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3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 SBS


심지어 박정희를 죽이면서 시작했다. 박정희를 쏘는 김재규의 리볼버가 클로즈업 됐고, 발사된 총탄은 가슴에 명중됐다. 선혈이 낭자한 화면 뒤로, "그는 이 한 발의 총탄으로 모든 것이 끝나길 바랐을 겁니다"라는 고 김재규의 속내를 설명하는 진행자 김상중의 목소리가 흘렀다. 지난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악의 연대기, 최태민 일가는 무엇을 꿈꿨나?'(아래 '최태민' 편)의 오프닝은 그렇게 고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무척이나 상징적이지 않은가. 마치 지상파는 물론 TV에서는 금기와도 같던 고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 장면을 재연했다는 것 자체가. '최태민' 편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가 '박정희 체제'로부터 출발했다는 명징한 암시이자 그 연결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강렬한 의지와도 같아 보였다.

3일 방송된 '회장님의 시크릿 VIP - 엘시티의 비밀장부는 있는가?'(아래 '엘시티' 편)는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 민심과 거짓말을 일삼는 박 대통령을 강렬하게 대비시켰다. 광화문광장에서 스크린으로 "퇴진 요구에 '엘시티 철저수사' 맞불"이란 보도를 보는 시민들과 박 대통령이 "단 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습니다"던 제3차 대국민담화 발표 화면을 교차시킨 것이다.

광장의 촛불 민심이 '박근혜 퇴진'에서 '박근혜 탄핵', '박근혜 구속'으로 한 주 한 주 수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의 편집도 점점 직접적이고 적나라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제작진은 박 대통령 주변에서 벌어졌던 살인사건과 과거 촛불집회 이력까지 훑기 위해 제보를 받고 있다. 지치지 않고 '박근혜 파헤치기'를 계속 벌여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수위 높아지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박근혜 파헤치기

 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 SBS


확실히, 지금 <그것이 알고 싶다>는 목하 박 대통령과의 전쟁 중이다. '엘시티' 편까지 무려 3주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박 대통령의 과거와 현재를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시청자들은 '국민적인 관심'으로 호응을 보내는 중이다. 지난 19일 방송된 '대통령의 시크릿' 편은 19%(아래 닐슨코리아 기준)라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했고, 지난 26일 방송된 '최태민' 편 역시 13.9%를 나타냈다.

지상파 방송이 '박근혜 게이트' 총정리에 나선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특유의 스토리텔링이 빛을 발했다. 제보가 쏟아지면서, 총정리를 해나가는 와중에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대통령의 시크릿'편은 박 대통령과 차움과의 관계가 지난 2010년 경 새누리당 의원 시절부터 지속돼 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1970년대부터 이어져 온 최태민과 박 대통령의 과거 인연을 파헤쳤던 '최태민'편은 고 육영수 여사가 생전에 최태민을 '최면술사'로서 청와대로 불러들였다는 사실을 과거 보도를 통해 확인했다. 

'엘시티' 편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제보자들이 취재에 응하면서, 희대의 로비스트 이영복 회장 구속 이후 수사 중인 엘시티 사건을 정리하는 동시에 새로운 의혹들이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그것이 알고 싶다>는 결정적 장면을 포착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 회장의 아들이 창조경제 관련 공식석상에서 마주했던 기록이 그것이다.  

이영복 회장 아들까지 챙긴 박 대통령

 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 SBS


"주갤에서 한 '그것이 알고 싶다' 5줄 정리.
엘시티 이영복을 조사해보니까
계모임으로 최순실이 엮어나오고
줄기세포로 김기춘이 엮어 나오고
평창올림픽-VR 사업으로 박근혜가 엮어 나오고
그걸 더 팠더니 검찰까지 엮어 나옴." (@At*********) 

3일 방송을 본 트위터 평이다. 정말 줄줄이 엮여 있다는 평이 딱 들어맞는다. 박 대통령이 취임하던 2013년 로비의 달인이라던 이영복 회장이 가입한 이른바 '청담동 황제계'에 '비선실세' 최순실도 가입했다. 이 황제계를 이끌고 있는 '계주'는 취재를 거부했지만, 여타 증언에 의해 둘의 관계가 의혹으로 번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포스코 건설이 엘시티와 연루된 정황도 정부와 이 회장의 커넥션으로 설명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 회장의 아들이 운영하는 중소기업이 박근혜 정부들어 VR 사업으로 승승장구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 회장의 아들은 회삿돈 705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해운대 엘시티(LCT) 실소유주 이 회장이 도피 중이던 지난 10월 7일,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코리아 VR 페스티벌'에 참여한 박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될 만한 데를 밀어주는 거를 대통령이 자기가 말하는 창조경제의 역할이라고 보는데, 말이 안 되죠."

제작진과 만난 제보자들은 그래픽 회사가 정부의 VR(가상현실) 관련 공모를 따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로비의 달인'인 이 회장의 로비가 최순실을 넘어 현기완 전 정무수석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까지 이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겨눈 칼끝에 걸린 검찰

 3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3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 SBS


"특혜시비 10년 만에야 겨우 수면 위로 드러난 엘시티 건설 비리 사건.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700억원이 넘는 초특급 비자금 게이트가 열린 건 10년 간 회장님이 모셔왔다는 VIP들의 힘 덕분이었을 겁니다. 힘을 가진 자들이 그 힘으로 검은 돈을 업고, 또 그 힘으로 진실을 덮는 것이 가능했던 시대. 그 시대가 이번엔 제대로 마침표를 찍기를 우리는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김상중의 멘트다. 최근 언론과 국민들이 의아했던 점 하나는 박 대통령이 왜 검찰에 엘시티 수사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느냐는 점이다. 이후 야당 압박용이라던 관측은 틀린 것으로 판명되는 분위기다. 부산 지역 여당 의원들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란 분석도 파다했다. 하지만 <그알>은 이 회장의 '비밀장부'를 입수한 청와대측이 검찰 수사를 옥죄기 위한 메시지가 아니었나 하는 의혹을 제기했다. 

"우리가 이영복 회장의 비밀장부의 존재를 그토록 찾았던 건 모두가 부인만 하는 엘시티 건설 비리 사건의 실체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줄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요,  이 비밀 장부가 한 나라의 대통령과 대통령을 수사해야 하는 검찰 조직에 의해 이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또다시 암담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회장의 로비가 부산 지역을 포함한 일선 검사와 윗선에까지 일상화됐고, 그 비밀장부를 입수한 박 대통령 측과 검찰이 힘겨루기를 하지 않았느냐하는 의심. 진행자 김상중은 "헌정 사상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건과 천억 원대 검은 돈을 둘러싸고 불거진 비자금 사건까지, 대한민국의 최대 실세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상 초유의 사건을 책임지고 수사해야 할 검찰 조직조차 불신의 대상이 됐단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라며 방송을 끝맺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박근혜와의 전쟁'이 중요한 이유

MBC는 끝까지 저항(?) 중이다. 8일 두 노조가 모두 총파업을 예고한 KBS는 갈팡질팡 눈치만 보고 있다. 국민연금과 삼성의 커넥션을 사활을 걸고 보도했던 SBS 만이 지상파 중 유일하게 정부 비판 보도에 나서고 있다. 추측컨대, <그것이 알고 싶다>에 쏟아진 국민적 관심도 일조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더 시야를 넓혀 보면, 표현의 자유가 급격히 위축된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땅콩회항' 사건이나 재벌 비리 등 그나마 날선 기획을 해 나갔던 것이 <그것이 알고 싶다> 였다. 하지만 지난 '대통령의 시크릿' 편에서 제작진은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불러 온 공범 중 하나가 언론과 방송임을 직시하며 자성한 바 있다.

그 후로, 비판의 날은 더 거세지고, '대통령의 7시간'을 필두로 '박근혜 파헤치기' 역시 전방위적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5촌 조카 사망 사건과 관련된 제보를 받기 시작하며 또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2011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의 5촌 조카 두 명이 같은 날 숨진 건으로, 경찰은 '금전관계로 인한 살해 뒤 자살'이란 어정쩡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후 박 대통령 측이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지속돼 왔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일련의 '박근혜 파헤치기'는 크게 보면, 지상파와 방송의 시사고발과 탐사보도 기능의 회복이라 불릴 만하다. '대통령의 시크릿'의 기록적인 시청률과 쏟아진 관심, 그리고 <그것이 알고 싶다>의 논조와 수위가 여타 시사교양 PD들에게 어떠한 방향타가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박근혜와의 전쟁'이 또 다시 기다려지는 이유다.

그것이알고싶다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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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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