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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출신 청담고에 대한 특정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조 교육감은 사법기관에 최순실씨와 관련 교사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고 정유라씨에 대한 졸업 취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조희연 교육감 "정유라 졸업 취소 법리적 검토하겠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출신 청담고에 대한 특정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조 교육감은 사법기관에 최순실씨와 관련 교사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고 정유라씨에 대한 졸업 취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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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선이라는 게 있다.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그에 대해 분노하는 것도 일정 수준일 때 가능하다는 의미다. 지난 16일 '정유라 특혜 의혹' 청담고 감사 중간결과 발표는 그 한계선을 넘어선 내용이었다. 돈만 있으면, 권력만 있으면 얼마든 자기 맘대로 학교를 휘두를 수 있다는 게 만천하에 드러났다. (관련 기사 : 최순실, 정유라 교사에게 "너 자르는 거 일도 아냐")

불평하기 싫었다. 아빠가 취직을 못 한다고, 엄마가 신경 써줄 수 없다고 원망할 순 없었다. 그렇다고 부모님 탓하며 남의 노력을 깎아내리긴 싫었기에 열심히 공부했다. 수능을 보는 그날까지, 스무 번이 넘는 시험을 보던 6년의 시간 동안 최소한의 평등만 주어진다면 나머진 내가 '노오력'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허나 그렇지 않았나 보다. 돈만 있으면 출결 기록을 수정하고, 없던 상도 받고, 등수도 바꿀 수 있는 모양이다. 내가 이렇게 가난한 상황에도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고 생떼 쓰기 싫었는데 차라리 그랬어야 했나 보다. 어차피 저렇게 사는 게 쉬울 수 있다면 나도 울며 코피 흘리며 공부하느니 드러누웠어야 했나 싶다.

또한 살아가면서 목격한, 무수히 많은 '정유라'들이 떠올랐다. 고액 과외를 해주러 가면 침대에 드러누워서 '너 따위가 뭔데'라는 눈빛으로 반말하던 학생,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아이들만 모이는 초등학교, 달동네의 존재도 모른 채 수능 망하면 유학 가야 한다고 짜증 내던 친구, 학원 안 다니면 가난한 거라며 왕따시키는 교실.

서러운 나날들이 결국 무너져내렸다

지난 10월 말, 정유라 특혜 의혹을 전하는 뉴스 보도 장면.
 지난 10월 말, 정유라 특혜 의혹을 전하는 뉴스 보도 장면.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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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특혜 의혹'에 분노를 넘어 마음이 무너진다. 비참한 걸 알면서도 꾹꾹 참으며, 싫어도 남을 짓밟으며 살아남았던 지난날이 한순간에 무의미해졌다. 이미 넉넉하게 경쟁해온 '정유라'들이 이 땅에 많은 걸 알았지만, 매일매일 뉴스로 내가 한낱 버둥대는 미물이었다는 걸 확인해야 하는 게 괴롭다.

원치 않는 과잉경쟁 속에서도 잘 살아냈다는 믿음을 부정당했다. 수능 전날 많은 걸 포기하고 공부에 갇혀있는 수험생들에게 이 나라는 너무나 부끄럽고 참혹하다. 조희연 교육감의 말처럼 정유라는 특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이를 가능하게 한 권력의 덩어리들을 도려내야 한다.

나아가 돈으로, 인정으로 교육시스템의 원칙을 무시하는 행태는 근절돼야 한다. 어차피 학생들에게 공교육을 강제할 것이라면 그 안에서 최소한의 공평함은 보장해야 덜 억울하다. 진보적인 교육실험 이전에 보수적인 교육원칙마저 무시해왔다는 걸 인정하자. 자본주의 사회더라도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미개한 권력남용이 틈타지 못하도록 공정한 교육기회를 확립해야 할 때다.


태그:#정유라 특혜 의혹, #입시비리, #정유라, #박근혜게이트,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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