사회생활도 마찬가지이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 주며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삶이 값진 것이다."
 "등정에는 팀워크가 중요하다. 서로 힘을 합할 때, 정상에 닿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사회생활도 마찬가지이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 주며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삶이 값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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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산에 대해 문외한이기 때문에 훌륭한 산행에 대한 인식 수준이 비교적 낮다. 그런데 이 정도는 안다. 한 산악회에서 7개 대륙의 최정상 산의 등정에 성공했다는 것이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2006년부터 3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중동산악회에서 남극대륙을 포함해 7개 대륙의 최고봉 등정에 성공한 것이다.

기억해 둘 일이다. 에베레스트(8,848m/아시아 최고봉), 엘부르즈(5,642m/유럽 최고봉), 매킨리(6,195m/북미 최고봉), 칼스텐츠(4,884m/오세아니아 최고봉), 킬리만자로(5,895m/아프리카 최고봉), 아콩카구아(6,959m/남미 최고봉), 빈슨매시프(4,892m/남극대륙 최고봉). 10년에 걸친 대역사였다.

이들 높이를 합산하니 43,315m, 약 43.3km이니까 우리가 흔히 쓰는 거리 단위로 110리쯤 된다. 평지가 아닌 하늘을 향해 이 거리를 올라가서 내려 왔다고 생각해 보라. 눈보라를 헤치며 설산을 등정하는 것은 고통의 중첩이었으리라.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대장정을 성리로 이끈 중동산악회에 찬사를 보낸다.

<중동산악 60년 흔적>의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행복한 꿈 속을 노닐다가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마치 제임스 힐튼이 쓴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유토피아 샹그릴라(Shangri-La)를 빠져 나온 것과 같은…. 또 내가 7대륙 최고봉 등정에 동행한 기분도 들었다. 산행에 대해서 새로운 지식을 확보하게 된 것도 유익 중 하나이다.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것 몇 가지. 등정에는 팀워크가 중요하다. 서로 힘을 합할 때, 정상에 닿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사회생활도 마찬가지이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 주며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삶이 값진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 이 책은 우리에게 인간다운 삶을 살 것을 간접적으로 권면하고 있다.

사랑과 끈끈한 인간미는 만국 공통어이다. 산악인들의 생각과 행동도 많은 부분이 이것으로 귀결된다. 중동산악회 회원들은 곳곳에서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보여 주고 있다. '백 년 중동, 천 년 미래…' 중동고 100주년 기념 표어이다. 이 큰 걸음에 발맞추어 중동산악회도 발전하기를 바란다. <중동산악 60년의 흔적>은 이 약속의 징표가 아닌가 싶다.


태그:#중동산악회, #중동산악 60년 흔적, #7대륙 최고봉 등정, #중동고등학교, #창학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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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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