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전국은 뜨겁다. 서울 도심에서만 수십만 명에서 100만 명이 모이는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범국민행동)는 전 국민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 26일 5차 촛불집회는 사상 최대 규모인 150만~200만 명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촛불집회는 누가 어떻게 준비하는 걸까. <오마이뉴스>는 촛불 집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편집자말]
크라잉넛. '박근혜 하야'하라! 크라잉넛이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며 공연을 하고 있다.

▲ 크라잉넛. '박근혜 하야'하라! 크라잉넛이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며 공연을 하고 있다. ⓒ 이정민


"그래도 우린 좋지 아니한가 / 강물에 넘칠 눈물 속에 우리 같이 있지 않나 / 이렇게 우린 웃기지 않는가 / 울고 있었다면 다시 만날 수 없는 세상이 멋지지 않았는가." - 크라잉넛 '좋지 아니한가' 중에서

함께 '말 달리자'를 외치며 '말 타고 대학 간' 정유라를 조롱하고, 함께 '그래도 함께있으니 좋지 아니한가'하며 서로를 위로한다.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그렇게 함께 노래하고 소리치며 가슴 속 답답함을 풀어나간다. 이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다.

토요일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민들이 광화문으로 쏟아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충격을 더하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상처 입은 시민들의 마음을 그나마 위로하는 건, 이렇게 많은 이들이 나와 뜻을 함께한다는 연대의 마음일 것이다.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시민 대다수는 어느 특정 단체나 조직에 속한 이들이 아니다. 친구, 연인, 가족 등 개개인으로 참석한 시민들은 함께 노래하고 구호를 외치며 하나로 묶여간다. 이들의 연대를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선 스타들이 있다. 자신의 재능과 영향력을 활용해 시민으로서 목소리 내고 있는 뮤지션들. 그들의 무대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을까?

섭외는 없다... 100% 자발적 참여, 노개런티

주문 외우는 이승환, "하야하라 박근혜 하야하라"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가수 이승환이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며 공연을 하고 있다.

▲ 주문 외우는 이승환, "하야하라 박근혜 하야하라"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가수 이승환이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며 공연을 하고 있다. ⓒ 이정민


범국민행동 집회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는 김덕진 천주교 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섭외로 무대에 오르는 팀은 없다"고 말했다. 여러 경로를 통해, 뮤지션들이 먼저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온다고. 집회기획팀의 주 업무는 쏟아지는 출연 요청을 정리해 일정을 조정하는 일이란다.

금요일 저녁에 열리는 '물러나Show'는 100% 콘서트고, 토요일은 집회과 공연이 섞여 있는 형태다. 집회기획팀은 공연 시간을 적절하게 배분하고, 한 팀에 편중되지 않도록 가수들의 공연 일정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일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오는 25일 금요일 콘서트 무대에 서는 이승환 밴드의 경우, 지난 12일 3차 집회 무대에 올랐으니 이번에는 '물러나Show' 무대에 서달라 부탁하는 식이다. 이는 무대에 서고 싶다는 가수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금까지 1~4차 범국민행동 무대에 오른 뮤지션만 해도 20여 팀. 김 국장은 "무대에 서고 싶다는 뜻을 전해주신 대형 뮤지션들도 많다"면서 "무대에 오른 이들보다 대기 중인 팀들이 더 많다"고 귀띔했다.

화제 모은 전인권의 '애국가'... "본인 선택이었다"

 가수 전인권이 19일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광화문에서, 전국으로!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전국동시다발 4차 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에 참석해 노래 '행진'을 열창하고 있다.

가수 전인권이 19일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광화문에서, 전국으로!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전국동시다발 4차 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에 참석해 노래 '행진'을 열창하고 있다. ⓒ 유성호


집회는 100% 현장에서 모금된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진행된다. 집행부가 준비하는 것은 무대와 음향 장비, 전광판뿐. 출연 가수들의 개런티는 '0원'이다. 세션 등을 섭외하고 공연에 필요한 장비들을 준비하는 건 모두 가수들의 몫. 김 사무국장은 "사회적 이슈에 앞장 서주시겠다는 예술가들이 많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재능 기부 의사를 밝혀시는 뮤지션들에게, 저희가 기회를 드리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무대에 오르는 아티스트의 뜻을 최대한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곡 선정과 무대 구성 등은 모두 출연 가수가 결정한다는 말이다. 지난 4차 집회에서 큰 화제를 모은 전인권 밴드의 '애국가'도 "본인이 판단한 거지 저희는 요청 드린 바가 없다"고 말했다.

"무대에 선 가수보다, 설 가수 더 많다"

'박근혜 퇴진' 외친 100만 촛불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2일 세종로에서 태평로로 까지 가득메운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 '박근혜 퇴진' 외친 100만 촛불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2일 세종로에서 태평로로 까지 가득메운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세계가 이 무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폼나는 촛불 시위가 되도록 합시다." (전인권)

"'불량배' 우병우 차은택 최순실 그리고 몸통인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너무 많은 정신적 폭행을 당하고 있는 기분입니다." (이승환)

"원래 '말 달리자'는 우리 건데... 이러려고 크라잉넛 된 건지 자괴감이 듭니다." (크라잉넛)

"세월호 아이들이, 백남기 농민이 여기 광화문 광장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을 겁니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우리 다시 만납시다. 이들을 외롭게 만들지 맙시다." (우리나라)

무대에 오른 스타 중에는 가수들 외에도 김제동, 김미화, 허지웅, 변영주 감독 등처럼 특유의 말솜씨로 시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준 이들도 있다. 김동완, 유아인, 이준 등처럼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조용히 목소리를 내며 팬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집회기획팀은 당분간 집회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이들의 일정을 최대한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국장은 "지금 같은 시국은 유명인이 무대에 오른다고 해서 100만이 넘고말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던 스타들도 한마음 한뜻이라는 것, 춥고 지치는 거리에서,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음악이 있다는 것은 분명 힘이 되는 일일 것이다.

26일 무대에는 안치환 밴드와 DJ DOC 등이 오를 예정이다. 이들이 전하는 위로가 받고 싶다면, 두툼한 옷 든든하게 갖춰입고 광화문으로 향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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