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의 앵커 브리핑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의 앵커 브리핑 ⓒ JTBC


JTBC <뉴스룸>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주인공이었다. 그 중심에 손석희 보도국사장이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씁쓸한 이야기지만,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JTBC의 위상은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최순실과 관련된 의혹을 보도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권력에 기생하지 않고 진실을 바라보는 언론인의 존재가 뿌듯하긴 하지만, 한 명의 언론인이 대한민국 언론을 견인하고 있다는 사실은 서글프기도 하다.

<뉴스룸>은 신뢰받는 언론이면서 동시간대 가장 시청률이 높은 언론이 됐다. 8%를 넘나들며 연일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던 시청률은 지난 8일에는 9.091%를 기록하기도 했다. 폭발적인 반응이다. 이쯤 되면 '신드롬'이라 부를 만하다. <뉴스룸>이 엄청난 주목을 받기 시작하던 당시 손석희 사장은 보도국 직원들에게 "겸손하고 자중하고, 또 겸손하고 자중하자"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금주 들어 내놓고 있는 단독보도들은 사람들을 속 시원하게 하는 면도 있지만 동시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자괴감에 빠지게도 하는 내용들입니다. 우리는 본의 아니게 사람들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상실감을 던져주고 있기도 한 것입니다."

그 편지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통찰력이 녹아 있었다. <뉴스룸> 단독보도가 통쾌함을 주는 동시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자괴감'과 '치유하기 어려운 상실감'을 던지고 있다는 내용이 그러하다. 집회·시위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게 나라냐'라는 피켓에는 대중의 깊은 분노와 함께 허탈감이 담겨 있다. 민주주의와 국가 시스템이 붕괴된 현실에 대한 절망이 드러난다. 이런 나라의 국민이라는 사실에 대한 자괴감과 수치심이 가득하다.

이처럼 언론이 두려움을 무릅쓰고 진실을 밝히는 역할을 한다면, 정치는 국민들의 뜻을 모아 해법을 구상하고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JTBC <뉴스룸>의 용기가 잠자고 있던 언론들을 깨우고 있지만, 여전히 정치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전히 정략에 몰두하고, 몸을 사리는 등 지지부진하다. 교착 상태는 길어지고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단연코 위로일 것이다.

연예인들이 나섰다

 최순실 씨를 풍자하는 코미디 프로그램

최순실 씨를 풍자하는 코미디 프로그램 ⓒ 채널A


그 위로의 적절한 주체는 연예인 아닐까? 대중을 사랑을 먹고 자신이 가진 끼와 재능을 발휘해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일을 업으로 하는 이 아닌가. 고맙게도 MBC <무한도전>, SBS <런닝맨> 등 예능 프로그램들이 자막을 통해 풍자를 시작했고, 그 뒤를 이어 tvN <SNL코리아 시즌 8>이나 KBS2 <개그콘서트> 등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도 최순실 관련 패러디를 쏟아내며 대중들을 위로하고 나섰다.

이처럼 코미디언들이 신랄한 풍자를 통해 사람들의 답답했던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었고, 그 바통을 가수들이 이어 받았다. 이승환과 이효리, 전인권은 국민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노래인 '길가에 버려지다'의 음원을 11일 12시부터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라 밝혔다. 이 노래는 이승환과 이규호가 공동 프로듀싱한 곡으로, '더클래식'의 박용준, '들국화'의 베이시스트 민재현, 이승환 밴드의 최기웅, 옥수사진관의 노경보, 이상순, 전제덕 등이 참여로 완성됐다.



"내 몸에 날개가 돋아서, 어디든 날아갈 수 있기를. 내 꿈에 날개가 돋아서, 진실의 끝에 꽃이 필 수 있길. 세상은 거꾸로 돌아가려 하고, 고장 난 시계는 눈치로 돌아가려 하네.

No way. No way and no way. 난 길을 잃고, 다시 길을 찾고, 없는 길을 뚫다, 길가에 버려지다. 내 몸에 날개가 돋아서, 무너지는 이 땅을 지탱할 수 있길. 내 의지에 날개가 돋아서, 정의의 비상구라도 찾을 수 있길.

No way. No way and no way. 난 길을 잃고, 다시 길을 찾고, 없는 길을 뚫다. 길가에 버려지다."  - 노래 '길가에 버려지다'의 가사 중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이효리의 참여다. 별다른 대외 활동을 하지 않은 채 제주도에서 앨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알려진 그는 이승환의 제안을 받고 흔쾌히 참여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승환 측은 "이효리 씨는 곡을 받은 뒤 30분 만에 자신의 색깔로 부른 노래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유기 동물 보호, 쌍용차 해고자 문제 등에 자신의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던 이효리의 '일관성 있는' 걸음이 반갑기만 하다. 금전적인 이득이 없음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일에 발 벗고 나선 그에게 고마움을 담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작은 몸짓의 위대함

 이승환은 이 사진을 개인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하며 "비영리 목적으로, 단체나 개인이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한 옥외 광고물은 허가나 신고 없이 설치가 가능하다고 하여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적법하게 거치하였습니다."라고 알렸다.

이승환은 이 사진을 개인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하며 "비영리 목적으로, 단체나 개인이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한 옥외 광고물은 허가나 신고 없이 설치가 가능하다고 하여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적법하게 거치하였습니다."라고 알렸다. ⓒ 이승환 페이스북


'박근혜 하야' 현수막을 회사의 건물에 내걸었던 이승환의 거침없는 행보 역시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지난 2014년 3월 11집 '폴 투 플라이(fall to fly)'로 컴백할 당시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사회적 참여를 포기했던 친구들이 이해가 간다. 그래도 누군가는 깃발처럼 있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던 그는 자신이 했던 약속을 지켜가고 있는 중이다. '이승환'이라는 깃발이 든든히 자리를 지키자 그곳으로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고 있지 않은가.

이승환의 소속사인 드림팩토리 측이 "음악인들의 작은 몸짓으로 시작된 국민 위로 프로젝트가 큰 울림이 돼 문화계의 움직임으로 확산하리라 믿는다"고 말한 것처럼, 이승환으로부터 시작된 몸짓이 이효리에게 가닿은 것처럼, 이 작은 울림이 문화계 전체로 퍼져나가기를 기대해본다. 참고로 18일에는 30여 팀의 가수들이 합창한 '길가에 버려지다' 두 번째 버전이 추가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공인이 아니기에, 그리하여 책임이 있다 할 수 없기에 이런 자발적 참여는 고마운 일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열린 지 보름이 넘어가고 있다. (모든 언론은 아니지만) 언론은 진실을 알리는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발버둥치고 있고, 연예계도 대중의 마음을 치유하고자 위로의 손을 내밀고 있다. 이제 남은 건, 정치가 본연의 책무를 다하는 것뿐이다. 아무래도 가장 큰 위로는, '이게 나라냐'라는 허탈한 의문이 '이게 나라다!'라는 자부심으로 변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효리 길가에 버려지다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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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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