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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촛불집회에 참석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26일 오후 촛불집회에 참석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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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참여는 헌법이 보장한 시민의 권리다. 시민 가운데엔 학생 시민도 있고, 교사 시민도 있고, 교육감 시민도 있다. 저는 교육감 시민일 뿐이다."

'박근혜 퇴진 요구 5차 국민대행진'이 열린 26일 오후 8시쯤,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 학생과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시민들 틈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그간 조 교육감의 집회 참석 소식을 보도자료 등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자칫하다간 일부 보수언론으로부터 '학생 선동행위'나 '정치중립성 위반'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조 교육감이 촛불집회에 참여한 것은 벌써 3번째"라고 전했다.

두꺼운 목도리를 한 조 교육감은 한 손에 촛불을 들고 있었다. 조 교육감 주변에 서울시교육청 직원들 10여 명도 함께 자리했다. 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의 건강을 돌보기 위한 '학생 응급처치 지원봉사단'이다.

조 교육감은 이날 기자와 만나 "서울시교육청이 앞장선 국정교과서 탄핵 활동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아주 잘했다'고 말씀하시니 기분이 좋다"면서 "학생들도 많이 참여하는 이번 국민대행진이 우리 모두 행복하고 인간적인 교육을 꿈꾸는 그런 시민의 광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여러 명의 학부모들이 조 교육감을 알아보고 손뼉을 쳤다. 다음은 촛불 현장에서 조 교육감과 30분가량 나눈 일문일답.

"교복입은 시민이 학생, 나도 교육감 시민일 뿐"

- 오늘 촛불집회에 나온 소감과 바람은?
"학생들이 참 많이 나왔다. 오늘 이 자리가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는 마당이 되었으면 좋겠다. 새로운 국가, 새로운 사회, 그 속에서 우리 모두 행복하고 인간적인 교육을 꿈꾸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 시민들이 조 교육감을 많이 알아보던데.
"학생들을 참 많이 만났다. 학부모들도 만나고. 서울시교육청이 앞장선 국정교과서 탄핵 활동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아주 잘했다'고 하더라. 교육부도 어쩔 수 없이 절반  가량은 철회 쪽으로 기운 것 같다. 시민들이 우리 교육청의 국정교과서 철회 활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시니 기분이 좋다."

- 집회 참가하기 전 '학생에게 사과하는 글'을 SNS에 올린 까닭은?
"우선 기온도 뚝 떨어지고 진눈개비가 내리는데 학생들이 거리에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만든 기성세대로서 사과한 것이다. 교과서에서 배워온 것들과 현실은 너무도 다르다. 지금의 어지러운 사회를 마주하도록 한 것에 대해, 우리 시대의 기성세대로서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더구나 최순실-정유라씨의 '교육농단'이 불거졌다. 이에 사과한 것이다."

- 청담고 관련 교육농단에 대해서는 학생들도 많이 허탈해하고 있다.
"교육농단이 학생들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준 이유는 학교가 교육의 공정성을 지켜내지 못하고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저에게도 교육감으로서 책임이 있다. 이런 점에서 저는 우리 학생들에게 교육 현장을 지켜내지 못한 잘못을 뉘우치며 고개 숙여 사과드린 것이다. 교육농단 세력의 부당한 횡포에 무너진 이들은 실제 자신들의 잘못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 교육감으로서 정치중립성 위반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데 오늘 행사에 참여한 이유는?
"우선 교육감으로서 학생응급처지 지원봉사단에 참여한 직원들이 잘 활동하고 있는지 보기 위해서 왔다."

이때 시민들이 "박근혜는 하야하라"라는 가사가 담긴 '하야송'을 불렀다. '박근혜는/하라하라'는 4박자 구호도 함께 외쳤다.

- '박근혜 퇴진'에 동의해서 나온 것 아닌가?
"우리야 뭐... 이재정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이 엊그제 총회에서 인사하면서 '강력 하야'를 주장했다. 저도 다르지 않다."

- 학생과 교사, 교육감이 촛불집회 참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나?
"학생, 교사, 교육감은 시민이다. 학생 시민도 있고 교사 시민도 있고 교육감 시민도 있는 것이다. 촛불집회는 시민의 권리다. 따라서 학생과 교사, 교육감도 시민이 가진 동일한 권리와 권한이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 근무시간도 아니니 시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당연히 그렇다. 교복 입은 시민이 바로 학생이다. 저는 교육감 시민일 뿐이다. 저와 학생들의 촛불은 똑같은 것이다. 여기 나온 100만 명 이상이 든 촛불도 그 성격은 똑같다. 헌법이 시민에게 부여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26일 촛불집회 현장에서 조 교육감이 성아무개씨 가족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6일 촛불집회 현장에서 조 교육감이 성아무개씨 가족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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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재정, 광주 장휘국 교육감도 촛불시위 단골 참여

인터뷰하는 동안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성아무개씨(33) 일행이 조 교육감과 사진을 찍었다. '오늘 집회에 처음 나왔다'는 성씨는 "교육감도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이곳에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정치중립성 위반이냐, 아니냐의 잣대를 대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밤늦게까지 서울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촛불집회 참여만 5번째'라는 게 한 측근의 설명이다. 이 교육감은 이날 세종로사거리를 거쳐 종로 일대로 걸어가며 "국정교과서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도 광주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태그:#조희연, #국정교과서, #탄핵, #촛불집회, #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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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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