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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첫 '20대 지지율 0%'라는 불명예를 얻은 가운데, 지난 한 달 대학가에도 시국선언은 들불처럼 번져갔다. 박 대통령이 의도치 않게 학업과 취업 준비로 정치에서 멀어진 대학생들이 한목소리를 내게끔 공(?)을 세운 셈이다. 언론도 부지런히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좋은 모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김없이 지방대 시국선언 관련 뉴스 댓글에는 '지잡대는 좀 조용히 하자' '○○대? 웬 듣보잡?' 등의 댓글들이 달려 논란이 있었다. 일부 독자들은 지난 1일 페이스북 '배재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어제와 같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하나 올라와 화제였던 것을 기억할지도 모른다. 이 글을 올린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인터넷에 짧은 글이 있었다. 지잡대는 시국선언을 하지 말란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격이 없다고 한다. 관심받으려고 하지 말란다. 허탈했다. 나 자신에게 화가 났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졌다. 조용히, 숨어있던 의심이 커갔다. 그래도 공부를 한 애들이 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닌 건가? 끝없이 커지는 자괴감은 무거운 족쇄가 되었다."

 배재대학교 학생들이 9일 오후 배재대 21세기관 앞에서 '박근혜-최순실'게이트와 관련,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사진은 '시국선언을 위한 배재인의 모임'을 결성해 시국선언을 준비한 안진오(정치언론안보학과) 학생.
 배재대학교 학생들이 9일 오후 배재대 21세기관 앞에서 '박근혜-최순실'게이트와 관련,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사진은 '시국선언을 위한 배재인의 모임'을 결성해 시국선언을 준비한 안진오(정치언론안보학과) 학생.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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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과 조롱이 지역 학생들의 정치 참여를 위축시키고 자기검열을 하게 만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이 학생이 그래도 용기를 내 "거짓의 족쇄를 끊을 때가 됐다. 서울대생의 1표와 배재대생의 1표는 모두 값진 1표"라며 학우들을 독려했다는 점이다. 힘을 합쳐 "옳은 일을 위해 목소리"를 내자는 취지였다. 실제로 배재대생들은 지난 9일 결실을 보았다.

정치언론안보학과 안진오 학생 등은 자발적으로 1000여 명의 연서명을 받아 총학생회를 찾아가 '시국선언'을 주도해 달라 부탁했다. 그러나 '정치적 색깔을 띠고 싶지 않다'며 거부당하자 '시국선언을 위한 배재인의 모임'을 결성해 시국선언을 해낸 것이다.(관련 기사 : 배재대 학생들 시국선언 "이 나라가 부끄럽다") 필자는 이 사건을 접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시국선언이라는 '결과'보다 그것이 생산되기까지의 '과정'의 가치가 더 많이 알려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 또한 대학 서열을 조장하는 사람들이 (몇몇 언론의 표현처럼) 일부 '몰지각한' 누리꾼들에 불과한 것인지, 실은 덜 적나라할 뿐 이미 사람들의 속마음에 널리 퍼져 있는 '보이지 않는 편견'들이 존재하는 게 아닌지 정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수도권과 지방의 학생들이 각각 생산한 시국선언문을 비교해보는 것부터 출발해 생산 과정을 역추적 해봤다. 누가 배재대생을 배제시켰을까.

대학가 '시국선언문' 이렇게 분석했다
전국 4년제는 사관학교, 사이버대 등을 제외하면 195곳이다. 이중 10월 26일부터 11월 14일까지 20일간 시국선언을 내놓은 115곳 총학생회의 시국선언문을 입수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글들은 통합 게시판에서 관리되므로 크롤러라는 수집 프로그램을 만들어 간편하게 일괄적으로 긁어올 수 있다. 반면에 각 대학 총학생회는 SNS에 각각 페이지를 운영하는 데다가 선언문을 글로 올려놓지 않고 스크린샷을 찍어 올려놓는 경우도 많아 모두 수집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이미 확보한 샘플이 60% 정도로 충분하고 분석한 글자 수도 18만 2850자, 200자 원고지 1048매에 이르러 책으로 엮으면 웬만한 장편 소설 분량이다. 대학가의 대략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무리가 없다. 이 샘플로 수도권과 지방 일반대(카이스트, 포스텍, 디지스트 등 과학기술 특성화대, 교대 제외) 각각의 핵심어를 뽑아봤다. 이를 통해 수도권과 지방 학생들이 박근혜 게이트를 바라보는 관점과 주장하는 바에 과연 차이가 있는지 따져볼 수 있었다. 또한 수도권과 지방대 학생들의 현실 인식에 별 차이가 없음에도 언론이 극소수 대학 목소리 위주로만 소식을 전한 것은 아닌지 따져보고자 경제학자들이 소득 불균등도를 확인할 때 쓰는 로렌츠 곡선도를 활용했다. 분석 도구로는 R과 한국어 형태소 분석 패키지(KoNLP: 전희원씨 제작) 등을 썼다.

결국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단어들을 등장 빈도 순으로 100여개를 뽑았다. 분석을 위한 전처리 과정에서 특이성 없는 단어들은 버렸고(총학생회, 시국선언, 상황 등), 핵심만 추출했으며(민주주의→민주), 유사어는 하나로 묶었다(공화국, 나라→국가).
 단어들을 등장 빈도 순으로 100여개를 뽑았다. 분석을 위한 전처리 과정에서 특이성 없는 단어들은 버렸고(총학생회, 시국선언, 상황 등), 핵심만 추출했으며(민주주의→민주), 유사어는 하나로 묶었다(공화국, 나라→국가).
ⓒ 하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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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수도권 학생들과 지방 학생들이 생산해낸 결과물이 과연 다른지부터 살펴보자. 워드클라우드는 자주 언급된 단어들을 뽑아내 글자 크기로 나타내 대략적인 주제를 파악하는 분석 기법이다. 우선 서울·경인 지역 52개 대학 총학생회 시국선언문의 워드클라우드를 뽑아봤다. 학생들이 목소리 내고자 하는 바가 무척 선명했다. 그래서 굳이 단어와 단어들 사이 연관 규칙들(arules)까지 계산하는 수고스런 작업까지 추가할 필요가 없었다.

첫째 코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현실 인식]이다.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대표'로 '선출'해 '권한'을 '위임'해줬더니,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해 '농단'을 하고 '비선' '실세'로 군림하며 '연설' '정치' '경제' '외교' '안보' '기밀' '인사'까지 줄줄이 건드렸다는 것이다. 이것은 '헌정'을 '파괴' '훼손'하고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국기문란'이다.

둘째 코드는 [무임승차자를 향한 분노]. 다시 말해 '특혜'에 대한 '분노'다. '정유라'의 '부정' '입학'이 '청년'들을 자극했고 '최순실'의 '재단' '비리' 등이 '정의'롭지 못한 사회임을 드러냈다는 목소리다. 셋째 코드는 이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박 대통령의 사과]다. '사전'에 '녹화'된 '진정성' 없는 '사과'로 '국민'을 '우롱'한 것이 밝혀졌으며, '언론'에 의해 이미 드러난 '정황'과 '사실'만으로 '사태'에 '책임'이 있는데도 '기만'을 했다는 모멸감이다.

하이라이트인 넷째 코드는 일종의 [인정투쟁]. '헌법' '민주' '국가' '권력' '주권' '국민'이다. <헌법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민주 국가이고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목소리다. 일련의 '사태'는 한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으로서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고 '목소리'를 내고 '규탄'해야 하는 일이다.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한 나라의 '역사'는 그 '주인'인 '국민'이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요구'하는 바는 뭘까. 우선은 '투명'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원한다. '검찰'과 '특검'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와 '당사자'들은 '강력'한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더는 '신뢰'할 수 없는 박 대통령은 잘못을 '인정'하고 '퇴진'해야 한다는 강경책도 나온다. 각 총학생회의 시국선언문마다 세세한 뉘앙스 및 단어의 가감과 연관성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국민 여론과 일치한다는 해석이 무리 없이 가능하다.

이제 지방으로 와보자. 샘플은 45곳 총학생회 시국선언문이다. 수도권대 학생들과 현실을 인식하고 도덕 감정을 경험하며 주장하는 바에 큰 차이가 있을까. 없다. 정말 없다. 지방 학생들도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대표'로 '선출'해 '권한'을 '위임'해줬더니, '최순실'이 '국정'을 '좌지우지'하며 '농단'을 하고 '비선' '실세'로 '연설' '정책' '정치' '안보' '인사' 등을 건드려 나라를 '농락'하고 '근간'을 흔드는 '통탄'할 일이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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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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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정유라' '특혜'처럼 '청년'들의 '노력'을 무시하고 '최순실'의 '재단' '비리' 등 '정의'롭지 못한 일이 일어나 '분노'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전' '녹화'된 '사과'는 순수한 '마음'으로 포장됐지만 결국 '거짓'이자 '진정성' 없는 것임을 알아챘고 이미 '언론' '보도'로 '폭로'된 '사실'만으로도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는데 '기만'을 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민주' '국가'에서 모든 '권력(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본질적 가치를 '수호'하고 '인정'해야 하며,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한 '미래'에 한 '시대'를 살았던 '역사'의 '주인'으로 남고자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세력'들을 '규탄'한다고 말한다. '검찰' 역시 '의혹'을 철저하고 '성역' 없는 '수사'로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낼 것을 '요구'했다.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학생들이 내놓은 결과물에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수도권 학생들의 목소리 위주로만 귀 기울여야 할 이유는 대체 뭘까. 동료 시민의 수능 점수가 정치적 행보를 평가할 때 반드시 필요한 정보인가. 수능 점수는 대입에서 유리한 교육 환경을 결정하는 선택의 폭을 부여하는 1회적 보상의 근거일 뿐 평생 우려먹을 사골은 아닐 것이다. 대학 서열 문화에 대해 분석한 사회학자 오찬호는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정확히 조사해보면, 시사상식 정도나 강의실 분위기에 따라 그 학교 학생들의 실제 역량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런 역량 차에 대한 판단이 고정관념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흑인들 혹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범죄율이 높다는 사실에 근거해, 그들을 애초부터 범죄자 취급하고 별다른 기회를 주지 않다면 정말로 그들은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게 바로 자기실현적 에언의 위력이다."(<우차찬> 135~136쪽)

우리 안의 나향욱

 전국 195개 4년제 대학의 학생 시국선언 관련 뉴스를 수집하고자 B포탈에서 동일한 검색 연산 규칙을 적용해 데이터를 수집했다. 일부 대학에 오차가 있을 수 있으나 동등한 조건을 적용했기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한편 이번 조사는 단순 뉴스 건수만 데이터로 수집했을 뿐 독자들이 얼마나 기사를 읽었는지 페이지 뷰(PV)를 반영하지 않았다. 그것까지 반영하면 훨씬 끔찍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전국 195개 4년제 대학의 학생 시국선언 관련 뉴스를 수집하고자 B포탈에서 동일한 검색 연산 규칙을 적용해 데이터를 수집했다. 일부 대학에 오차가 있을 수 있으나 동등한 조건을 적용했기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한편 이번 조사는 단순 뉴스 건수만 데이터로 수집했을 뿐 독자들이 얼마나 기사를 읽었는지 페이지 뷰(PV)를 반영하지 않았다. 그것까지 반영하면 훨씬 끔찍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 하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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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대생을 배제한 게 정말 '일부 몰지각한' 누리꾼들에 불과할까. 잘 알려졌듯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 나향욱은 "민중은 개·돼지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그런데 혹시 이런 의구심을 품어 본 적 없는가.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어쩌면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서로를 서열 짓고 배제하는 크고 작은 나향욱들이 사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경제학자들이 소득 불균형을 측정할 때 자주 쓰는 로렌츠 곡선이란 것을 꺼냈다.

이 그래프의 가로축은 원래 인구 누적 비율을 뜻하며 세로축은 소득 누적 비율을 뜻한다. 그러니까 인구와 소득의 누적 비율이 1:1을 이뤄 소득이 '완전히 균등'할 때 대각선이 나타난다. 그런데 인구를 대학 숫자로, 소득을 시국선언 뉴스 건수로 바꿔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위 그래프를 보라. 한눈에 봐도 언론이 극소수 대학에 보도를 집중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지독한 불균등함은 지니계수라는 지표로도 나타낼 수 있다. 결과는 약 0.76. 경제학에서는 이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불균등한 사회이며 0.4 이상일 때 '심각한 수준'이라고 본다. 지니계수가 0.76 정도면 시위가 일어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문제적인 사회다. 소득 불균형으로 악명 높은 남아프리카 공화국도 0.7 미만이다. 이 끔찍한 결과가 언론 탓이기만 할까.

언론 탓도 분명 있다. 다만 어쨌든 언론은 독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과, 독자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것 사이에서 고뇌하며 접점을 찾아가는 조직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있다. 총 3653건의 뉴스 중 상위 10개 그룹인 이화여대(437), 서강대(302), 서울대(260), 고려대(216), 한양대(193), 연세대(170), 동국대(144), 경희대(114), 부산대(86), 성균관대(67)가 약 54%를 차지했다. 쉽게 말해 내로라하는 엘리트 대학들이다.

이화여대와 서강대는 게이트 당사자들인 정유라, 박 대통령의 모교라 참작 사유들이 있다고 가정하는 게 옳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SKY'가 배재대(10)나 나사렛대(4)보다 '뉴스'로 인식될 이유는 뭘까.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지 않은가. 사람들은 '결과'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위 10위권 그룹들은 대부분 10월이 가기 전에 시국선언문을 민첩하게 생산해내며 이슈를 선점했다. 쉽게 말해 물들어올 때 노를 저은 것이다. 그런데 정작 생산 '과정'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학생들끼리 잡음도 있었다.

고려대는 시국선언문에 '백남기는 죽고 최순실은 살렸다'는 내용을 넣으려 다가 일부 학생들이 총학생회장 탄핵안을 발의했다. 성균관대는 "시대정신을 이끌었던 민족 명문사학 성균관대학의 학생들은 더는 좌시할 수 없다"며 비장한 이야기를 꺼냈다가 정작 결론은 "성균인들은 지켜볼 것이다"라고 끝맺어 사실상 지켜보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뒤늦게 총학생회 집행부만 민중총궐기에 참가했으나 학생회장들끼리 합의가 안 돼 학우들과 깃발은 들지 못했단다. 여러모로 애매한 행보다.

반면에 배재대는 '총학생회'라는 틀에 연연하지 않는 자발적 시국선언이 있었고 나사렛대는 청각 장애인 학우들을 위해 시국선언을 수화로 동시 진행해 누리꾼들에게 감동을 줬다. 나사렛대에는 전국 유일의 수화통역학과가 있단다.

이처럼 굳이 '수능 점수'라는 획일적이고 빈약한 평가 잣대를 이식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얼마든지 개성과 능력을 펼쳐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사례들로 증명된다. 그런데도 아무런 근거도 없는 편견들이 지역 학생들의 정치 참여를 위축시키고 공론장 진입을 가로막고 그래서 자기효능감을 경험할 기회도 뺏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뼈아프지만 위 그래프가 단순히 '불균등'이라는 사실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불평등'이라는 정의롭지 못함을 보여준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는 지역과 청년 정치의 무한한 가능성을 망각한 채 관성적으로 '엘리트' 집단만이 무언가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거둬야 한다. 본 조사는 수도권대와 지방대를 비교하는데 그쳤지만 전문대, 고졸 출신 등까지 포함하면 생각지도 못한 소중한 목소리들이 많이 존재할 것이다. 이들을 공론장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 비록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전국의 많은 청년들이 한마음이 됐지만, 이 흐름이 한순간의 스파크가 아닌 '들불'로 지속되려면 극복해야 할 것들이 무척 많을 것이다.

대학 구조조정으로 학문 공동체와 학생 자치의 기반이 꾸준히 잠식됐고, 운동권에 대한 편견 역시 널리 퍼져 있으며, 한 줌도 안 남은 운동권들도 대중의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설득하지 못한 채 내집단에 고립되고 엘리트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이제는, 결국 누구든 무엇이든 먼저 깨달은 사람들이 겸손하게 손을 내밀고 사람들을 설득해야 할 때다. 세상에는 의외로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완전히 다른 사고 구조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이 존재한다.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 하나를 갖는 것이 중요한 차이를 낳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시민혁명이 배치표 순서대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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