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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봄, 그리고 2016년 가을 두 차례의 EU 농촌·농업 연수 과정은 매 시공간이 인상적이고 감동적이고 교훈적이었다. 그중에서도 굳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고르자면 주저하지 않고 바로 결정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청소년들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2014년에는 오스트리아 티롤주의 슈바츠군 로트홀츠 마을에서 청소년들과 마주쳤다. 슈바츠군 농업회의소를 방문해 소장의 안내 설명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주변이 시끌벅적해졌다. 작고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소리라 얼른 돌아보니 한 무리의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걸어가고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는 농업학교 학생들이었다.

2016년에는 하이델베르크의 바덴 주립 원예시험연구소(LVG하이델베르크)에서 다시 청소년들과 만났다. 역시 소장의 안내 설명을 듣고 있는데 가까이서 정과 망치로 돌을 깨는 소음이 들렸다. 연구소 한쪽의 실습장1에서 수십 명의 청소년들이 조경용 돌을 다듬는 중이었다. 농업학교 학생들은 매년 2~3주 정도 연구소에서 의무적으로 농업실습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독일에서는 농부가 되려면 농업학교부터 다녀야 한다. 아무나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아무나 농부가 될 수 없다. 국민의 먹거리와 생명, 그리고 국가의 식량 주권을 지키는 국가기간산업인 농업을 아무한테나, 사사롭게 맡길 수 없다는 정신과 원칙이다. 독일 농촌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트랙터에서 놀고 농사를 놀이 삼아 배운다. 그리고 자라면서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아들이 아버지의 농업을 가업으로 물려받는다. 농부는 자랑스러운 직업이다.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로트홀츠마을의 가족농 : 발터 크레디씨 농장주와 후계농   발터 주니어
▲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로트홀츠마을의 가족농 : 발터 크레디씨 농장주와 후계농 발터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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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농부는 중학교부터 만들어진다

한마디로 독일 농업의 생명력은, 농촌의 저력은 '농부를 키우는 학교'인 이른바 '농업직업학교'가 뿌리이자 바탕이다. 정부가 탁상에서 설계한 '선진적인' 농업정책이나 '창조적이고 스마트한' 농촌지원제도가 결코 아니다. 바로 독일의 교육제도가, 학교가 오늘날의 '사람 사는 독일 농촌'을 만들고 지탱한 원동력이다.

독일에서는 3∼6세의 유아를 보살피는 유치원(kindergarten)에서 교육이 시작된다. 하지만 교육이라고 해봤자, 숲에서 아이들과 사이좋게 어울려 놀기만 할 뿐이다. 거의 모국어를 모르고 졸업한다. 만 18세까지 12년간의 의무교육은 4년제 초등과정인 기초학교(Grundschule)부터 비로소 시작된다.

초등과정의 기초학교(Grundschule)는 오전 수업만 한다. 1학년 때는 읽기, 쓰기도 가르치지 않는다.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발표식 수업을 병행한다. 2학년까지는 성적도 매기지 않는다. 사회성, 창의성, 발달상황에 대한 일반적 평가만 할 뿐이다. 따라서 등수나 서열도 없고 놀이가 학습의 중심이다.

아이들의 장래를 결정하는 중등학교 진로는 내신으로 결정된다. 4년 내내 한 담임교사가 맡아서 아이들의 수학능력을 파악한다. 아이들의 적정한 진로는 담임이 추천권을 가진다. 부모들은 이의 없이 선생님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한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3가지 진로가 아이들의 앞에 놓인다. '직업학교'인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 '실업학교'인 레알슐레(Realschule), '인문학교'인 김나지움(Gymnasium) 등 3종류의 학교다.

김나지움은 9년제의 고등학교로서 독일의 대표적, 일반적 중등교육기관이다. 졸업시험 아비투어(abitur) 성적에 따라 대학진학 자격이 결정된다. 19세기 전반부터 라틴어·그리스어 등 고전적 교양을 가르친 전통을 자랑한다. 현재는 고전어 김나지움, 근대어 김나지움, 수학·자연과학 김나지움, 사회과학 김나지움 등으로 나뉜다.

독일  독일 켐텐의 가족농 : 피너 니더탄너 농장주와 후계농 마틴
▲ 독일 독일 켐텐의 가족농 : 피너 니더탄너 농장주와 후계농 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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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직업·실업학교와 2단계 직업전문학교 등에서 '먹고 사는 기술'을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학교는 1단계에서는 직업학교, 실업학교, 전문학교 등 3종류로 나뉜다. 대부분의 주(州)에서 하우프트슐레는 기초학교에 병설, 둘을 합쳐 국민학교(Volksschule)라 부른다. 실업학교인 레알슐레(Realschule)는 3∼6년의 과정으로 공업, 농업, 상업 등 실무에 적합한 실용적인 교육을 배운다. 실업학교 6년 과정과 직업학교 5년의 과정에서는 사회에서 필요한 일반적 교육을 배운다.

실업학교와 직업학교의 차이는 대학 진학 가능 여부로 구별된다. 실업학교는 학과과정에서 대학에 진학할 기회가 있으나 직업학교는 대학이 목표가 아니다. 오직 마이스터가 되는 것이 목표다. 전기, 기계, 등 높은 교육 수준을 요구하는 직업들은 거의 실업학교(Realschule)에서 교육한다. 하우프트슐레와 김나지움의 중간 수준의 학교다. 반면 육체노동에 의한 단순직업은 직업학교(Hauptschule)에서 주로 가르친다.

그런데 직업교육 관련 중등교육은 2단계로 나뉜다. 하우푸트슐레와 레알슐레가 1단계, 그다음 단계가 별도의 직업교육기관이다. 직업학교(berufsschule), 직업전문학교(berufsfachschule), 전문고등학교(fachoberschule) 등이다. 직업학교와 직업전문학교에는 하우푸트슐레 졸업생, 전문고등학교에는 하우푸트슐레와 레알슐레 졸업생, 그리고 김나지움 1단계 이수자 중 원하는 학생이 진학한다.

하우프트슐레 9학년(레알슐레 10학년)을 마치고, 즉 만 16~17세에 각자의 재능과 적성에 맞는 직업훈련학교에 입학하는 것이다. 직업교육기관에서는 매주 4일은 기업에서 마이스터와 기능공의 지도로 실습을 받고, 하루는 학교에서 학업을 병행하는 듀얼시스템(도제방식) 교육을 받는다. 졸업생들은 다년간 직장경험을 쌓은 후 전문학교(fachschule)에 진학, 기술전문가 인증인 마이스터(meister) 시험을 치르거나 전문대학, 종합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농업분야에서는 도제교육을 병행한 3년 과정의 농업직업학교를 수료하면 기능사(Fachkraft) 자격이 주어지고 정식으로 취업할 수 있다. 직업학교 농업과와 농업경영체에서 3년간 이론과 실습교육을 마치면 농업회의소에서 주관하는 시험을 본다. 시험을 통과하면 '농업인(Landwirte)'으로 불린다. 여기서 농부 공부가 끝나는 게 아니다. 상급학교에서 더 공부해 국가 인정 전문농업경영인이 되거나 마이스터(농업장인)가 된다.

고등교육기관은 종합대학과 단과대학으로 나누어진다. 종합대학은 4∼6개의 학부를 가지고 있다. 단과대학에는 과학대학·기술대학·예술대학의 3종류가 있다. 과학대학이란 신학과 철학, 농학과 임학, 의학, 경제학 등의 1∼2개의 학부를 가지는 단과대학이고, 기술대학은 3∼4개의 학부를 포함하는 공과대학으로서 공과종합대학이라 부른다.

하이델베르크  독일 하이델베르크 LVG원예시험연구소에 실습하고 있는 농업학교 학생들
▲ 하이델베르크 독일 하이델베르크 LVG원예시험연구소에 실습하고 있는 농업학교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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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터(meister)'만 농사선생이 될 수 있다 

학교와 기업에서 미처 배울 수 없는 기술은 '기술센터'라는 실습장에서 마저 배운다. 일반적인 기술과 이론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숙련하는 센터의 역할이야말로 마이스터제도의 핵심이다. 2년 반~3년 반의 기능공 훈련단계를 거쳐 기능공 자격증을 취득하면 마이스터 과정을 밟을 수 있다. 직장을 다니면서 야간학교를 과정을 이수할 경우 1년 반의 기간이 소요된다. 학교에 전념하면 9개월 과정이면 된다. 만일 이수하는 과정에서 낙오하는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다. 6개월 마다 다시 기회를 준다. 

오직 마이스터가 되어야 실습생을 가르칠 자격이 부여된다. 마이스터는 곧 교육자다. 그래서 마이스터 이수 과정에 교육학도 필수적으로 이수하고 시험도 통과해야 한다. 마이스터와 동급의 대우를 받는 이론 중심의 테크니커는 실습생을 가르칠 수 없고 오직 자기 일만 해야 한다. 정규대학을 이수한 엔지니어도 이론적인 작업이나 설계만 담당할 뿐 학생을 가르칠 수 없다.

이러한 독일의 마이스터(meister)제도는 1952년부터 시행되었다. 특히 식량생산을 책임진 농업을 최우선적으로 중요시했다. 농업 분야의 마이스터는 과수, 채소, 복합영농, 가축, 농기계, 조경, 정원관리, 공원관리, 산림관리, 가정, 우유, 양조, 화훼 등 14개 분야가 있다.

농업직업학교를 수료하고 기능사 자격을 취득한 후 농업 관련 현장경력 3년 이상이면 마이스터 과정에 등록할 수 있다. 교육과정은 2년 동안 전공과목, 경영, 교수 3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농업직업학교의 견습생에게 마이스터 농장의 실습은 특히 중요하다. 농장주인 마이스터의 농장실습 평가에 따라 수요 여부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마이스터  오스트리아의 농업마이스터 자격증
▲ 마이스터 오스트리아의 농업마이스터 자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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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농업마이스터가 있지만

최근 한국에도 독일식 육가공전문학교(훔메 마이스터슐레)가 문을 열었다. 육가공으로 유명한 독일의 마이스터 양성시스템을 우리 실정에 맞게 최적화시킨 곳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특히 정육점에서 즉석육가공품 제조와 판매가 가능한 식육즉석판매가공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전문지식과 실기능력을 효과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 발골에서 즉석햄소시지 등 조리까지 식육즉석판매가공업 맞춤형 수업을 표방한다.

농식품부도 농업마이스터를 양성하는 농업마이스터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농업 최고기술과 경영능력을 갖추고 다른 농업인을 교육하고 컨설팅해 줄 수 있는 전문농업경영인(농업마이스터)를 육성하려는 목적이다. 주 1회, 2년 교육과정이다.

시험을 봐서 전문 자격도 지정한다. 26개 품목에 15년 이상의 영농경력이 있는 농업인은 응시할 수 있다. 지정된 전문농업경영인은 현재 농고, 농대생의 멘토, 현장실습교수, 영농기술 컨설팅 및 품목별 기술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할 자격이 부여된다. 그러나 역시 '한국식'이다. 그 정도로는 뭔가 부족하다. 

우리 농업의 살 길은 간단하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길 밖에 없다. 그러자면 교육부터, 학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전국 각 지역마다 '농사를 지어 먹고 살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는' 농업직업학교를 많이 세워야 한다. 거기서 농업마이스터를 인생의 목표로 삼은 '어린 농부'들을 잘 가르쳐야 한다. 그 지점에서 다시, 새로 시작해야 한다.

한국의 농부 한국의 청소년, 청년들도 백남기농부처럼 '자랑스러운 농부'가 되어야
▲ 한국의 농부 한국의 청소년, 청년들도 백남기농부처럼 '자랑스러운 농부'가 되어야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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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독일의 농부’ : 문화경관 직불금, 농업회의소, 협동조합, 가족농가, 유기농업, 사회안전망 등으로 국가와 정부의 돌봄과 보살핌을 받으며, ‘돈 버는 농업’이 아닌 ‘사람 사는 농촌’을 위한 ‘농부의 나라’를 지키며 살아가는 독일, 오스트리아 등 EU(유럽연합)의 ‘행복한 사회적 농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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