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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한국사> 국정교과서 표지.
 고교<한국사> 국정교과서 표지.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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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서약서를 쓰고 집에서 집필했다. (밀실 집필할 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지난달 28일 교육부가 공개한 중고교 <역사> 국정교과서 복면집필자는 모두 31명. 이 가운데 현장교원은 7명이었다. 이 현장교원 가운데 한 명인 A씨가 입을 열었다. 교육부가 집필진 모두에게 보안서약서를 받아둔 상태지만 전화 인터뷰에 응한 것이다.

2일, A씨는 기자에게 "현대사 부분 필자는 (지난 28일 교육부 발표) 얼마 전인 한 달 전 그만두기도 했다"면서 "교과서 본문 집필은 철저하게 교수와 전문 학자들이 쓰는 게 원칙이었다"고 새로운 사실을 털어놨다.

교육부는 그 동안 5명이 중도에 집필을 그만뒀다고 했지만, 시점은 밝히지 않았었다. 역사학계에서는 당연히 현장교원이 본문집필에 참여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다.

다음은 A씨와 40분가량 나눈 일문일답.

"마음이 착잡, 내가 단순하게 생각"

- 요새 마음이 어떤가?
"마음이 착잡하다. 저는 당시 이런 시국 상황(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생각하지 못했다."

- 어떤 마음으로 집필자에 응모했나?
"단지 한쪽으로 치우쳐진 그런 교과서가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와 같은 교과서가 나오면 안 되겠다 이런 마음이었다. 친일·독재 미화를 위한 인사들이 들어오는 걸 막아보겠다 그런 생각도 했다. 내가 소박하고 단순한 생각을 했다."

- 교육부 주장대로 이른바 '좌파 교과서'를 막는 게 목표가 아니라 교학사 교과서식 서술을 막는 게 목표였다고?
"무조건 거부한다는 게 능사가 아니고 차라리 뛰어들어가 그렇게 기술되지 않도록 막는 것도 필요하다고 봤다."

- 그래서 막은 것 같나?
"제가 현장교원이다 보니 집필하신 교수와 학자들이 얘기를 잘 들어줬다."

- 본인도 집필자 아닌가?
"중고교 교원들의 역할이라는 게 제한될 수밖에 없더라. 본문 집필은 교수님들과 학자들이 했다. 저는 집필한 내용을 읽고 검토하고 어려운 학술 용어를 현장 용어로 고치는 등 현장 적합성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2명의 <역사> 검정교과서 집필 경험이 있는 교원에게 확인한 결과, 이 둘은 모두 "현장교원들도 본문 집필을 교수들과 동등하게 해 왔다. 교원들이 이렇게 참여해야 현장 적합성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국정교과서 본문 집필에서 교원이 배제됐다는 것은 무척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주말마다 기차역 회의실에 모여 협의"

- 그렇다면 본문 초안은 모두 교수와 학자가 썼다는 말인가?
"본문 집필은 철저하게 교수와 전문 학자들이 쓰는 게 원칙이었던 것 같다. 저희가 한 것은 이 분들이 쓴 용어가 현장에 적합한가를 검토하는 것이었다."

- 집필하다 그만둔 사람이 5명이라고...
"이 분들 그만둔 시차가 다 다른 걸로 알고 있다. 듣자하니 현대사 집필자는 발표 한 달 전에 그만뒀다고 하더라."

- 집필을 다 하고 왜 뒤늦게 그만뒀다고 하든가?
"글쎄, 그것은 모르겠다."

- 국사편찬위와 교육부 요원들이 '비선집필'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어쨌든 아이들이 공부할 교재이니까 쉽게 수업하도록 한 것으로 본다."

- 교육부가 개입하면서 초고본이 많이 바뀌지 않았나?
"초고본 분량을 줄이고 개고본으로 넘어갈 때 양을 축소하는 서술이 있었다. 내가 속한 시대사에서는 특별히 방향을 바꾸거나 하지는 않았다."

- 집필은 어떤 방식으로 했나?
"주로 재택 작업으로 이뤄졌다. 쓴 원고는 개인메일로 보냈다. 교육청이나 교육부의 공용메일을 쓰지 않았다. 주말마다 기차역 회의실에 모여 협의를 했다."

- 들키지 않고 밀실집필을 잘 했는데...
"시대사별로 모였기 때문에 다른 시대 집필자를 알지 못했다. 보안서약서도 썼다."

"김형도 교사 집필 보도 뒤인 12월에 보안서약서 썼다"

- 보안서약서는 언제 썼나?
"작년 12월에...(대경상업고) 김형도 교사의 집필 사실 보도 다음에 썼다."

- 집필 원고료는 얼마를 받았나?
"교수는 얼마 받았는지 모른다. 제가 계약한 것은 2000만 원이다. 계약단계에서 1/3받고 나머지는 아직 못 받았다. 중고교 교과서, 중학교 교사용지도서까지 다 포함해서 통으로 계약한 금액이 그거다."

- 복면집필에 대해 어떻게 보나?
"제가 거기에 대해서 코멘트 할 적절한 입장은 못 된다. 어쨌든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지금 이름이 공개된 뒤 심경은?
"학생들의 눈빛이... 그렇게 생각(반발)하리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태그:#국정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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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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