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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라씨 덕분에 청소년들이 '빡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입시를 위해 했던 노력이 도로아미타불이 된 것에 대한 분노와 허탈감이 분출된 결과 같다.
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그리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같은 고민에 속해 있는, 청소년인 필자가 직접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동네 1318>입니다.

최근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박근혜 하야(퇴진) 촉구 집회 등은 청소년과 맞닿은 점이 꽤나 많습니다. 최순실 게이트의 중심 인물 중 한 명, 정유라씨의 입학 부정은 입시를 위해 12년을 준비했던 많은 청소년들에게 상실감을 주었고, 수능을 전후해 점점 커지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는 청소년들을 공부에서 벗어나게끔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좌담회를 열어 집회, 그리고 시국선언에 참가한 청소년의 의견을 가감없이 들으려 합니다. 두 번째 편에는 수능 이전부터 시국선언을 통해 현재의 국정 농단에 대해 이야기했던 '고등학교 3학년 연합'의 인터뷰를 싣습니다. - 기자 말

고등학교 3학년 연합의 시국선언 선서가 이루어지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연합의 시국선언 선서가 이루어지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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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다 인원이 참가했던 제2차 범국민행동 다음날인 13일 오후 3시, 백만이 모였던 범국민행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정돈된 광화문광장 풍경이 눈에 띄었다. 그보다도 더 눈에 띈 것은 교복을 입고 비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던 청소년들이었다. 자세히 보니 자신들이 '펜을 놓았다'고 선언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었다.

'왜 펜을 놓았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기도 전에 부곡중앙고등학교 3학년 양명렬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11월 2일 시국에 분노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시위를 조직했다고 한다. 수능이 겨우 나흘 남은 시점에, 42개 학교 59명의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이 정부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외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었다.

참가자 중 두 명이 선서를 했고 시국선언문을 낭독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학교에서 자유민주주의라고 배웠던 대한민국이 알고보니 청동기의 제정일치국가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학문과 현실의 괴리감을 느끼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학교에서 자신들이 배워온 것을 토대로 판단할 때, 박근혜 정부는 비상식적이고 민주주의 이념과 부합하지 않는 행동을 벌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렇게 진행된 고등학교 3학년 연합의 시국선언과 자유발언은 전날 범국민행동과 비교했을 때 하나도 '꿇리지' 않았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자유발언을 하면서, 수능을 앞두고도 시국을 개탄하여 나온 고3들에게 호응하고 응원하는 현장이 되었다.

11월의 마지막 날, '고등학교 3학년 연합'의 소속 고3들을 만나보았다. 이들이 현재 시국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이들이 바라본 '잠시 후에 만날' 사회 그 자체는 어떨까.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연합'의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될까. '고등학교 3학년 연합'의 고3 회원 세 명을 만나보았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인터뷰에 참여한 고등학교 3학년 연합의 '수능 끝난 고3' 세 명. 왼쪽부터 안병현 씨, 양명렬 씨, 박신범 씨.
 인터뷰에 참여한 고등학교 3학년 연합의 '수능 끝난 고3' 세 명. 왼쪽부터 안병현 씨, 양명렬 씨, 박신범 씨.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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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담화 뒤 대학교 불합격 통보, '멘탈 어택' 당해 

- 다들 어제(29일) 있었던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보셨나. 다들 힘이 쭉 빠진다고 하던데.

양명렬: 담화를 보기 전에 대학교 합격자 발표를 보았다. 불합격이라 '멘탈 어택'을 당한 상태에서 대국민 담화를 보았다. 두 방을 연달아 먹었다. 대국민 담화 직전에 언론의 패널들이 '개헌' 이야기를 많이 꺼내더라. '왜 개헌을 이야기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그 퍼즐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집권층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개헌 카드'를 던졌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신범: 수능 끝나고 이제 좀 집회 나가서 열의를 갖고 참여해보려던 결심이 맥이 풀리듯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마음을 다시 잡는 기회가 되었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들이 질지언정 지치지는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사람들이 굳건하게 마음을 모아서 대통령의 꼼수에 넘어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능이 끝나고 3주째 집회에 참여하는 중이었는데, 이번 주에 퇴진의 윤곽이 보인다는 기대가 보였다. 그래서 담화 직전에 썼던 시국선언문은 계몽에 가까운 의미였다. '젊은 세대가 각성해서 우리의 뜻을 적극적으로 말해야만 한다' 이런 주제였는데, 담화를 보고 지쳤다. 윤곽이 바로 다시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허탈감, 허망감도 느끼면서 선언문을 모두 지웠다.

안병헌: 동영상은 도무지 보지 못했다. 사과 전문도 열 받아서 못봤다. 이건 사과도 아니다. 미안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사과를 하는가. 책임이 남에게 있다고 떠미는 것이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할 소리인가. 기껏 대통령이라고 뽑아놨더니 인간 이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이 양심이 있어야 촛불의 의미를 알아듣던지 할 텐데 못 알아듣는 것을 보니 대국민 콘서트로 여기나 보다. 일개 학생도 이렇게 느끼는데, 시민들은 얼마나 느끼겠는가.

- 이제 자기소개 한 마디씩 부탁드린다. 연합에 대한 소개도 간단히 해주시면 좋겠다.

양명렬: 부곡중앙고 3학년에 재학중이다. '고등학교 3학년 연합'을 만들었다. 고등학교 3학년 연합(이하 고3연합)은 중립적인 입장을 갖고 나아가려는 단체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 현 시국에 대해 어떤 목소리를 내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회에 나아가려는 첫 발을 내딛는 시기이기 때문에 상황에 대해 직설적인 걱정과 불만을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안병현: 군포E-비지니스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안병현이다. 특성화고등학교에 재학 중이고, 지금은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 친구가 '이런 단체가 있다'라는 권유를 해서 '고3연합'에 들어오게 되었다.

박신범: 부곡중앙고등학교 3학년 박신범이다. 평범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정치에 너무 무관심했던 나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고, 목소리를 내고 싶어했다. 그런데 명렬이가 이런 단체를 만든다, 라고 했다. 문제는 나는 정시에 올인해서 당장은 못 들어왔고 수능이 끝난 직후 들어오게 되었다.

11월 13일 있었던 고등학교 3학년 연합의 시국선언 현장.
 11월 13일 있었던 고등학교 3학년 연합의 시국선언 현장.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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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20~30명으로 시작, 정유라 사건 터지며 불어나

- 수능 나흘 전에 시국선언이 진행되었다. 멀리 전라남도, 강원도 등 전국 각지에서 온 고3이 50~60명 정도가 시국선언을 위해 방문했는데, 이 고등학교 3학년들이 수능 직전에 시국선언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양명렬: 모일 수 있는 사람들을 찾기가 어려웠다. 11월 2일에 송근안씨와 내가 통화를 하면서 만든 단체가 고3연합인데, 처음 시작했을 때는 스무 명 내지는 서른 명 정도밖에 오지 않아서 진행이 어려웠는데, 그 2주 사이에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정유라씨의 입시특혜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에 이르기까지 학교 생활과 내신 관리를 '날로 먹었다'는 것이 밝혀지지 않았나.

그래서인지 처음에 '생각해보겠다', '괜찮은데 수능이 있다'라고 이야기하던 친구들이 와줬다. 정유라씨 덕분에 청소년들이 '빡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입시를 위해 했던 노력이 도로아미타불이 된 것에 대한 분노와 허탈감이 분출된 결과 같다.

박신범: 우리가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노력'하는 이유는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인데, 정유라씨가 지금껏 평등하다고 믿었던 입시제도에 대한 희망의 끈을 잘라버리며 기만까지 한 것에 분노한 것 같다. 고3이라 더 화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제 곧 사회에 발을 디딜 사람들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현실, 기득권층의 엄청난 부정에 대해 열받은 것 같다.

안병현: 원래부터 나라에 불만이 많았다. 어린 시절에 부모님은 우리나라에 대해 좋게 말씀하셨지만 방송에는 나쁜 모습만이 보도되고 있고, 직접 본 현실은 부모님이 보여주신 것에 비해 매우 비극적이었다. 부모님의 말씀이 왜곡된 사실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내 나이가 열아홉이다. 한 달 뒤면 사회 초년생이 된다. 성인이 되면 나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책임을 지는 필드가 내가 사는 도시, 나라이다.

그런데 그 '필드'가 개판이다. 그 상황에서 도대체 어떤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르겠고, 부조리한 현실도 목격한다. 아무리 악착같이 기어도 정유라씨 같은 '나쁜 사람'들은 태초부터 프린세스 메이커를 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 어째서 '공주'가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일찍 알아서 다행인 것 같다. 다 살고, 은퇴할 즈음에 알았으면 그 자리에서 혀를 씹었을 것 같다.

한 청소년이 시국선언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 청소년이 시국선언에서 발언하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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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던 선생님, "주목받는 자유발언은 조심해라"

- 만든다고 했을 때, 참여한다고 했을 때, 참여한 모습을 봤을 때, 주변인이나 가족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수능 전에는 고3이니까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을 것만 같고, 지금은 반응이 어떨 지 모르겠다.

안병현: 수능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님께 당당히 말씀드렸다. 숨기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그랬다. 부모님이 반대가 꽤 있으셨는데, 걱정이 되셨을 것 같았다. 그래도 이제 앞으로 우리가 이 세상을 가꾸어 나갈 텐데, 이런 나라를 어떻게 가꾸나 하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학교에 원래는 이야기를 안 했는데, 선생님이 어쩌다 알게 되셔서 학생부에 불려갔다.

학교의 대표성을 띠는 것이 있냐는 질문을 했고, 대표성은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도 걱정하는 마음에 불러서 이야기를 했는데, 걱정하지 말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셨다. 구직활동 중이기 때문에 이런 조언도 해 주셨는데,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보수적이기 때문에 집회에 나가는 것은 좋지만, 주목받는 자유발언 같은 행동을 조금 조심해달라는 말씀을 해 주셨다. 하지만 자유발언이 집회의 끝이고, 내 소신을 말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했다.

박신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6월 항쟁 등에 참여하셨기 때문에 많이 그런 일들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평소에 그런 관심을 잘 갖지 않았는데, 이번에 일이 터지고 반성을 하게 되면서 책임의식을 갖게 되었다. 온가족이 민중총궐기에 한 달째 방문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의 반응은 '적극 권장'이었다. 열심히만 한다면 나쁘지 않다, 지금 시국에 목소리 낼 만하다와 같은 반응이셨다.

양명렬: 수능 전날 기숙사를 나와 집으로 갔는데, 부모님 말씀이 "명렬아, 내일은 펜 잡을 거지?"였다. 부모님이 생각보다 집회 나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지는 않으시는 모양이시다. '한 번 하고 싶으면 해봐라' 이런 마음이신 것 같다. 친구들과 선생님은 '응원한다'는 반응이 제일 많았다. 몇 분께서는 직접 응원을 해 주시기도 하고, 친구들은 동참하기도 하고 후원해주기도 했다.

오늘 정말 감동이었던 것이 친구가 그 날 알바가 있어서 직접 가지 못한다고 하는데, 미안하다며 집회 계좌로 10만 원을 보태 주었다. 정말 고마웠다. 친구들은 수능이 끝나서 그런지 동참하겠다, 안되더라도 응원한다는 반응이 많다. 어른들께서는 '미안하다'라고 하신다.

고등학교 3학년 연합의 시국선언에 참여한 한 시민이 자유발언 중 청소년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는 의미로 큰절을 하고 있다.
▲ 고3들에게 큰절하는 시민 고등학교 3학년 연합의 시국선언에 참여한 한 시민이 자유발언 중 청소년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는 의미로 큰절을 하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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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미안하다는 말 안 했으면...그 분들도 속았으니까

- 그런 의미에서 명렬씨 답변을 받아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다. '청소년이 기특하다', '여기에 우리 대신 서서 미안하다'와 같은 어른들의 반응이 집회 나가면 거의 100%에 가깝게 들려온다. 그런데 이런 말을 꺼내는 것에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우리가 정치적 의견을 말하는 것이 왜 미안한가'라는 이유인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양명렬: 미안하다는 말을 아예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분들은 나름대로 최선의 생각을 통해 사회를 이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집회에 나오신 분들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투표를 하고, 사회참여를 했지, '중고딩들 한 번 X 되어봐라'라는 마음가짐으로 사회 참여를 하시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이 분들이 집회에 나오시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충분한 사과이자 책임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 행동에서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이미 우러나왔기 때문이다. 집회에 참여하시는 것이 이미 책임있는 행동 그 자체이다. 우리에게 더 이상 미안하다고 이야기하지 않으셔도 된다. 그 분들도 속았으니까. 정말 사과해야 될 대상은 기득권층이다.

안병현: 우리가 박근혜 대통령을 투표로 뽑은 입장이라면 미안한 생각이 많았을 것이다.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 나쁜 방향임을 알면서도 선거했겠는가.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넘어 나라를 말아먹고 있는데다, 국민을 우롱하는 것을 보면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들고 괴로울 것 같다.

그런 어른들 입장이 어떤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명렬이가 이야기했듯 집회에 나와 직접 행동하는 것이 이미 '온몸으로 하는 사과', 그리고 진정성 있는 책임을 지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이번 집회를 통해 잘 보여지고 있는 만큼, 사과를 굳이 안 하셔도 좋다. 그렇게 사과를 계속 하시면 우리가 듣기에도 죄송하다. 단순히 미안해 하지 말라고 해도 되는데, 굳이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확대해석이 아닌가 생각된다. 단순히 '괜찮아요'라고만 해도 된다.

박신범: 어른들이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에는 '부모님이 자식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의중이 있으신 것 같다. 충분히 공감한다. 그런데 그 분들은 6월 항쟁을 통해 우리의 민주화를 이끄신 분이다. 그 분이 그 때는 우리 나이대셨다. 지금 부모님 세대가 그러셨듯 미안해하실 필요 없다. 우리 손으로 할 수 있으니까 미안하다는 말 대신 도와주겠다는 말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

미안하다는 말에 화가 날 수도 있다. 청소년들도 어른들이 하는 미안하다는 말이 우리에 대한 모성애와 부성애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부모님 세대도 우리를 믿고 도와주시고, 우리 세대도 충분히 믿고 헤아려서 서로 하나되어 연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공감과 소통이다.

한 청소년이 '고등학교 3학년 연합'의 11월 집회에 참석해 자유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한 청소년이 '고등학교 3학년 연합'의 11월 집회에 참석해 자유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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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정치활동 징계하는 학교, 학교의 정체성 부정하는 것

- 학생들이 정치활동을 꺼려하는 이유가 학교로부터 있을 징계나 보복성 불이익 때문이다. 한 술 더 떠서 광역자치단체의 교육청이 참여학생을 징계하거나 색출하라는 말을 해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이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그리고 실제로 징계를 내린 '나쁜' 학교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이제 졸업하시는 입장이니까 '막' 얘기해도 될 텐데.

양명렬: 학교의 정의가 사회에 대한 예비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기초학문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기도 하지만, 공동체 생활을 하고,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대해 배우는 곳이 학교이다. 그것이 단순히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회 활동, 학급회의, 전교회의 등을 통해 그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사회를 미리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떤 학교든간에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는 공동체라는 기본적인 의미가 기초학문을 배우는 곳만으로 전락했다고 생각한다. 학생이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자신이 배운 것을 기반으로 실천적 지식을 실현하는 것인데, 이것을 징계하는 것은 학교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박신범: 해봐야 '정권의 따까리' 같다. 어디 당에서 돈받고 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대자보쓰고, 교내에서 시국선언하는 것 가지고 무슨 학교 평판이 떨어지고 학교의 안위를 위협한다고 이야기하나. 오히려 막는 것이 망신당할 만한 일이고, 평판이 떨어질 만한 일이다. 실제로 이를 막았던 고양시의 어떤 학교는 국가적인 망신을 당하지 않았는가.

사실 입시위주의 교육 때문에 국가나 사회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가르쳐주지 않은 것에 대해 실천한 것에 대해 상도 주고, 칭찬을 아낌없이 해도 모자랄 판에 탄압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어른들의 생각 때문에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오히려 이런 사회 참여에 대한 교육이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올라간다.

안병현: 우선 민주주의 국가는 무엇인가. 자신의 표현의 자유가 지켜지는 것이 민주주의국가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억압하는 것부터 매우 잘못된 행동이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교육계의 수뇌부 사람들이 그저 정치 수뇌세력 아래의 '개돼지'처럼 조종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민주시민으로서 각 시민 하나하나의 인격체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또한 그런 수뇌부에 순응하는 '개돼지'가 될 수는 없다.

11월 13일 시국선언 현장에는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다.
 11월 13일 시국선언 현장에는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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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이 조기대선이 되면 우리는 투표를 못한다

- 12월 3일에 서울상공회의소 앞에서 고3연합이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집회를 열고 시국선언을 한다. 어떤 준비들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집회로 꾸며나가고 싶은지 궁금하다.

공통답변: "원래는 우리가 시국선언을 청소년 계몽을 주제로 하려 했었다. 박근혜 하야도 외치고, 젊은 층이 계몽할 수 있도록 하게끔 하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29일 대국민담화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영혼 없는 사과에, 누군가를 걸고 넘어지질 않나, 국민의 희망사항인 즉각 퇴진도 거부하지 않았는가. 원래의 방향 대신, 여기에 초점을 맞춰 시국선언을 하려고 한다.

즉각적인 퇴진과 진정성있는 사과를 요구하고, 제대로 하야하여 제대로 된 처벌을 받게끔 하려는 방향으로 가려고 했다. 또 국회는 빠른 합의로 탄핵해야 하고, 특검을 진행하여 아직 드러나지 않은 범죄 사실을 조사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검찰도 계속된 수사를 통해 세월호 진상규명을 하고, 박근혜 일당에 대한 정당한 처벌을 해야 할 것임을 말할 것이다.

우리가 한 달간 박근혜 퇴진을 외쳤지만, 박근혜 퇴진은 물론 젊은 층이 계몽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집회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3차 대국민담화에서 퇴진하는 방향을 자신에게 유리한, 시간을 끄는 꼼수를 쓰는 저열한 방향으로 바꾼 것이었다. 때문에 포커스를 다시 퇴진으로 바꾸었다. 짐승도 미안한 감정을 느낀다. 찌질한 대통령 덕분에 우리가 원래 하려던 이야기는 못 하게 되었다.

- 좀 편한 질문 하나 해보자. 고3들이니만큼 이번 대선이 처음 참여하는 선거일 텐데, 19대 대선이 어떤 선거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는가.

양명렬: 19대 대선이 조기대선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투표를 못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선거에 대해서는 충분한 토론과 공론의 장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대선에서는 토론도 많고, 공론의 장이 컸지 않는가. 하지만 조기대선은 60일 내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공론의 장이 크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공론의 장이 여느 대선만큼 크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병현: 앞으로 태어날 우리의 후손들이 내가 뽑은 대통령을 배울 때, 자랑스러운 대통령으로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소한 지금처럼 부끄러운 대통령으로 배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끄럽지 않은, 지금처럼 무생물같은 존재가 아닌, 사람다운 대통령을 다음 대선을 통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신범: 87년 대통령 직선제 때의 참사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야당에서 탄핵 이후의 대책을 잘 세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젊은 세대들의 투표율이 50~60대보다 높은 선거가 되었으면 좋겠다. 술자리에서, SNS에서 썰 풀듯 술안주 삼아 하는 정치 이야기 말고 투표를 통해 제대로 된 정치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투표를 하지 않고 술안주로 삼아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생각한다.

11월 13일 고등학교 3학년 연합 시국선언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1월 13일 고등학교 3학년 연합 시국선언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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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라도 투자해서 집회에 나와 역사를 같이 쓰면 좋겠다"

- 집회 준비를 하면서 가장 부족한 것, 필요한 것은?

공통답변: "사실 후원도 후원이지만 가장 큰 것은 참여이다. 이 집회에 관심을 갖고 방문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 나아가 정치에 관심을 가진 중고등학생들, 하다못해 정치에 그간 아무 관심도 없고 이 사태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는 이가 집회에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민주주의는 정치에 대해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수능 끝나고 이제 해방이다! 놀고 싶다! 이런 마음이 모든 고3의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마음을 억누르면서도 정치 사항에 관심을 갖고 참여했다. 혹여 우리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우리 다음 세대는 펜을 잡을 수조차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세상이 거저 생겨서 우리가 누리는 것이 아니듯, 우리가 세상을 가꿔나갈 필요가 있다. 친구 손 붙잡고 토요일마다 PC방과 영화관을 가는 것도 좋지만, 단 하루라도 투자해서 집회현장에 나와 역사를 새로 같이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중에 떳떳한 어른으로 이 집회를 회상하고 싶다.

우리가 단체라는 성격보다는 모임이라는 성격이 크다. 관심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되돌아 갈 수도 있다. 누가 어떤 목소리를 내도 좋다. 그러니 부담없이 와 주셨으면 좋겠다.

금전적인 문제는 사실 내부후원으로만 해결해왔지만 이제는 외부후원도 받고 있다. 학생들이기 때문에 내부후원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민분들도 우리에게 응원해주시는 마음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우리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후원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

후원해주신 모금은 투명하게 사용할 것이고, 우리가 더 이상 집회를 열 일이 없어진다면 이 후원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할 생각이다. 후원금을 다 쓰기 전에 모든 일이 다 끝나 기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연합의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공통답변: "2차 시국선언이 끝난 다음 회의를 할 것이다. 그 회의를 통한 결정으로 행보를 정할 것이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이 이번 사태가 끝나지 않는 이상 우리는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후계문제나 정치단체 등록과 같은 문제는 아직 별 다른 논의가 없다."

양명렬: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이 모임이 계속되어 정식 단체로 등록하여 또 다른 고3들이 모여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모임같은 단체로 말이다."

- 앞으로의 개인적인 계획이 궁금하다. 개인적인 계획은 진로, 진학, 그리고 개인적인 목표 같은 것이 좋을 것 같다. 

박신범: 약학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시결과에 맞춰서 약학대가 있는 대학교로 들어가려고 한다. 공부에 매진할 생각이다. 아직 진로에 대한 확신은 없다. 진학에 대한 공부뿐만 아니라, 대학을 다니며 더 많은 세상을 배우고 싶다. 그 첫발이 고3연합이 된 것 같다.

양명렬: 대학교에 입학하면 수학과로 가고 싶다. 수학을 배우면서 철학도 배우고 싶다. 두 학문에 대해 박사학위까지 따면서 공부하고 싶다. 나는 철학과 수학이 깊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관계를 통한 융합을 통해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사회에 올바른 소리를 하는 지식인이 되고 싶다.

만약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다면, 스무 살 때부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유명한 분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각을 가진 분들을 만나서 이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 싶다. 이 정당을 통해서 새로운 정치 프레임을 내세우고, 새로운 국가관을 만들어내고 싶다.

안병현: 우선 활동적인 성향을 갖고 싶다. 공기업이나 제2금융권에서의 활동도 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재무설계를 해 주는 사람이다. 많은 학문을 갈고닦아서 금융권을 좌지우지하는 재무설계가가 되고 싶다.

'청소년들이 나라의 미래다. 너희들이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 그러니 미래를 위하여 지금 공부하라'라는 말에 따라 묵묵히 공부해왔던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 수학여행을 간 선배님들이 어이없는 사고로 목숨을 잃을 때도, 국정교과서 논란이 있었을 때에도 수능을 위해 '묵묵히 공부만 해야 했던' 이들.


하지만 이들이 2016년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달라졌다. 폭발한 셈이다. 정말 '펜'을 놓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처럼 아무리 놀아도 놀아도 시간이 부족한 '수능 끝난 고3'들이 그 시간을 집회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결정적으로 이 나라를, 이 부조리를 자신의 손으로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들 놀 때' 시국에 대해 이야기했던, 하나의 뜻을 모았던 보람이 생길 수 있게 말이다. 12월 3일 집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페이스북] 고등학교3학년연합

덧붙이는 글 | 옆동네 1318은 우리 사회의 '멋진 청소년'이라면 누구라도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제보는 trainholic@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에 참여하실 분의 '자천'도 환영합니다.



태그:#청소년, #시국선언, #고3, #고등학생, #고3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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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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