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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은 지난 2015년 6월 23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특별 기자회견에서 사과하는 모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은 지난 2015년 6월 23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특별 기자회견에서 사과하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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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국민 앞에 선다. 이번엔 제대로 선다. 그 역시 자신이 여기까지 오게 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은 한국 최대 재벌인 삼성을 집어 삼킬 정도로 큰 불이 됐다. 지난번 메르스사태 당시 대국민 사과 성명으로 국민 앞에 섰던 그였지만, 이번엔 전혀 차원이 다른 국회 청문회장에 선다.

물론 이 부회장 뿐만 아니다. 6일 국회에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 등 국내의 내로라는 재벌총수들이 나선다. 이들 총수들이 대거 청문회장으로 불려 나온 이유는 단순하다. 최순실씨 일가의 국정농단의 밑거래에는 항상 '돈'이 따랐고, 그 전주(錢主)는 재벌들이었다. 국회 증인석에 앉은 재벌총수들의 모습은 거대한 '정경유착'의 또 다른 단면이다.

이들 가운데 삼성은 남다르다. 미르 재단 등에 가장 많은 출연금을 낸 것 이외에 최씨 일가에 직접 지원한 돈까지 합하면 수백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이상한(?) 결정을 두고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삼성과 정부, 최씨 일가와의 끈끈한 관계 때문이다. 삼성이 또 하나의 '공범'으로 지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증언이 중요한 이유

그래서 이재용 부회장의 청문회 증언이 중요하다. 국민들 앞에 진정성 있고, 솔직하게 자신의 육성으로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이미 지난달 검찰 조사에서 각종 의혹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그에게 직접 듣고 싶어한다. 정경유착이라는 거대한 고리를 끊을 의지가 있는지, 단 16억 원의 세금만을 내고 300조 원의 거대 그룹을 물려받는 과정이 과연 정당했는지를 말이다. 그가 청문회서 반드시 답해야 할 질문 10가지를 정리해본다.

1) 이 부회장은 최순실씨를 직접 만난 적이 있는지, 최씨라는 인물을 언제, 누구를 통해 알게됐는가.

삼성은 이미 지난 2013년부터 최씨 일가가 현 정부의 비선실세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최씨 쪽과 접촉을 유지해 왔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이건희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현명관 마사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7인 원로 자문그룹에 속해 있었다. 그는 지난 2013년엔 청와대 비서실장에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고, 같은 해 12월 한국마사회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마사회는 삼성과 전경련 출신 인사들로 바뀌었다. 또 현 회장의 아내와 최씨의 조카인 장시호씨와 친분관계가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2) 삼성전자가 지난해 독일의 최씨 회사에 35억 원을 보내는 등 이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지원된 금액만 100억 원에 달한다. 이같은 자금을 지원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는가. 만약 없다면(그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할 것이다) 그런 사실을 언제, 어떻게 보고받았는가.

삼성은 그동안 대한승마협회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지원이라고 항변해왔다. 이어 도쿄 올림픽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과 국가대표 선수 지원 차원에서 지원한 것이라고 해왔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해부터 그룹내 인기 스포츠였던 야구, 축구 종목에 대한 지원을 축소해왔고, 특히 특정 계층을 위한 승마분야에 거액을 선뜻 지원한 것은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최씨일가에 왜 100억이 넘는 돈을 갖다 줬나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12월 21일 오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모습. 왼쪽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12월 21일 오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모습. 왼쪽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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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삼성의 최씨일가에 대한 직접 지원은 단순히 삼성전자 계열사 차원의 지원이 아니라, 그룹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집중적인 지원하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4) 현 정부들어 박근혜 대통령과 따로 직접 만난 적은 몇차례인가. 또 지난 7월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를 했을때,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가. 혹시 박 대통령으로부터 재단 출연 등을 요청받았는가.

5) 대통령과의 독대 이후, 재단 출연 등을 비롯한 그룹 차원의 정부 지원을 지시한 적이 있는가.

6)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시나리오를 언제 처음 보고 받았는가. 지난해 초 이같은 합병 사실이 알려지면서, 합병 비율 등에서 무리한 합병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16억 세금만 내고 300조 그룹 지배... 과연 자격이 있는가

7) 삼성물산 합병 주총에 앞서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따로 만났다. 국민연금 이사장이 아닌 홍 본부장을 만난 이유가 무엇이며,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가.

8) 국민연금은 당시 결정으로 수천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고, 반대로 이 부회장은 그룹 경영권 뿐 아니라 수조 원에 달하는 이득을 얻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같은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9) 결국 많은 전문가들은 삼성물산 합병 논란의 핵심은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까지 동원된 사실이 특검 수사 등으로 밝혀지면 사법적인 책임과는 별도로,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10) 이 부회장은 올해 삼성전자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재용의 삼성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승계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이 부회장이 지난 1996년 아버지로부터 48억 원 종잣돈을 받고 낸 세금은 16억 원이었다. 그 돈으로 그는 당시 법의 허점을 이용해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사들였고, 그룹의 일감몰아주기와 합병 등으로 이리저리 굴러 마침내 300조 원에 달하는 거대그룹을 지배하게 됐다.

자, 이제 이 부회장은 답해야 한다. 그 스스로 글로벌 기업 삼성을 이어받을 자격과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 삼성은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그가 국민 앞에 진솔하게 고백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태그:#이재용 부회장, #박근혜 게이트, #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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