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 간 부산국제영화제의 산파 역할을 해온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24일 오후 부산 우동 동서대 센텀캠퍼스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이 영화제에 독립성을 보장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없이 조직위원장직을 맡게 된 것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했다.
이 전 집행위원장은 "영화계가 위기에 빠진 영화제를 위해 보이콧까지 했는데 왜 이런 소중한 자산을 이렇게 밖에 활용하지 못하는지 화가 난다"며 "언제부터 영화제가 눈치꾼을 전락했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지난 5월 <오마이뉴스> 인터뷰 당시 모습. ⓒ 유성호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2017년부터 (부산영화제) 명예 집행위원장 추대한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오마이뉴스>에 "그런 제안이 있었던 건 맞지만 지금 상황에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못 박은 뒤 "현재 부산영화제 체제(김동호 이사장)를 인정하지 못하겠다 말했는데 어찌 명예직을 수락하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만큼 부산영화제 사태 해결에 대한 입장 차이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어 이 전 집행위원장은 "영화계 원로들을 만나 대화한 건 사실"이라면서 "정확히 말씀드린 건 명예직을 받을 수 없지만 영화계 전반에서 의견이 정 그렇게 모아진다면 고민은 해보겠다는 거였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월 말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영화계 원로들과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범 영화인 비대위) 관계자를 함께 만났다. 이들은 현재 부산영화제 사태 해결에 공감했으나 해법에 대한 각론에선 여전히 입장 차이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범 영화인 비대위의 이은 대표 역시 9일 <오마이뉴스>에 "원로 영화인들이 중재 노력을 하고 있는 건 맞지만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명예 집행위원장으로 추대된 건 아니"라고 전했다.

당장 갈등 봉합을 위해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다시 어떤 식으로든 부산영화제와 결합하는 게 좋지만 상황과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게 여러 영화인들의 시각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의 영화 <다이빙벨> 상영 중단 압박,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산 삭감 등 관계 당국의 간섭과 외압에 맞서 영화인들이 함께 들고 일어섰고, 그 투쟁 과정에서 김동호 현 부산영화제 이사장과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고기사 : "내 입장은 하나, 서병수 시장의 사과와 정관 개정" 이용관은 아직 싸우고 있다)

표적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의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고발 조치 이후 법원 역시 최근 검찰 기소를 그대로 인용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영화인들의 사기 또한 떨어진 상태다. 그 사이 올해 부산영화제는 감독과 주요 배우 및 제작자들이 보이콧에 동참하며 반쪽짜리로 치러졌다.

한편 오는 15일 서울에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지지하고 응원하기 위한 일일호프 행사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영화인들은 올해 부산영화제 사태를 진단하고 이후 해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서병수 영진위 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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