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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 등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이준식 교육부장관 "정유라 입학 취소 요구하겠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 등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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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정유라 이화여대 부정입학' 관련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부정입학 전모는 그동안 불거졌던 각종 의혹과 거의 일치했다. 말이 감사결과이지 이미 제기된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 절차에 불과했다(관련기사: 이대 교수들은 왜 정유라에게 특혜를 줬을까).

'최순실-정유라' 비리 위해 움직인 '이화여대 교수조직'

충격적인 의혹들은 모두 사실로 밝혀졌다. 놀랍다. 사학명문 이화여대에서 동네 사설학원보다 못한 농단이 행해지다니. 이화여대가 최순실과 정유라에게 완전히 백기를 들고 두 모녀가 하라는 대로 온갖 시중을 든 셈이다.

아시안게임 수상실적 소급 적용, 정유라를 뽑으라는 입학처장의 지시, 높은 점수 부여하기 위한 면접관들의 집단 부당행위, 규정을 무시한 출석 인정, 대리 시험, 대리 수강, 시험 미응시인데도 성적 부여, 담당교수가 과제물 대신 제출, 엉터리 답안에 학점 부여 등등 교육부가 확인한 비리만 나열해도 수십 가지에 달한다. '학사비리 종합세트'다.

교육부는 "입학 전형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정유라에게 특혜를 준 관련자들과 부당하게 출석을 인정하고 학점을 준 담당과목 교수들에 대해서는 중징계 등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관련 교수들을 업무상 방해죄로 검찰에 고발하고, 최순실과 정유라, 이화여대 전 총장 등도 검찰에 수사의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소 18명이 징계와 고발을 당할 것으로 보인다.

'몸통'이 최경희 전 총장? 소가 웃을 일

교육부는 청와대 개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최순실 모녀에 의한 입시부정으로 본다"고만 말했다. 그러면서 최경희 전 총장을 '몸통'으로 지목하는 발언을 했다. '몸통'으로 지목하는 근거로 입학처 직원들의 진술을 거론했다. "총장이 정유라를 뽑으라고 했다"고 입학처장이 말하는 것을 직원들이 들었다는 것이다.

요약해 보자. '과목담당교수-학장-입학처장-총장' 이 연결고리들이 서로 공모해서 정유라를 부정입학시키고, 엄청난 학사 특혜를 줬다는 게 교육부의 주장이다. 한두 명이 연루된 게 아니다. 밝혀진 인원만 최소 18명이다. 교수들이 떼로 몰려들어 초유의 '학사비리'에 가담했다는 얘기가 된다.

수십 명이 한 가지 목적으로 움직였다면 이건 일종의 '범죄조직'이다. 정유라 한 명을 위한 '범죄조직'이 사학의 명문 이화여대 내부에 존재했다는 것을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우두머리격인 총장 한 사람의 말을 믿어 처장과 학장이 움직이고, 또 수십 명의 일선 교수들이 이들의 말을 따랐다는 건가? 가담한 교수들은 자신의 행위가 비리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들통이 나면 그동안 쌓아왔던 명예를 잃게 될 뿐 아니라, 오랜 기간 노력 끝에 얻게 된 교수 자리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 이 사실을 몰랐을까? 그럴 리 없다. 잘못되면 형사처벌까지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해봤을 것이다.  

총장 한 사람을 믿고 교수들이 위법행위를 조직적으로 했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총장은 선출직이다. 임기가 끝나면 평교수로 돌아간다. 게다가 대학은 학문을 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총장의 권력은 크지 않다. 총장을 믿어봤자 문제가 생길 경우 자신들의 뒷배가 돼 줄 수 없다는 걸 교수들 스스로 너무 잘 안다. 힘없는 총장을 믿고 교수들이 단체로 목숨을 걸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최순실이 '몸통'? 잠꼬대 같은 얘기

교육부는 총장의 배후에 최순실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총장과 수십 명의 교수들이 '최순실의 말'만 믿고 엄청난 비리행위를 저질렀다는 얘긴데, 이 또한 어불성설이다. 매사를 따져보며 논리적으로 행동하는 게 교수집단이다. 최순실이라는 '아줌마'의 말을 믿고 엄청난 모험을 했을 리 만무하다.

최순실의 호가호위라고 치자. 최순실이 이대에 찾아가서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고, 그 바람에 수십 명의 교수들이 떼를 지어 최순실에게 넘어갔다? 잠꼬대 같은 얘기다. 최순실이 교수들을 상대로 요술을 부리거나 최면을 걸었다면 모를까 가능성이 전혀 없는 주장이다. 상대는 교수다. 의심이 많고, 확인하는 걸 좋아하는 게 교수집단이다.

최순실의 배후에 누가 있나. 그 누군가가 정말 이 일에 개입하고 있는 게 맞나. 최순실의 얘기가 누군가의 의중이 확실한가. 이렇게 확인하려 들었을 것이다. 또 문제가 생길 경우, 그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힘'이 충분한 '해결책'이 될 것인지도 저울질해 봤을 것이다. 그러고 난 후에 최 총장을 비롯한 '가담조직'이 움직였을 것이다. 이게 상식이다.

최고권력자 개입 없이는 불가능한 일

최순실-정유라 앞에서는 학칙도, 학사규정도, 법과 원칙도, 사학 명문 이화여대의 자존심도, 교수로서의 자긍심도, 총장이라는 위상과 명예도 몽땅 무너져 내렸다. '최순실-정유라'는 130년 전통을 자랑하는 대학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통했던 것이다.

최순실은 어떻게 이화여대를 '굴복'시킨 걸까? 어떻게 수십 명의 '교수조직'을 비리에 가담하도록 설득하고 또 안심시켰을까? 문제가 생길 경우 '수십 명'을 몽땅 지켜 줄 수 있는 힘은 검찰 등 사정기관을 쥐고 있는 '최고권력자'에게서만 가능한 일이다. '정유라 입학비리'와 '이화여대의 조직적 학사 비리'. '대통령 권력'을 대입하지 않으면 설명이 곤란한 사건이다.

교육부가 깃털 몇 개만 뽑고 몸통은 숨기려 한다. 국민들은 이런 장면에 익숙해진 지 이미 오래다. 권력에 아부한 깃털. 어떻게든 빠져만 나가려고 하는 몸통. 대한민국은 정말 요지경이다.


태그:#정유라 , #교육부, #최순실, #최경희, #이화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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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사 분야 개인 블로그을 운영하고 있는 중년남자입니다. 오늘은 어제의 미래이고 내일은 오늘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미래를 향합니다. 이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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