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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에서도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지난 9일 오후 7시 농협 옥천군지부 광장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규탄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최저기온은 2도, 최고기온 8도. 갑작스레 몰아친 추위에도 300명이 넘게 모인 자리였다. 집회 후 이어진 거리 행진 때는 지나던 주민들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등 박근혜 정권에 대한 옥천의 성난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날 현장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가득했다. 촛불집회가 시작되기 30여 분 전부터 현장에 모인 청소년들은 2시간 넘게 자리를 지켰다.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임다혜(옥천고 1) 학생은 "얼마 전 백남기 농민의 사망 소식을 듣고 군청 앞마당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갔었다"며 "마침 옥천에서 촛불집회가 열린다고 해서 친구들과 함께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친구들과 삼삼오오 촛불집회 현장을 찾은 청소년들은 시종 씩씩하고 자신 있는 모습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펼쳤다. 청소년들은 일명 '최순실 게이트'에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조은빈(옥천고 1) 학생은 "정유라 부정입학부터 시작해 여러 이야기들이 밝혀지는 걸 보며 돈만 많으면 되는 건가, 이러려고 공부 했나 자괴감도 들었다"며 "어떤 사람들은 '몇 명이 떠든다고 나라가 바뀌냐'고 하는데 바뀔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의견을 내고 참여하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보름(옥천고 1) 학생은 "(이승만 독재를 무너뜨리고 하야시킨) 4·19 혁명도 학생들이 앞장섰다"며 "미래의 주인인 청소년들이 정치적 의견을 이야기하고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선거권 제한 나이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선우윤솔(옥천여중 1) 학생은 "어려도 한 나라의 국민이라 참가하게 됐다"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많이 실망했고, 자기만 생각하지 말고 제발 나라를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참여는 촛불집회 자유발언에서도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와 국정교과서 논란 등 박근혜 정부 들어 유독 또래 친구들의 고통과 슬픔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체험했던 세대인 이들은, 이밖에도 백남기 농민 사망, 일본 위안부 졸속 협상 등 다양한 문제들을 거론하며 이 정부를 비판했다.

이다영(옥천고 2) 학생은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 사망, 위안부 문제와 국정 교과서까지, 이것만 봐도 무능력한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해야 할 이유는 충분한데 여기에 국민을 농락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뭘 알겠냐, 공부나 하라는 어른도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저희가 가만히 앉아 공부를 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이다혜·박혜지(옥천여중 2) 학생은 "박근혜 대통령이 불쌍하다는 분도 있는데 그렇다면 세월호 참사로 죽은 학생들은 어떤가"라고 물으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청소년들은 단순히 현 정부를 비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어쩌면 길고 지루한 싸움이 될지 모를 현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서로를 응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태리(옥천고 1) 학생은 "이번 시위 한 번으로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우리가 촛불을 들고 의견을 표출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희(옥천고 2) 학생은 "우리가 집회에 나온다고 위축될 필요도 없고, 저는 저희가 잘하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며 "모든 일은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 하나로부터 시작'한다는 것, 내가 가까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실천해나가면 변화가 생길 거라 믿는다"는 말로 동료 시민들의 사회 참여를 독려했다.

'묻지마 식 지지 뼈저리게 반성해야' 자성의 목소리도

성난 민심이 들끓고 있다. 9일 옥천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주최측이 준비한 300개의 양초가 모자랄 정도로 많은 주민들이 함께하며 박근혜 정권의 실정을 규탄했다. 사진은 촛불집회 중 참가자들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모습.
▲ '촛불이 들불로' 성난 민심이 들끓고 있다. 9일 옥천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주최측이 준비한 300개의 양초가 모자랄 정도로 많은 주민들이 함께하며 박근혜 정권의 실정을 규탄했다. 사진은 촛불집회 중 참가자들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모습.
ⓒ 옥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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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묻지 마'식 지지를 보여준 태도를 반성해야 한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지난 대선 박근혜 대통령의 옥천 득표율은 64.5%에 달할 만큼(전국 득표율 51.5%) 주민들의 높은 지지가 있었다. 이는 그가 대통령직을 얼마나 잘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검증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닌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 옥천이라는 점, 그 때문에 옥천이 후광을 볼 수 있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를 기반으로 한 감정적 선택이었다는 것.

배형중(옥천읍 삼양리)씨는 "옥천을 조금이라도 챙겨주지 않겠냐는 심정으로 표를 준 분들이 많지 않았냐"며 "결국 따져묻지 않고 검증하지 않고 뽑은 한 표가 나라를 망치고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자리를 얻은 사람들은 당장 나와 군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쌀값 21만 원' 공약으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농민의 목소리도 빠질 수 없었다. 전농 충북도연맹 주교종 부의장은 "우리가 대통령, 국회의원, 군수, 군의원을 뽑는 것은 국민을 대신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제 역할을 하라는 의미"라며 "국정농단에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고, 지역 살림살이가 엉망인데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는 선출직 의원들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리행진 중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 사무실 앞을 지날 때에는 '새누리당 해체하라', '박덕흠은 사과하라' 등의 외침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촛불집회를 주관한 옥천군노동자협의회 오대성 회장은 "오늘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의 미래는 지나온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참된 민주주의를 후대에 전달하는 계기가 오늘을 기점으로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고된 가운데 우리고장 농민, 노동자들도 당일 오전 군청 앞마당에서 출정식을 갖고 서울로 향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옥천신문> 11월 11일자(1361호)에 실렸습니다.



태그:#박근혜, #탄핵, #하야, #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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