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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청년미래부는 '최순실 게이트'를 맞닥뜨린 대한민국 청년들의 목소리를 모아 '박근혜에게 레드카드를'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각자 다른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정의당 청년 당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퇴장해야 하는 이유를 <오마이뉴스>에 연속기고합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들의 다양하고도 거침없는 목소리가 독자 여러분께 가감없이 전달되길 바랍니다. [편집자말]
그분은 곧잘 자신의 뜻에 거스르는 사람을 가리켜 '나쁜사람'으로 말하곤 했다. 반대로 자신과 가까운 사람은 '착한사람'이었다. 어떤 허물도 덮어주고 감싸 주어야 하는 착한사람. 그분의 착한사람에 분개한 수십만 명의 나쁜사람들이 연일 광장으로 모여 들고 있다. 심지어는 그 듣기 힘든 그분의 사과를 단 한 사람 덕분에 듣게 됐다. 그분에게 세상은 좋은사람 아니면 나쁜사람, 이분법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 역시도 그분에게 있어선 나쁜사람이었다.

2014년 가을, 나는 신촌의 모빌딩에 올라가 거리를 향해 수백여 장의 전단을 살포했다. 팝아트 작가 이하 선생님이 만든 그 전단엔 그분을 풍자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설령 그분의 나쁜사람이 될지언정, 그분의 방향에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싶었다.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은 가능한 많은 이들을 생각과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기에 그분은 너무나 속이 좁은 사람이었다.

그분의 나쁜사람이 된 대가

풍자를 대하는 가장 좋은 자세는 웃어버리는 것인데...
▲ 박근혜 대통령 풍자포스터 풍자를 대하는 가장 좋은 자세는 웃어버리는 것인데...
ⓒ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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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대상으로한 예술 퍼포먼스의 대가는 벌금 300만원이었다.
 대통령을 대상으로한 예술 퍼포먼스의 대가는 벌금 300만원이었다.
ⓒ 강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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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년 뒤 나는 난데없이 300만 원의 벌금형 약식기소를 받게 된다. 그분의 나쁜사람이 된 대가였다. 일반인에게 공개된 건물에 올라가는 것이 왜 침입죄에 해당하는지, 또 혐의없음으로 끝난 사건이 왜 1년 만에 다시 붉어지게 되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였다.

다시 한번 그분의 나쁜사람이 되기로 했다. 나는 벌금형의 무효를 주장하는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 그렇게 쉴새없이 법원을 드나들며 나쁜사람 검증을 당해야 했다. 재판은 검찰의 항소까지 더해져 2심까지 간 끝에 30만 원으로 감액되는 것으로 판결이 났다.

언뜻보면 이긴 것처럼 보이지만, 그를 위해 쓴 시간과 비용은 이미 내 생활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혔다. 그분은 소위 창조경제를 설파하며 개인의 창의적인 생각이 국가발전의 밑거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이 나라에서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산다는 건 모난돌이 되어 이유없이 깎고 깎여질 뿐이었다. 

그리고 올해 총선에서 정의당의 비례대표로 선거에 출마하게 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제대로 싸워보겠다는 심산이었다.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많지 않았지만 나는 여전히 당신과 뜻을 달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분에게 이 나라는 공화국이 아니라 자신의 아버지가 세운 왕조국가라는 느낌이 강해보인다. 국민은 그저 순응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농노같은 모습을 요구받는다. 나는 출마를 통해 우린 개돼지가 아니라는 것을 외치고 싶었다. 이 나라의 주인은 당신이 아니라 우리라는 것을 가장 절실하게 외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바로 출마였다.

계속 그 분의 나쁜사람으로 살겠습니다

강드림
 강드림
ⓒ 강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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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선거에서 떨어지고 나는 현재 제주로 내려와서 게스트하우스 오픈을 준비중에 있다. 혹여 더 이상 저항할 힘이 없어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 곳에서 한 방법으로만 싸우게 되면 방어가 쉬워진다. 나는 게릴라다. 다양한 수단을 통해 저들을 괴롭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통을 참아내는 투사형의 모습이 되어선 안 된다. 룰루랄라 콧노래 부르듯이 저들을 귀찮게 만들어야 한다. 저들의 뜻에 반하는 삶을 살아도 재밌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아마도 저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그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제주에서 그분의 나쁜사람으로써의 삶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설사 그분이 권좌에서 물러나더라도 그것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내 자유를 억압하려드는 모든 정치세력에 대해서 나는 언제나 저항하고 그들의 나쁜사람이 될 것이다. 쉽게 끝날 싸움은 아닐 것이다. 오래도록 싸울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미소다. 박근혜의 나쁜사람로 사는 유쾌한 삶을 기대해 주었으면 좋겠다.


태그:#풍자, #벌금형, #대통령,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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