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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지사 앞에서 사드 국내 배치와 한일군사협정 체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지사 앞에서 사드 국내 배치와 한일군사협정 체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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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의 식물정부가 외교안보정책에서 폭주를 하고 있다. 국민의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다. 오직 그동안의 관성에 따라 움직인다. 성난 100만 촛불의 함성도 들리지 않는다. 도대체 현 정부의 외교안보관료는 어느 나라에서 녹을 받는 관료인가.

한국과 일본은 14일 직접적인 군사정보 공유를 위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가서명했다. 국방부는 "도쿄에서 GSOMIA 체결을 위한 3차 실무협의를 개최하고, 협정문안 전체에 대해 이견이 없음을 확인하고 가서명했다"고 밝혔다.

10월 27일 일본과의 GSOMIA 체결 협상 재개를 발표한 지 불과 18일 만에 가서명까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야권에서는 우리를 침략한 과거사에 대해 반성도 하지 않는 일본과 군사협정을 체결한다는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상임위에서 "일본은 우리를 침략하고, 그 침략을 정당화하는 나라"라면서 "또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나라로, 언제든 침략이 가능한데 이러한 잠재적 적국과 군사협정을 체결하느냐"고 지적했다.

심지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GSOMIA의 국회 비준 동의 대상 여부에 대해 "비준 대상 협정이 아니라고 본다"며 "재정적인 부담이나 국가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회나 국민의 의견은 있으나 마나이고 무시하겠다는 말이다.

스스로 약속을 쉽게 뒤집은 한민구 국방장관

사실 일본과의 GSOMIA에 대해서는 국민여론도 부정적이다. 비교적 보수적인 문화일보가 지난달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GSOMIA 체결에 반대하는 비율이 50.6%로 찬성 35.2%에 비해 높았다. 한일 양국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6월 GSOMIA 체결 직전까지 갔지만, 국내에서 '밀실추진' 논란이 불거져 막판에 무산됐다. 그만큼 GSOMIA를 체결하기 위해선 국민적 동의가 필수적이다.

특히 국가간에 맺어지는 합의의 체결은 당국자의 몫이지만 이행의 과정은 결국 국민의 몫이다. 모든 경제적 정치적 부담을 국민들이 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여론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한민구 국방장관도 10월 1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GSOMIA를 추진하는 데 있어 여건의 성숙이 필요하다"고 했고,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이 "국민적 동의가 있을 때 추진한다는 뜻이냐"고 재차 확인하자 "예. 많은 사람들이 지지한다든지 이런 것들이 있어야 될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민구 장관은 군인으로서 스스로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함으로써 '정치군인'의 길을 걷고 있다. 국민적 동의나 여건 성숙 등의 발언은 당장 눈 앞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현정부 '속전속결·일방주의' 기조 이어가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체포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앞)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뒤)이 5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와 구치소로 가는 호송차량에 타고 있다.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체포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앞)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뒤)이 5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와 구치소로 가는 호송차량에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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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GSOMIA 체결 과정은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및 부지 발표나 개성공단 폐쇄, 한일 위안부 합의, 공군의 차기 주력 전투기 선정사업 등 현정부 대외정책결정 및 발표 과정과 닮은 꼴이다. 야당의 반대, 국민의 의사는 들어보려고도 하지 않았고 설득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일방주의와 속전속결만이 있을 뿐이다. 이에 반대하면 안보침해세력이라는 구분짓기와 낙인찍기가 이어졌다.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이런 일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어쩌다가 대한민국 행정부의 정책결정이 이런 식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결국 현정부의 배후조정자로 역할했던 최순실의 조종으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SBS는 "검찰은 '통일대박'이라는 표현이 문고리 3인방과 최순실씨의 회의에서 제안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대통령 연설문 등을 사전에 받아보던 최씨가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딱딱한 말이 아닌 젊은 사람들이 쓰는 단어로 고쳐줬는데, 통일 대박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최근 구속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현 정부의 외교안보통일정책을 주물렀다는 것은 정부청사 내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요한 안보정책 뿐 아니라 북한에 보내는 두어줄짜리 전화통지문, 심지어 외교안보부처의 국장급 인사까지 정 전 비서관의 손을 통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승진을 하려면 정 전 비서관과 연결될 끈을 잡아야 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공무원들 사이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관성적 정책 결정 중단되어야

정호성은 어떤 사람인가. 드레스덴 선언의 초안 등 청와대의 중요한 문건을 최순실에게 전달하고 지시받은 자가 아닌가. 결국 정 전비서관은 최순실의 꼭두각시였던 셈이고, 그는 그렇게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정책을 농락했다.

결국 현재 외교안보라인은 이런 정호성을 거쳐 최순실의 정책을 구현해온 것일 뿐이다. 윤병세 장관은 현 정권 출범 이후 4년간, 한민구 국방장관은 2014년부터 3년째,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2015년부터 2년간 그 일을 하고 있다.

현 정부의 모든 장관은 그동안의 모든 결정이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서 이뤄져왔음을 강조하지만 납득되지 않는다. 언제부터 국민의 뜻과 야당을 무시하면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만드는 것이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정책결정 매뉴얼이었던가.

이미 박근혜 정부는 국민들의 마음 속에서 버림받았다. 5%의 지지율과 지난 12일 광화문에 쏟아져 나와 '퇴진'과 '하야'를 외치는 100만 군중의 목소리가 이를 확인한다. 이제 굿판을 멈출 때다. 굿판을 벌여온 'SHAMAN'(무당) 최순실과 보조무당 정호성이 구속돼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작두를 탈 무당이 떠난 자리에서 어설프게 작두 타는 흉내내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 크게 다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이혁희(한반도평화포럼 사무차장)입니다.
한반도평화포럼은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실현하기 위한 학자, 전문가, 시민단체중견활동가들의 인식공동체로, 이 글은 <한반도의 아침>에도 중복 게재됩니다.



태그:#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박근혜, #국방부 , #최순실 , #정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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