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프레스센터 앞에서 세 언론인의 취재 후기를 듣는 '박근혜 퇴진 언론·시민한마당'이 열렸다.

오후 4시 프레스센터 앞에서 세 언론인의 취재 후기를 듣는 '박근혜 퇴진 언론·시민한마당'이 열렸다. ⓒ 유지영


결국 언론이 남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일단을 밝혀냈고 지금도 밝히고 있는 건 결국 언론의 몫이었다. 여러 언론이 경쟁하고 또는 협력해 '비선실세'의 전말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26일 제5차 범국민행동이 진행 중인 광화문 일대에서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노력했고 성취를 거두었던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26일 오후 4시부터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처장의 진행 아래 '박근혜퇴진 언론·시민한마당-취재수첩을 공개합니다' 행사가 열렸다. 이날 프레스센터 앞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사진거부 취재'와 '박근혜 패션외교 취재'를 진행했던 김주성 한국일보 사진기자와 최순실 보도의 첫 스타트를 끊은 김의겸 한겨레 선임기자, 그리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조작 의혹' 등을 보도한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가 나와 시민들에게 취재 후기를 공개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이날 대담에 앞서 "언론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가장 큰 역할을 했고 또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 언론이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면 이런 '난장'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싶다"고 언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역설했다.

[김주성 한국일보 사진기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기자라면 당연히 분노할 일"

 김주성 한국일보 사진기자가 26일 열린 '박근혜퇴진 언론·시민한마당'에서 발언 중이다.

김주성 한국일보 사진기자가 26일 열린 '박근혜퇴진 언론·시민한마당'에서 발언 중이다. ⓒ 유지영


사진기자들의 취재 거부. 지난 23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은 한 장의 사진으로 대중들에게 더 널리 알려졌다. 카메라를 들어야 할 사진기자들이 카메라를 내려놓고 팔짱을 낀 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현장 비공개에 반발하는 모습을 담은 한 장의 사진. 김주성 한국일보 사진기자는 기자들이 취재를 거부한 배경을 설명했다. 김 기자는 "(한일군사정보협정) 사진기자들이 중요한 협정이니 취재를 하게 현장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했고 국방부에서 거절했다"며 "이에 기자들이 항의를 하니 국방부에서 '제공사진도 주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로비에서 사진기자들이 국방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조인식 비공개방침에 항의, 카메라를 내려놓고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

항의하는 사진기자들 사이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가 조인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국방부는 협정조인식 사진을 제공키로 했으나 사진기자들의 공개요구에 반발, 나승룡 대변인실 공보과장은 '사진 제공도 하지마'라는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기자들의 공분을 샀다.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로비에서 사진기자들이 국방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조인식 비공개방침에 항의, 카메라를 내려놓고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 항의하는 사진기자들 사이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가 조인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국방부는 협정조인식 사진을 제공키로 했으나 사진기자들의 공개요구에 반발, 나승룡 대변인실 공보과장은 '사진 제공도 하지마'라는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기자들의 공분을 샀다. ⓒ 연합뉴스


이어 그는 "사진 기자들이 취재를 하는 게 맞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취재를 할 수 없다 판단했다. 국민에게 이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뜻에서 카메라를 내려놓고 이를 기록했다"며 "기자라면 당연히 분노해야 할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밀실에서 체결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기자들에게 관련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고 그러니 국민들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사진기자들은 단순히 장면을 취재하러 간 게 아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그 앞과 뒤의 상황 모두 기록한다.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건 밀실 협정이라는 걸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다."

[김의겸 한겨레 선임기자] "우상 끌어내릴 때까지 같이 가자"

 시민들과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박근혜 퇴진 언론·시민한마당'에 모인 기자들의 취재 후기를 듣고 있다.

시민들과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박근혜 퇴진 언론·시민한마당'에 모인 기자들의 취재 후기를 듣고 있다. ⓒ 유지영


지난 9월 최초로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지면에 올린 언론은 한겨레신문이었다. 한겨레신문 김의겸 선임기자는 이날 현장에 나와 첫 보도를 낸 당시의 소회를 밝혔다. 김의겸 선임기자는 "(우리가 밝힌) '작은 불씨'를 꺼트리지 말고 계속 이어가자'고 생각했다"며 끊어질 것 같았던 실을 계속 감았고 그러다보니 다른 언론사의 선후배 동료들도 감고 그것이 튼튼한 동아줄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헌법질서를 파괴한 그 권력에 동아줄이 걸렸고 100만 촛불이 그 우상을 끌어내리기 일보직전이다"라고 했다.

김의겸 선임기자는 또한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로 못 박고 기소를 한 건 큰 성과라고 평가했지만 이것이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서가 아닌 검찰의 생존논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국면이 지나가면 '정치 검찰'의 행태를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 촛불이 대통령을 끌어내리는데 그치지 않고 계속 타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 "비아그라보다 프로포폴이 더 중요"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는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조작'과 '청와대 구입 약품'에 대해 입을 열었다. 먼저 조 기자는 "아무래도 가장 관심이 가는 약품이 비아그라일 것"이라면서도 "비아그라는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봤을 때 우습기는 하지만 불법으로 사용된 흔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SBS는 불법적 의료 행위 그 자체에 관심이 있다"며 "공식 지정 병원이 아닌 차움 등의 병원에서 정상적인 주류 의학이 하지 않는 주사들을 대리 처방한 부분, 또 최순실 모녀가 처방받았던 프로포폴의 향방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알렸다.

조 기자는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조작' 관련해 의학전문기자로서 보도를 한 바 있다. 이에 그는 해당 사망진단서가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내릴 수 없는 진단이었다"고 단언하며 "물대포라는, 누가 보더라도 선명한 외상으로 뇌출혈이 된 사람에게 병사 체크를 하는 신경외과 의사는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의학적 신경외과적 사실관계를 있는 그대로 보도했을 뿐"이라고 말해 이날 현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이날 '박근혜퇴진 언론·시민한마당'에 모인 언론노조 조합원들과 시민들은 '하야송' 박자에 맞춰 '하야체조'로 굳은 몸을 푼 뒤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다.

 시민들과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하야송'에 맞춰 '하야체조'를 하고 있다.

시민들과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하야송'에 맞춰 '하야체조'를 하고 있다. ⓒ 유지영



민언련 언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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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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